[리뷰] 인간의 본질과 SNS의 폐혜가 적나라한 수작 '베리드 스타즈'
올해 국내 콘솔 게이머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은 게임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사례 조차 찾기 힘든 콘솔 전용 타이틀로 발매된 라인게임즈의 베리드 스타즈가 그 주인공이다.
라인게임즈의 '스튜디오 라르고(Studio LARGO)'에서 개발한 ‘베리드 스타즈’는 '검은방'과 '회색도시' 시리즈를 개발한 진승호 디렉터의 첫 번째 콘솔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2018년 12월 라인게임즈의 미디어 간담회 'LPG(LINE Games – Play – Game)에서 처음 공개된 이례 PS4와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이제는 수명이 끝난 게임기라 평가 받던 PS 비타 플랫폼으로 출시된다고 전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이 사실.
이러한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베리드 스타즈는 지난 30일 출시 이후 '한정판 패키지'는 물론, 패키지 상품의 품귀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국내 콘솔 게임 타이틀 중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게임의 장르는 '커뮤니케이션X서바이벌' 어드벤처를 표방하고 있다. 검은방, 회색도시 등의 전작을 통해 밀폐된 곳에서 벌어지는 캐릭터 간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 변화와 숨막히는 반전 등을 선보인 진승호 디렉터의 작품인 만큼 베리드 스타즈 역시 한치 앞을 모르는 사건 사고가 벌어지며, 게임 속 인물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런 서바이벌 어드밴처 장르의 핵심 요소는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쉽게 예측하지 못할 스토리 그리고 이전까지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 놓을 적절한 타이밍의 이벤트다.
베리드 스타즈는 이러한 요소를 국민 투표로 통해 최종 우승자를 뽑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연 도중 무대가 무너지게 된 상황에서 살아남은 6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실감나게 그려낸 모습이다.
게임의 진행은 인물들 간의 이야기 혹은 SNS를 확인하며, 단서를 수집하게 되고, 이 단서를 기반으로 스테이지 마다 결론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대화의 선택에 따라 각 인물의 호감도가 상승하거나 낮아지고, 주인공인 한도윤의 멘탈이 하락할 수도 있는데, 멘탈이 최대치로 낮아지면 게임이 그대로 종료되기 때문에 멘탈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캐릭터가 가진 저마다의 스토리였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한도윤은 밴드를 결성했지만, 멤버를 배신하고 홀로 경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인하는 제작진 측에서 일부러 건방진 역을 맡게 하여 온갖 악플 폭격을 받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여기에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되며, 현재 경연 꼴지로 탈락할 위기에 처한 서혜성과 과거 걸그룹 멤버였으나 현재는 솔로로 나서 공항장애를 앓고 있는 민주영 그리고 국민배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로 경연 내내 인기 1위를 놓치지 않는 이규혁과 막내 PD인 장세일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 캐릭터의 사연은 게임 플레이 도중 보다 자세한 뒷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파악되며, “어떤 인간도 진실된 모습을 들키지 않고 두 개의 가면을 쓸 수 없다”는 게임의 첫 시작 문구와 같이 사건에 따라 캐릭터의 행동도 시시각각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것은 바로 ‘페이터’로 불리는 SNS다. 무대가 무너져 탈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별도의 스마트 기기(게임 내에서는 협찬받은 것으로 묘사된다)를 통해 SNS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경연이 그대로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인물 간의 대립이 극대화 된다.
이 SNS는 최근 문제시되는 악플과 온갖 괴소문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이를 확인한 인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며, 새로운 루머를 생산해 게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무대가 무너져 갖혀있는 상황이지만, 인물들의 행적은 SNS로 낱낱이 공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 SNS의 댓글 수위는 생각보다 높아서 끊임없는 인기 경쟁과 이미지를 소비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참가자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도 하며, 이를 이용해 자신의 경연 순위를 끌어올리려는 인물도 등장한다. 악플로 인해 많은 연예인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작금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실감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처럼 베리드 스타즈는 국내 개발사가 정말 오랜만에 선보인 콘솔 전용 타이틀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서라도, 실감나는 인물 묘사와 의외의 반전을 지닌 예상하기 힘든 스토리 그리고 수준 급의 이미지까지 생각 외로 즐길 만한 수작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물론, 게임 중간부터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이 늘어지는 구간이 존재하고, 단서를 취득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엔딩을 본 이후에도 2회차 이상을 플레이해야 볼 수 있는 엔딩 루트나, 다양한 수집요소 역시 지니고 있어 다회차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것도 게임의 매력요소를 더해주는 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