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보도 할 수 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
1982년 처음 등장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가 등장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X플레인 시리즈와 장르를 양분하고 있는 비행 시뮬레이터다. 전작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 이후 약 14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이기도 하다.
워낙 오랜만에 등장했기에 관련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큰 기대를 모아왔다. MS의 클라우드 기능을 활용해 2페타바이트(2024테라바이트)의 지형 정보 데이터를 토대로 지구를 그대로 시뮬레이터 안에서 구현해 놓은 점도 게이머들이 크게 기대한 대목이다. 게다가 관련 정보가 순차적으로 공개되면서 압도적인 비주얼이 일반 게이머들의 시선도 훔치기에도 충분했다.
비행 시뮬레이터의 '비'자도 모르던 기자도 게임에 큰 관심이 생겼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한 리뷰 코드로 정식 출시 전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체험은 윈도우 스토어 버전으로 진행했다. 게임은 8월 18일 PC로 먼저 정식 발매되고, 이후 엑스박스 기기로도 발매 예정이다.
14년 만에 돌아온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강산이 변하고도 남은 시간이 지난 만큼 발전한 외관을 보여준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X' 이후 개발하던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공중 분해된 이후 다시 개발에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에 개발진들이 더 기를 모은 듯하다.
일단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비주얼이 상당한 편이다. 특히 전작이 14년 전 게임이기 때문에 더 큰 차이가 느껴진다. 날아가는 비행기는 보고 있으면 한편의 비행 영상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을 전한다. 여기에 각종 날씨 효과나 밤낮의 변화 등도 모두 구현됐다. 실시간으로 적용도 가능하다.
또한, 2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 스트리밍 방식으로 불러와 지구 스케일을 1:1로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한 것도 강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의 맵 데이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를 활용해 이를 시뮬레이터 내에 구현했다.
5억만 제곱 킬로미터가 넘는 육지와 200만 개가 넘는 도시, 세계 곳곳에 자리한 4만여 공항까지 모두 그 자리에 있다. 런던의 타워브리지나 빅벤 등 세계의 유명한 명소들도 구현됐다. 국내의 경우 명소들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법 현실과 유사하게 구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가 필요한 저장용량은 겨우 100~150기가바이트 정도다. 다른 게임이라면 어마어마하겠다 하겠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를 1:1로 구현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겨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게임의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 기준으로 실제 공항과 똑같이 만든 40개 공항과 30개 비행기를 만날 수 있다. '항공덕후'들이라면 벌써 신이 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쉽게도 국내 공항은 개발사가 직접 정밀하게 구현한 40개 공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하네다 공항이 유일하다.
비행기는 격납고에서 따로 살펴볼 수도 있다. 일반인 관점에서는 비행기에 근접해서 보거나 조종석을 볼 일이 없어 얼마나 사실적으로 구현됐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관련 커뮤니티 등의 정보를 확인해보면 거의 실제와 같은 수준으로 구현한 듯하다. 에어버스사의 A320과 같은 비행기의 조종석 시점을 보면 엄청나게 마련된 버튼들이 시선을 훔친다. 실제로 동작도 한다.
실제 비행을 진행해보니 입문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어시스트 기능이 눈에 띈다. 과거 작품들의 경우 이륙도 쉽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편의성이다. 거의 모든 기능을 도와주는 '올 어시스트', 숙련자들을 위한 '미들 그라운드', 실제와 거의 동일한 조건인 '트루 투 라이프' 등 3가지 어시스트 방식이 준비됐고, 부분마다 또 세세한 설정도 가능했다.
여기에 비행 트레이닝 센터를 통해 이륙, 착륙, 턴 등 다양한 기본기를 배울 수 있다. 일종의 튜토리얼인 셈이다. 물론 '에이스컴뱃 시리즈'나 '배틀필드' 등에서 비행기를 조종해 봤었던 경험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당 게임들에서 완벽한 적응을 위해선 제법 시간이 소요되는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완벽하게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행 시뮬레이터가 익숙하지 않아 자연스레 모든 기능을 도와주는 '올 어시스트' 모드로 시뮬레이터를 즐기게 됐다. 올 어시스트 모드로 인천 공항에서 제주, 인천에서 상하이 푸동, 인천에서 도쿄 하네다 등 근거리 비행을 즐겨보니 몇 차례의 실패 끝에 이륙부터 착륙까지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은 됐다. 게이머는 출발 공항과 도착지를 설정해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비행시간이 현실과 똑같아서 10시간 이상 걸리는 항로의 경우 10시간을 넘게 게임 화면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이를 도와주는 기능으로 오토 파일럿 기능이 준비돼 있다.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면 비행기 조종을 알아서 해준다. 다만, 올 어시스트라도 해도 하강부터 어프로치와 착륙 등은 직접 컨트롤이 필요했다.
오토 파일럿 외에도 비행 단계를 크게 6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빠른 스킵도 가능했다. 이륙하고 긴 운행이 계속되면 질리기 마련인데 바로 하강 단계로 넘어가 착륙을 준비하는 식이다.
비행기 조종의 경우 키보드와 마우스로도 가능했으나, 외워야 할 버튼이 상당히 많았다. 키보드의 숫자키를 활용한 조작도 많아 게이머들이 주로 사용하는 텐키리스 키보드로는 정상적인 조작이 쉽지 않다.
키보드와 마우스 외에도 엑스박스 원 패드를 가지고 있으면 좀 더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비행하는 내내 비행기의 안정한 운항을 위해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키보드 키를 누르기보다 아날로그 스틱을 살짝 조정하는 편이 편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정 기능을 줄일수록 게이머가 신경써야할 영역은 점점 많아진다.
이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내내 비행 시뮬레이터용 별도 컨트롤러의 구매 의욕이 일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정가 13만 원이 넘는 게임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에 20~30만 원가량의 컨트롤러까지 30~40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물론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PC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게임 플레이도 미션을 제공하는 모드가 있긴 하지만, 목적지에서 목적지로 이동과 명소 관광 등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질릴 수 있다. 또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는다. 평소에 비행 시뮬레이터에 관심이 있던 게이머가 아니라면 쉽게 추천하기가 힘들 듯하다. 10시간 동안 비행기 꽁무니만 보면서 따라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자신이 있는 게이머들만 구매를 검토해보길 권한다.
한편, 이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완전 클라우드 방식 외에도 일부 데이터를 인터넷에 연결해 주고받으면서 진행하는 방식의 도입으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구현이 가능한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이 마니아 장르인 비행 시뮬레이터의 확장 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