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미소녀 게임 시노니스, 하지만...
그랑삼국, 왕좌의게임 윈터이즈커밍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유주게임즈코리아가 하반기를 맞이해 새로운 신작 시노니스를 선보였다.
시노니스는 기나긴 전투 끝에 평화가 찾아온 세계에 다시금 혼돈의 시대가 도래하자 운명을 바꾸려는 신에 의해 주인공이 차원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미소녀들과 함께 신과 인류의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게임으로, 쉽게 말하면 미소녀 수집 장르의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애니메이션 커버곡으로 유명한 유튜버 라온과 함께 OST 커버곡을 선보이고, 유명 코스튬 플레이어 ‘노솜’의 ‘시리리’ 코스프레를 선보이는 등 미소녀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마케팅으로 사전예약 5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노니스를 시작했을 때의 드는 생각은 이제 중국에서 개발된 미소녀 게임은 어떤 게임이든 기본 이상은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화려한 캐릭터 일러스트는 기본이고, 실제 플레이 화면에서 보여지는 SD 캐릭터, 매력적인 성우진 등 미소녀 게임이 갖춰야 할 흥행 요소들은 다 수준급이며, 횡스크롤 필드 형태로 구현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NPC들을 만날 수 있는 마을은 과거 콘솔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오딘스피어의 느낌도 살짝 난다.
시노니스의 특성상 신에 의해 차원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다양한 도시들을 탐방하면서 모험을 하는 형태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도시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전투는 SD화된 캐릭터들로 파티를 구성해 실시간으로 스킬을 난사하는 전형적인 수집형RPG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SD화된 캐릭터도 귀여운 편이고, 스킬도 꽤 화려하며, 수동 전투시 직접 문양을 입력하면 스킬이 발동하는 소소한 액션의 재미도 넣었다. 물론, 대부분 자동 전투로 세팅할테니 별 의미 없는 기능이긴 하지만.
다만, 스킬 이팩트와 캐릭터들의 대사가 중심이 되다보니,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화려한데, 타격감이 부족해서 좀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수집형RPG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캐릭터 수집은 초반 과금 부담을 덜어주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수집형RPG에서는 좋은 캐릭터를 확보하고 시작하기 위해 리세마라 작업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게임은 2장까지 플레이하면 무조건 SSR 카드 한 장이 보장되는 10연차 뽑기를 제공하고 있으며,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재소환을 할 수 있게 해뒀다. 어차피 다들 리세마라를 할테니 설치했다, 지웠다 하지 말고, 좀 더 편하게 시작하라는 개발사의 배려다.
또한, 시작할 때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을 결정하게 되어 있지만, 전직이 자유롭기 때문에, 뽑기를 통해 확보되는 캐릭터들의 상황에 맞춰서 가장 필요한 직업군으로 바꿀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파티를 구성한 다음에는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게 되며, 주인공 레벨이 올라가면, 다른 캐릭터들은 마력병에 모인 경험치를 배분해서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또한, 장비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으며, 자유로운 스킬 세팅, 코스튬 장착, 패시브 스킬 트리 개념의 기억 계승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미소녀 게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들은 충실히 갖추고 있지만, 아쉽게도 초반 흡입력은 약한 편이다. 신에 의해 과거로 돌아가게 된 주인공이 모험을 통해 정해진 운명을 바꾼다는 컨셉은 흥미롭지만, 막상 게임을 진행해보면 어딘지도 잘 모르는 곳에 갑자기 떨어져서,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NPC들이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의 반복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텍스트로만 처리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지고, 지루함 때문에 가속 버튼을 눌러 대화까지 빠르게 스킵되도록 해두면, 과거로 돌아가 세상의 운명을 바꾼다는 메인 스토리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정말 아무 생각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다.
요즘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 전투, 자동 진행이 당연한 요소가 되면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초반에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과 각각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 정도는 확실하게 이해시켜줘야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시간 여행이라는 난해한 컨셉과 밋밋한 초반 흐름이 겹치면서, 지루함을 참고 일정 수준까지 플레이해야 전체적인 컨셉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미묘하게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 되어버렸다.
또한, 각종 콘텐츠의 하루 입장 횟수 제한 때문에 반복해서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메인 퀘스트가 막히고 나면 전투보다 낚시를 더 많이 즐기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도 하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콘텐츠 소모 속도를 낮추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이것저것 많아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콘텐츠가 부족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약점 때문인지 시노니스는 유주게임즈코리아의 이전 신작들보다는 다소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다만,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개성 있는 미소녀 캐릭터, 수집과 성장의 재미 등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향후 본격적인 메인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랑삼국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주게임즈코리아의 운영 노하우가 시노니스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