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어벤져스 안 부럽다. 게임에서 즐기는 대서사시
토니 스타크의 눈부신 활약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된 마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지난 2008년 아이언맨1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앤트맨,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그리고 어벤져스까지 수 많은 작품들을 통해 거대한 세계관을 완성했으며, 서로 독립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연결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편의 영화를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수십편의 영화가 모두 연결되고, 수 많은 주인공들이 소외되는 이들 하나 없이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도록 만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마블 어벤져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게임쪽도 영화 못지 않은 대서사시를 다룬 게임들이 있다. 영화에 비해 플레이 타임이 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은, 시리즈 물이라도 하더라도 단 한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지만, 게임쪽도 캐릭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앞세워 10년 넘게 장대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시작의 궤적을 선보인 팔콤의 영웅전설 시리즈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하는 대서사시라고 할만 하다. 지난 2004년 발표된 하늘의 궤적을 시작으로, 같은 세계관과 주인공들을 공유하는 제로의 궤적과 벽의 궤적, 섬의 궤적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여, 무려 15년동안 12편의 게임을 통해 제므리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이번에 발매된 시작의 궤적에서는 하늘의 궤적 시리즈의 에스텔과 요슈아, 그리고 제로와 벽의 궤적에 등장한 로이드 배닝스와 크로스벨 특무지원과 친구들, 그리고 섬의 궤적 시리즈에 등장한 린 슈바르처와 토르즈 7반 친구들까지 모든 주인공들이 한번에 총출동한다.
또한, 단 한명의 NPC도 소홀히 하지 않는 영웅전설 시리즈 답게, 그동안 주인공 일행들에게 도움을 줬던 스쳐가는 NPC는 물론, 악역들까지 모두 등장하며, 이후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 관련 떡밥까지 남기는 완벽한 마무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이야기가 연결되기 때문에, 12편 중 단 한편이라도 그냥 넘기면 다른 작품의 스토리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긴 하지만, 각 작품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결국 마지막에 하나로 연결되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15년동안 한결같은 지지를 보낸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무려 15년동안 12편이나 등장한 영웅전설에 비하면 작품수가 많지는 않지만, 단 3편으로도 전세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위쳐 시리즈도 게임계를 대표하는 대서사시라고 할만 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은 위쳐 시리즈는 지난 2007년 시리즈 첫 작품이 등장한 이후 2015년에 출시된 위쳐3까지 총 3부작으로 괴물사냥꾼 게롤트의 화려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소설 원작이긴 하나, 소설의 뒷 이야기를 게임만의 독자적인 스토리로 풀어냈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을 통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게임만의 인터랙티브(상호작용)의 매력을 과시했다. 워낙 방대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1, 2편의 스토리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될 정도다.
XBOX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 헤일로 시리즈도 게임계의 대서사시 중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게임이다. 외계 종족과 인간의 생존을 건 대결을 다룬 헤일로 시리즈는 마스터 치프라는 FPS 최고의 슈퍼스타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선조가 남긴 고대 무기 헤일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스토리가 전개됐지만, 이 스토리가 3부작으로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치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팬들 때문에, 차세대 게임기 XBOX 시리즈 X로 출시될 예정인 헤일로 인피니트까지 계속해서 스토리가 확대되는 중이다.
XBOX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인기 시리즈인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도 헤일로 못지 않은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이다. 헤일로와 마찬가지로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전기톱으로 대표되는 화끈한 액션과 상남자 마커스를 앞세워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그 인기로 인해 시리즈가 강제로 수명 연장되면서, 마커스의 아들까지 2세대 걸친 활약을 감상하게 됐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기톱으로 외계인을 썰어버리는 과격한 첫인상 때문에 스토리가 덜 주목받았으나, 최근에 등장한 기어스5에 이어 장르 변신을 시도한 기어스 택틱스까지 계속 스토리가 확장되면서, 세계관이 점점 더 짜임새 있게 완성되어 가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서 최고의 상남자 캐릭터 크레토스를 탄생시킨 갓오브워 시리즈도 영화 뺨치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자랑한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모든 신들과 대결하는 크레토스를 앞세워 지난 2005년부터 2010년 갓오브워3까지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을 이끈 갓오브워 시리즈는 2018년에 북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그리스 신들에 이어 북유럽 신들까지 박살내는 상남자의 모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이전 3부작에서는 모든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크레토스가 올림푸스를 멸망시키는 광기 넘치는 스토리를 선보였지만, 북유럽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새로운 3부작에서는 뒤 늦게 얻은 아들과 함께 하는 아빠 크레토스의 인간적인 면모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아직 1편만 나온 상태라서 뒷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긴 하지만, PS5로 등장을 예고한 북유럽 2편 갓오브워 라그나로크에서는 북유럽 인기 신 토르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과거 크레토스의 행적이 조금씩 밝혀지는 것도 스토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너티독을 세계적인 개발사로 만들어준 언차티드 시리즈도 지난 2007년 1편을 시작으로, 2016년 4편까지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게이머들에게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다.
언차티드는 보물사냥꾼 네이선 드레이크의 활약을 그린 게임으로, 처음에는 이 장르 최고 인기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라라 크로포드의 남자 버전이라는 아류작 포지션에서 출발했지만,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캐릭터성을 발전시켜, 결국 툼레이더 시리즈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으면서 아름답게 은퇴했다.
특히, 여러 모험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결국 성공적으로 은퇴하는 네이선의 일대기를 아름답게 그려, 10여년 동안 여러 가지 추억을 함께 한 팬들에게 행복한 여운을 안겨줬다.
다만, 언차티드와 함께 너티독을 대표하는 대서사시로 남을 게임으로 기대를 받았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는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충격적인 2편으로 인해 뒷 이야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편에서 조엘과 엘리의 부성애 넘치는 생존 여행으로 팬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서는 조엘의 충격적인 사망과 엘리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이어지면서, 1편에서 이어지는 희망찬 스토리를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를 완벽히 배신했다.
원래 올해 강력한 GOTY 후보작이었던 이 게임은 예상치 못한 결말에 충격을 받은 팬들의 평점 테러로 GOTY는 커녕 1편의 명성까지 깎인 상태이며, 게임을 불태우는 영상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정도이니, 역사상 최악의 2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스토리상으로는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충분히 3편까지 나올 수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가 차 있는 팬들을 진정시킬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