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디어 5년 만에 뭔가 바뀌었다 손흥민만 빼고 'FM 2021'
축구 마니아들의 시간을 앗아가는 이 시대의 타임스톤이자 인생 탈곡기로 불리는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최신작 풋볼매니저 2021(이하 FM 2021)이 발매됐다.
코로나 19 사태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기존 강팀과 약팀의 경쟁이 그 어느때 보다 혼란스러운 유럽 축구 시즌의 중 발매된 이번 FM 2021은 무려 4년간 똑같은 그래픽과 반복되는 시스템으로 일관하던 이전 시리즈에 비해 완전히 확 바뀐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바로 그래픽 즉 물리엔진이다. 1:1 찬스는 죄다 놓치고, 하위권 팀 선수에게 원더골을 먹으며 어이없이 패했던 악명높은 매치엔진과 2015년 살짝 업그레이드 된 이후 무려 5년이 넘게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그래픽이 드디어 변화를 겪었다.
우선 캐주얼 모바일게임 보다 못하던 그래픽이 향상되어 선수들이 공을 몰고 드리볼을 하는 모습이 제대로 표현이 되었고, 골키퍼가 킥을 찰 때 바닥 흙이 흩뿌려지는 등 디테일이 좋아졌다. 물론, 요즘 나오는 스포츠 게임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고 앞으로 달려가는 뭔가 혐오스러웠던 이전 시리즈의 드리볼 동작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
또한, 이전까지는 경기장 밖을 나가는 공을 지키려다 공을 빼앗기는 황당한 상황도 없어졌으며, 속공 상황에서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주지 않아 번번히 득점에 실패하는 상황도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다.
여기에 연승을 하거나 경기가 유리할 때 이름 없는 선수에게 30미터 중거리 슛으로 원더골을 먹히는 어이없는 일도 체감상 대폭 줄어들었다. 다만 한 번 골을 넣으면 그 선수가 연달아 추가 득점을 하는 이상한 현상이나, 풀백 혹은 사이드 수비수가 올라와 골을 넣을 각도도 없는데 슛을 하는 분통 터지는 일은 여전했다.
경기 중간 보여주는 스코어 보드도 세분화되었다. 이전까지는 별도의 스킨이나 UI 패치를 받아야 했던 이전과 달리 우리 팀과 상대 팀의 공격 루트, 스코어 합산, 포지션별 체력, 사기 등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여기에 하단부 선수들의 데이터가 나와 보다 직관적으로 몸상태와 플레이를 체크할 수 있게 되었고, 선수 교체 및 작전 변경도 보다 직관적으로 표시되었다.
또한, 지난 작품부터 도입된 VAR의 경우 심판이 모니터를 확인하러 이동하는 시간이 쓸데없이 길어 VAR 확인을 없애는 별도의 패치가 존재할 정도였지만, 화면에 바로 표시되어 플레이 시간을 단축시킨 것도 상당히 편리했다.
선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UI도 변화된 모습이다. FM 2021에서는 체력, 피로도 등 선수 컨디션이 하나로 통합되어 현재 몸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변화했다. 특히, 이전 FM의 경우 경기 한번 뛰면 선수의 체력이 바닥이 나서 연속으로 출전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FM 2021에서는 선수를 박싱데이에 계속 출전시키지 않는 이상 체력이나 피로도가 상승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다만 한번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를 세이브 & 로드로 다시 돌려봐도 똑같이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부상 빈도가 높은 것은 여전했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FM의 꽃인 이적 시스템은 에이전트의 존재감이 더 부각된 모습이다. 이전까지 에이전트는 계약금이나 높이고, 걸핏하면 협상 테이블 엎어버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 사실. 이번 FM 2021에서는 '에이전트 요청' 항목이 새로 생겨 스카우트를 보내지 않아도 선수가 원하는 주급(연봉)이나 구단에서 원하는 이적료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유용하게 사용된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대폭 낮아진 현실 축구 세계와 달리 좀 괜찮은 선수라면 300억은 우스운 몸값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 했지만, 걸핏하면 이적료가 천억이 넘어가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조금은 더 현실성 있는 몸값을 책정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FM의 숨겨진 중요 요소인 코치 시스템의 경우 기록 분석가와 영입 분석가의 위상이 높아져 다양한 보고서를 받아 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어떤 국적이든 코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코치도 워크 퍼밋 즉 비자 발급이 선수와 동일하게 적용되어 비자를 발급받아야 되는 것으로 변했다.
FM을 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가장 관심거리로 떠올랐던 손흥민 선수의 능력치는 여전히 논쟁 거리다. 이번 FM 2021에서 손흥민 선수의 능력치는 골결정력, 개인기, 코너킥, 침착성 등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순간속도가 -2 감소하는 이해 못할 능력치를 받아 들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와 지난해 MVP 급 활약을 보인 것은 물론, 폭발적인 스피드로 손흥민이 있으면 그 어떤 팀도 뒷 공간을 열어 놓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현실 축구에서 뽐내지만, FM에서는 오히려 순간 속도가 감소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 것.
이는 FM의 능력치 배분 시스템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우선 양발을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는 선수에게 주력과 순간 속도를 17이상 주어 버리면 게임 내에서 좌우할 것없이 모두 돌파가 가능하다. 여기에 손흥민 선수의 골결정력이면 그야말로 CM4 시절 사비올라 이상의 미친 괴물 선수가 탄생해 버리기 때문에 밸런스를 위한 조치라고 풀이된다.
허나 현재 축구 게임의 최선봉에 서있는 피파 시리즈에서도 이 부분은 모두 반영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 유독 일본 게임사에서 개발한 위닝일레븐과 FM에서만 손흥민 선수의 능력치가 낮게 책정된 것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쿠보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의 능력은 여전히 탈 아시아급으로 등장하고, 게임을 하다 보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유수의 팀에 일본 선수들이 거액으로 이적한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볼 때 고의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것이 사실.
예전에는 “FM 보고 실제 선수 영입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수 평가가 매우 정확하다는 칭송을 받았지만, 몇 년째 대형 유망주 하나 예측하지 못하며 “더 이상 예전 FM이 아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FM의 최근 모습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본 및 한국 선수들의 이상한 스탯 차이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