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폴란드식 오픈월드 섞어찌개 ‘사이버펑크 2077’
다양한 게임의 장점을 모아
다양한 선택지를 즐길 수 있었던 ‘디스코 엘리시움’과 같은 RPG에 ‘디비전’과 같은 FPS 기반의 오픈 월드를 더한다. 또한, ‘히트맨’의 암살 플레이와 ‘와치독스’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해킹 요소도 섞는다. 여기에 ‘사이버펑크 2077’만의 특별한 비법 소스인 ‘브레인 댄스’를 넣어 완성한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으니 완성 전에 근접 전투로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을 뿌린다.
이는 기자가 느낀 ‘사이버펑크 2077’의 인상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다양한 게임들이 가진 장점을 한데 섞은 짬뽕이나 섞어찌개 느낌의 오픈월드 게임이다. 후술하겠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비법인 ‘브레인 댄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이기도 했고,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위쳐 시리즈 특히 ‘위쳐3’를 통해 유럽 최고의 게임사로 등극한 폴란드 게임사 CD 프로젝트 레드(이하 CDPR)의 신작이다. ‘위쳐3’가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아 판매량이 상당했고, 지난 2017년 지스타에는 CDPR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인 마르친 이빈스키 대표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기자는 당시에 운이 좋게도 마르친 이빈스키와 잠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었다. 마르친 이빈스키 대표가 직접 한국을 찾은 만큼 ‘사이버펑크 2077’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사이버’를 꺼내자마자 돌아온 대답은 “Nope”이었다. 그때는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이 더 중요했나 보다.
어쨌든 그 시기쯤 세팅된 한국 사무소가 ‘사이버펑크 2077’의 발매까지 큰 노력을 기울여 줬다. 취소된 한국어 더빙이 부활할 정도로 한국 게이머를 위해 본사와 열심히 소통했다. 기자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CDPR 한국 인력들에 감사를 전한다. 아울러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본사 관계자에게도 말이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기자가 플레이한 버전은 PC 버전이며, 리뷰용 버전으로 게이머들이 만날 수 있는 최종 소비자 버전과는 일부 다를 수 있다. 리뷰용 버전에서는 캐릭터가 입을 열지 않고 말을 한다든지, 캐릭터가 걷지 않고 스케이트를 타고 각종 물건이 공중에 떠 있는 등 여러 버그가 있었다. 또 연출상 화면이 셧아웃 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게임 오버 이후 재시작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등의 문제도 나왔다.
다만 ‘사이버펑크2077’의 경우 ‘Day 0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업데이트가 예정에 있으니 리뷰용 버전보다는 한층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화려한 ‘레이 트레이싱’이 나를 감싸네
기자는 울트라 옵션 권장 사양인 라이젠5 3600, 지포스 RTX3080, 16GB 램을 장착한 PC를 사용 중이다. 게임은 NVMe 지원 SSD에 설치해 플레이했다. 모니터는 4K 해상도에 조금 못 미치는 오디세이 G9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모니터는 5120x1440의 해상도를 가졌으며, 지포스 RTX 3080으로 울트라 옵션에 레이 트레이싱까지 울트라 옵션으로 설정하니 초당 60프레임을 방어할 수 없었다. 물론 레이 트레이싱을 꺼도 60프레임 유지는 불가능했다.
결국, 게임은 QHD 해상도로 즐겼다. QHD 해상도에서는 울트라 옵션에 레이 트레이싱 까지 울트라 옵션으로 설정해도 DLSS를 활성화하면 즐길만한 상황은 된다. 간혹 프레임 저하는 발생한다. 기자의 경험에 비추면 QHD 해상도 모니터와 지포스 RTX3080 사용자라면 높음 옵션에 레이트레이싱을 켜고 프레임 상승을 위해 DLSS를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레이 트레이싱을 켜면 DLSS도 그냥 켜주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엄청난 사양을 자랑하는 만큼 그래픽 퀄리티는 상당하다. 특히, 빛의 반사가 더 실제와 같이 변화하는 레이 트레이싱 옵션을 켜면 화면의 질감이 확실히 다르다. 레이 트레이싱 무용론자도 레이 트레이싱에 열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야간 전투 시에는 말 그대로 빛을 발한다. 야간 전투가 펼쳐질 때 총을 발사하면 총기의 불빛이 산란하며 주위를 밝힌다.
뛰어난 그래픽 완성도는 2077년의 도시이자 게임의 배경인 나이트 시티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 거대한 도시는 구획별로 느낌이 다 다르다. 같은 도심지도 마천루가 숲을 이루는 광경과 공장 느낌의 배경이 있다. 도시 밖으로 나가면 황폐한 자연환경이 조성돼 있다. 지역마다 사람의 분포에도 차이가 있어 더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한다.
거대함 속에 숨어있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자동차마다 실내 디자인이 다른 것은 당연하고 가죽의 시트의 질감도 살렸다, 배가 나온 캐릭터의 배꼽 부분에 지는 그림자 표현까지 완성됐을 정도다.
커스터 마이징부터 강조하는 선택지와 자유도?
‘사이버펑크 2077’은 선택의 연속이다. 게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습과 결과가 다르다. 마치 ‘위쳐3’에서 같은 퀘스트를 즐겨도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서로 다른 퀘스트를 했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는 것만으로 게임으로 오버가 될 정도로 선택지가 상당이 중요해졌다. 선택지의 중요함은 캐릭터 커스터 마이징에서부터 나온다. 커스터 마이징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를 마음대로 부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다. 인체 개조가 일상이 된 2077년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성별을 구분하는 것은 캐릭터의 목소리 정도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캐릭터가 가진 배경에 있다. 이 배경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고 선택하는 대사가 변화한다. 게이머는 노마드, 부랑아, 기업 등 3개의 배경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노마드는 일종의 떠돌이이자 나이트 시티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자유를 품고 있는 자들이다. 부랑아는 도시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로 갱과 밀매꾼들 사이에서 자랐다는 설정을 지녔다. 기업은 나이트 시티의 상위층으로 볼 수 있으며, 냉혹한 사업가 이미지에 가깝다.
어떤 배경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해당 배경에 어울리는 선택지를 따로 선택할 수 있고, 게임 플레이도 차이가 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게이머는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되는데 기업을 배경으로 선택했다면 고위층 인물의 생활양식을 잘 알고 있기에 대화를 더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식이다.
또 선택지는 능력치와도 연관이 있다. 게이머는 신체, 지능, 반사신경, 테크, 냉정 등 크게 5개 부분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고, 능력치마다 세부 능력과 일종의 기술이 마련돼 있다. 특정 임무를 진행하면서 특정 능력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더 쉽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식이다.
예를 들어 신체 능력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앞의 잠긴 문도 강제로 열어서 진입할 수 있다. 지능이 높으면 파트너가 제안한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해 쉽게 적을 공략할 수 있다. 해킹 능력치와 연관이 있는 테크 레벨이 높으면 피를 보지 않고 해킹만으로 적을 공략하고 잠입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오픈월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자유도는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자유도라고 할 수 있고 특정 공략을 위해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자유도라 부를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은 후자에 가깝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수많은 선택지의 향연이었던 ‘디스코 엘리시움’의 향기를 느낀 것도 여기에 있다. 힘으로 찍어 눌러 제압할지 머리를 쓸지 선택은 게이머에게 달렸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된다. 방법은 다양하다.
나이트 시티를 가득 채운 이야기와 즐길 거리
CDPR은 게임의 무대가 되는 나이트 시티를 정말 살아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시는 구획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공각기동대와 같은 애니메이션에서나 봤던 네오 도쿄 같은 모습도 있고 네오 상하이 같은 배경도 있다. 캘리포니아 사막을 떠올리게 만드는 지역도 있다. 구획마다 느낌이 다 다르다.
그리고 각 구획에는 해당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갱단이 있다. 각 갱단은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각 지역에는 메인 임무 외에도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급습 임무나 청부살인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 차 있다. V의 휴대전화는 쉴새 없이 울린다. 수집품에 대한 비중을 줄인 것도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다양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USB라 볼 수 있는 ‘샤드’나 퀘스트 중 수집하는 타로카드 정도가 거의 전부다.
캐릭터는 레벨 말고 별도의 길거리 평판이 존재한다. 길거리 평판이 오를 때마다 즐길 거리가 늘어난다. 리뷰 기간 중 정확한 플레이 타임 측정이 불가능했지만, 나이트 시티에 마련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모두 즐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양한 일반 자동차부터 하이퍼까지 다양하게 마련된 탈 것 등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자동차 수집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빠른 이동을 지원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직접 운전할 일은 첫 방문 외에는 많지 않다.
게임의 핵심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주인공 V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갱단과 경쟁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위쳐3’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소통하는 방법을 멋지게 표현한 CDPR은 이번에도 주특기를 살렸다. 게임에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했고,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게임은 V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큰 위기를 맞이하고 그 이후 조니 실버핸드와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토리 언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살짝만 언급하면 키아누 리브스가 맡은 조니 실버핸드 역은 2077년 인물이 아니다. 조니와 V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관계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경 설정에 따라 플레이에 차이가 있어, 연말 내내 ‘사이버펑크 2077’만 즐겨도 될 법하다.
그리고 게임을 풀어가는데 등장하는 ‘브레인 댄스(BD)’는 ‘사이버펑크 2077’만의 요소다. 한 사람이 경한 것을 일종의 가상현실처럼 구성해 1인칭으로 당시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고 3인칭으로 관찰하며 다양한 단서를 획득할 수도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을 즐기면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특징이다. 게임의 추리 부분에 활용되며 재미와 몰입감을 올려주는 장치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포르노에 많이 사용되는 설정이다.
약간은 아쉬운 전투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이전 작품인 ‘위쳐3’의 경우 높은 게임성과 별개로 전투 부분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도 전투 특히 근접전투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게이머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투의 기본적인 진행은 ‘디비전’과 같이 총을 들고 진행하는 오픈월드 게임을 떠올리면 된다. 물론 ‘디비전’의 집 나간 타격감은 아니다. 총을 들고 진행하는 전투는 손맛과 재미를 제법 잘 살렸다. 다만 적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때는 있다.
문제는 근접전이다. 게이머는 주먹이나 나이프, 카타나, 심지어 딜X 등 다양한 근접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주먹으로 진행하는 튜토리얼 과정에는 이게 적을 때린 것이 맞나 싶은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반격기는 타격감이 있었지만, 맨손 전투는 게임 내에서 발생할 일이 특별한 임무를 빼면 거의 없다.
물론 적이 신체를 개조하고 갑옷을 둘둘 두른 상황에서 나이프 하나 들고 총알을 뚫고 적진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이왕이면 근접전투의 타격감도 좀 더 살려 줬었으며 어땠을까 한다. 카나타와 같은 장검은 적을 베는 연출 등이 등장해 그나마 낫지만, 나이프와 같은 단검은 아주 아쉽다. 근접 무기를 든 적과 1:1 상황에 처하면 ‘스카이림’의 그 웅장함과 긴박감이 느껴진다.
물론 전투가 꼭 필수는 아니다. ‘히트맨’과 같은 게임처럼 암살도 가능하다. 조용히 적을 물리치고 시체를 숨기는 플레이 등을 펼칠 수 있다. 강력한 적의 경우 암살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오지만, 다 방법이 있다. 적을 물리치는데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해킹으로 적의 회로를 태워버리는 식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덧붙이면 전투 진행이나 퀘스트 진행을 위해서 다양한 무기를 획득하고 구매할 수도 있고 캐릭터가 제작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 사이버웨어 임플란트의 교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신체를 개조해 전투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지화와 앞으로의 사이버펑크에 기대
현지화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특히, 이번 ‘사이버펑크 2077’은 한국어 더빙 작업까지 진행됐다. 사이버펑크가 12월 10일로 출시가 연기되면서 내심 기뻤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어 더빙이 입혀진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몰입감 자체가 다르다.
당초 한국어 더빙은 패치로 제공예정이었던 만큼 오히려 출시 연기가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게다가 최근 패치 일정도 당겨져 정식 출시일인 10일 한국어 음성 들을 수 있다. 리뷰용 버전도 한국어 음성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씨X”이 정말 쉬지도 않고 나온다.
‘사이버펑크 2077’은 3번의 연기 끝에 12월 10일 정식으로 발매된다. 엄청나게 혁신적이라거나 엄청 새롭거나 한 게임은 아니지만, 기존의 게임들이 가진 장점을 한데 모아 완성도를 높였고, CDPR의 장점을 더 살렸다. 오픈월드 게임이 이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픈월드 게임의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사이버펑크 2077’은 정식 발매 이후에는 다양한 업데이트도 예정되어 있으며, 추후 온라인 플레이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위쳐3’로 어마어머한 기록을 쓴 CDPR이 ‘사이버펑크 2077’로 또 한 번 기록을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