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처절하고 절망적인 세계관 게임 특집!

(해당 기사는 지난 2020년 1월 22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너무나 처절하고 비극적이어서 눈물조차 말라버렸을 듯한 레트로 게임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절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들...]

조기자 : 안녕하세요, 꿀딴지곰님~ 또 한 주가 지났습니다. 참 시간이 빨리 지나네요...

꿀딴지곰 : 네에. 정말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걸 느낍니다. 이제 50줄 되는 것도 몇 년 안남았네요.. 하아.. 어렸을 때는 40살까지만 살고 싶다 이랬었는데...

조기자 : 흐흐. 아직 청춘이신데요. 오늘 주제는 또 아주 특이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충격적인 엔딩이라니.. 한없이 우울해질 주제로군요.

꿀딴지곰 : 네에. 굉장히 우울한 세계관으로 눈물조차 흘릴 여유가 없는 게임들을 한 번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즐거운 엔딩도 있고 반전 엔딩도 있지만 이렇게 우울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도 많이 있거든요.

조기자 : 네에 좋습니다. 오늘 한 번 우울한 감성을 자극하는 세계로 떠나보시죠. 다만,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은... 아무리 레트로 게임을 다룬다고 해도 이 글에는 다수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글을 읽을 때 조심해 주시고..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바로 백 키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곳, 그 게임엔 꿈과 희망도 없는 것일까..]

꿀딴지곰 : 하는 일마다 꼬이고, 뭘 해도 안되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흔히 '팔자가 사납다'라고 하지요.

이 '팔자 사나운' 이들은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가슴 아픈 비극의 주인공으로 혹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스토리의 주연으로써 등장하며, 이들의 아픔은 보통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선을 이기는 악이 등장하거나 복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내 패배하는 주인공 등 팔자 사나운 것을 넘어 기분이 찝찝해질 정도로 대중의 희망을 산산이 부수어 놓는 어두운 결말을 지닌 작품도 여럿 등장하는데요, 게임도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로 게이머들을 경악 시키는 작품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조기자 : 그렇죠. 세계관부터 엔딩까지 일반적이지 아닌, 처절한 결말을 맞는 게임들 살펴보시죠. 첫 번째 게임으로 어떤 게임을 지목하시려고 하나요?

꿀딴지곰 : 바로 이 게임입니다.

(아니 이것은?! 완다와 거상?)
(아니 이것은?! 완다와 거상?)

꿀딴지곰 : 과거에 PS2 시절 최고 명작으로 불리던 게임, '완다와 거상'입니다. 지난 'E3 2017'에서도 '이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가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였지요.

'완다와 거상'은 화면 안에 잡힌 지도 않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 이른바 '거상'들과 전투는 물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BGM과 배경을 선보여 당시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는데요,

언뜻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룬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게임은 주인공 완다와 그의 애마인 아그로를 제외하면 그 어떤 등장인물도 게임 진행 중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스토리의 대부분이 아름답지만 황량한 '세상의 끝'에서 진행됩니다.

더욱이 여주인공(히로인)인 '모노'는 전편인 '이코'에서 의식의 제물로 바쳐져 이미 사망한 상태이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정체불명의 목소리의 주인공 '도르민'의 지시에 따라 거대한 거상을 쓰러뜨리며 그들의 정수를 흡수하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완다의 모습은 게임을 즐기는 내내 안쓰러울 정도로 펼쳐지게 되죠.

(대화는 필요없다.. 고독하고도 처절한 전투가 있을 뿐..)
(대화는 필요없다.. 고독하고도 처절한 전투가 있을 뿐..)

꿀딴지곰 : 이 거상을 쓰러뜨리며 완다는 점점 검게 변해 가는데, 이는 게이머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어 플레이를 하던 중 흠칫 놀라게 하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조기자 : 아.. 저도 게임을 하다 아들 녀석이 "쟤는 왜 저리 까매?"라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완다의 몸이 변한 것을 알았을 정도입니다.

(영상미는 정말 일품이다..)
(영상미는 정말 일품이다..)

꿀딴지곰 : 이처럼 연인의 부활을 위해 전설의 검을 훔치고 온갖 금기를 깨며 거상을 사냥한 완다였지만 그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씁쓸하죠.

완다가 사냥한 16개의 거상은 거대한 악이었던 도르민의 힘을 봉인하기 위해 창조된 것이었으며, 결국 이들의 정수를 모두 흡수한 완다의 몸에서 대 악마 도르민이 부활하고 마는 것입니다.

(왜 전투를 해나가야 하는가...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작품)
(왜 전투를 해나가야 하는가...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작품)

꿀딴지곰 :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금기를 어기며 처절한 싸움을 이어왔지만, 결국 악마의 부활을 이루는 도구로 이용당하게 되는 것...

물론 이 대악마는 뒤늦게 완다를 막기 위해 달려온 샤먼 '에몬'에 의해 다시 봉인되지만, 대악마가 되어 봉인되면서도 '모노'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손을 뻗는 완다의 모습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조기자 : 저는 무심코 거상들을 해치우는 것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희망이 없는 암울함이 살 속을 파고드는 느낌이네요;; 이 게임을 즐기면서 그러한 감성을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엔딩을 영상으로 소개하긴 애매하고.. 각 보스전을 소개해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lrwIHkmCuo

조기자 : 교수님, 생각해보니 저도 '완다와 거상'과 비슷한 수순으로 진행되는, 아니 많이 다르긴 하지만 엔딩의 결이 비슷한 게임을 하나 기억합니다. 예전에 저희가 반전 엔딩 편에도 소개를 했던... 혹시 기억하시나요?

꿀딴지곰 : 흠.. 혹시 MSX용 '우샤스'를 얘기하시는 게 아닌가요?

조기자 : 맞습니다~ 역시. 그 '우샤스'를 또 소개를 해주시죠. 아주 암울한 스토리 아닙니까? 저희의 이번 주제에 딱 맞는 게임 같아요.

꿀딴지곰 : 우샤스는 우주 명작이죠!! 개인적으로 코나미에서 MSX2로 출시한 플랫폼 액션게임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고, 레벨링도 적당합니다.

소재 자체도 유적 탐사 액션이라서 꽤나 흥미있었죠(마치 인디애너 존스처럼).. 인간의 4대 감정을 나타내는 '희로애락' 무기 시스템도 신선했고요, 2명의 완전 다른 기술과 성향을 지닌 주인공 캐릭터들도 각각 개성이 달라서 재미를 더해줍니다.

(MSX용 우샤스. 87년도 코나미의 대표적인 역작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MSX용 우샤스. 87년도 코나미의 대표적인 역작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다양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보스와의 치열한 대결도 이어진다)
(다양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보스와의 치열한 대결도 이어진다)

조기자 : 옛날엔 꽤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덕후분들이 맵도 다 캡처해서 붙여서 공유도 하는 세상이니까요. 꽤 어려웠던 느낌이지만 기회되면 다시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BGM이 좋아서 당시 오락실용 국산 헥사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도 쓰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꿀딴지곰 : 게임 자체는 던전을 모험하고 활발한 느낌이지만, 이 게임의 엔딩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게임의 주제가 바로 4개의 유적 조각을 모으는 것인데요, 바로 전쟁의 신 인드라의 조각입니다. 그리고 아주 처절한 반전 엔딩이 나오죠. 이 게임의 마지막 히든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보스를 해치웠다! )
(마지막 보스를 해치웠다! )

(불상 앞에 섰다.)
(불상 앞에 섰다.)

(갑자기 지구 한쪽이 퍼엉! 하고 터지는 결과가!!!)
(갑자기 지구 한쪽이 퍼엉! 하고 터지는 결과가!!!)

(그리고………..이런 비밀이… 망연자실;;; )
(그리고………..이런 비밀이… 망연자실;;; )

꿀딴지곰 : 반전 엔딩... 잘 모르실테니 해석을 해드리겠습니다.

“그 후, 아틀리 조교수가 새롭게 발견된 우사스의 자료를 살펴본 바, 우사스 상은 고대 문명이 발견한 핵폭탄의 기폭장치였다.”

“그 스위치가 되는 것이 보석이며, 그것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보석을 4개로 나누어 각지에 분하고 봉인해 두었던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꿀딴지곰 : 결론적으로.. 주인공들이 모은 보석이 바로 핵폭탄의 기폭장치였다는 설정입니다.... 즉, 주인공이 핵폭탄을 터뜨리는 테러범이 되어버린 셈이네요. 고생고생해서 조각을 모았는데.. 그 조각이 오히려 세상을 멸망시키는 요소가 되다니...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인 반전이라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조기자 : 처음 엔딩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 ^^ 그럼 우샤스에 대한 플레이 영상을 살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0ZePpFKaeks

꿀딴지곰 : 자아~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게임도 암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게임은 암기형 슈팅 게임의 원조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게임이죠. 바로 '알타입'입니다.

(시대에 비추어 너무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디자인과 연출이 아니었나.. 싶었던 게임)
(시대에 비추어 너무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디자인과 연출이 아니었나.. 싶었던 게임)

꿀딴지곰 : 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장르는 바로 슈팅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하는 사람만 하는 장르로 전락했지만, 슈팅 게임은 당시 게임 그래픽을 선도하는 블록버스터 급 작품이 즐비했던 중요 장르 중 하나였지요. 개발도 쉽고 직관적이었기 때문에 게임의 발전 단계에서 비행기 슈팅 게임의 인기는 당연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슈팅 게임의 전성기에 포문을 연 작품 중 하나가 바로 1987년에 아이렘에서 출시한 '알타입'인데요, 알타입은 탄을 모아 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방어막의 존재와 다양한 공격 패턴을 지닌 보조무기가 등장하는 등 슈팅 게임을 한차례 도약 시킨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독특한 알타입만의 세계관이 있다)
(독특한 알타입만의 세계관이 있다)

꿀딴지곰 : 이 '알타입'은 꾸물거리는 곤충이나 에이리언과 유사한 기괴한 모습을 지닌 보스전과 극악의 난이도로 큰 유명세를 타 수많은 후속작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 고전 명작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충격적인 설정과 스토리 때문입니다.

알타입 1편의 기체인 'R-90'은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간의 정신과 무기 모두를 본인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감염시키는 외계 생명체 '바이도'와 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들과 전투를 위해 파일럿의 몸은 제외(!) 시키고 뇌만 캡슐화하여 탑승시킨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알타입)
(알타입)

꿀딴지곰 : 더욱이 2007년 발매된 '알타입 택틱스'에서는 태양계로 몰려오는 바이도와의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이들은 이상하지만치 지구에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더욱이 게임 후반부 '바이도'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 함장과 파일럿의 이름이 전부 변하는데 일본어 버전에서 이들의 이름을 앞의 두 글자만 제외하고 읽으면 “정신을 차리니 바이도가 되어 있었다, 난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지구인은 나에게 총을 겨누었다”는 뜻의 충격적인 문장이 나오죠;;

바로 이 지구로 향하는 '바이도'는 '바이도'를 처부수기 위해 지구에서 출격한 이들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도에 감염된 '지구인 부대'는 적을 격파한 뒤 지구로 귀향하고자 했지만, 이미 괴기스런 모습으로 변해버린 이들이 태양계로 접근하자 지구인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입니다. 지구로 향하는 외계인도 이를 방어하는 사람도 모두 지구인이라는 가히 충격적인 스토리인 것이죠...;

(자세히 보면 적들의 모습도 인간의 변형같은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적들의 모습도 인간의 변형같은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보스도......;;)
(이 보스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첫 번째 보스.. 원래는 인간이었을 터...)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첫 번째 보스.. 원래는 인간이었을 터...)

꿀딴지곰 : 더욱이 태양계의 '바이도'를 전멸 시킨다 하더라도 이미 외우주 곳곳에 바이도의 세력이 남아 있으며, 이들을 격파하기 위해 출격 한들 이들 역시 바이도로 변해 다시 태양계로 향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이 알타입의 세계관인 것입니다.

극악의 난이도로 평가받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더 꿈도 희망도 없는 게임이라는 것.. 너무나 암울한 내용아닙니까?

조기자 : 아.. 알타입..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만.. 너무 슬픈 내용을 품고 있죠... PS2 시절 '알타입 파이널'까지 전부 클리어했는데.. 그때 인간 남녀의 정사씬이 멀리서 비주얼로 나옵니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전체 세계관을 돌려보니 참 게임의 세계관이라는 게 이렇게 치밀하고도 몰입도가 높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나 완성도가 높은.. 1스테이지 보스 피규어의 모습..이걸 만들 생각을 했다니;;)
(너무나 완성도가 높은.. 1스테이지 보스 피규어의 모습..이걸 만들 생각을 했다니;;)

조기자 : 여담이지만 저 첫 번째 보스 피규어는 차마 구입하기 힘들만큼 구현도가 높더군요. 와이프가 당장이라도 치워버릴 것 같은 징그러운 모습.. 그래서 아직도 구입을 못하고 있습니다. (-_);

알타입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 확인하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pVWtI0426mU

꿀딴지곰 : 자아 이번에는 다른 게임으로 또 자리를 옮겨보겠습니다. PS2 시절에 등장했던 게임이죠. 바로 스퀘어 에닉스의 작품, '드래그온드라군' 입니다.

(드래그온드라군)
(드래그온드라군)

꿀딴지곰 : 지난해 큰 이슈를 불러온 게임 중 하나였던 '니어 오토마타' 기억나십니까? 새로운 스타일의 여전사 '2B'라는 걸출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니어 오토마타'는 안드로이드 부대와 기계 생명체로 나뉘어 창조주의 전투를 대신한다는 참신한 소재로 좋은 반응을 얻었었죠.

이 '니어 오토마타'의 세계관이 시작된 게임이 바로 2003년 스퀘어에닉스에서 출시한 '드래그 온 드라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전투와 용을 활용한 슈팅 스타일의 액션 그리고 무려 5종에 이르는 멀티 엔딩을 갖추었지만, 어색한 캐릭터의 움직임과 어정쩡한 전투 시스템 덕에 작품 자체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었지요.

(드래그 온 드래군)
(드래그 온 드래군)

꿀딴지곰 : 어찌 보면 흔한 일본 RPG로 보일 수 있는 이 '드래그 온 드라군'이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누구 하나 멀쩡한 이가 없는 캐릭터들과 어느 루트로 가도 절망만이 존재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 때문이죠. 오늘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먼저 주인공인 카임은 드래곤을 이끄는 제국에 의해 멸망 당한 망국의 왕자로, 본인 생일에 아버지를 잃고 여동생은 강제로 여신으로 선택되어 감금되는 등 모든 가족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레드 드래곤 '앙헬'과 계약을 맺으면서 목소리도 잃어버린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남자입니다.

(드래그 온 드라군)
(드래그 온 드라군)

더욱이 여동생인 프리아에 역시 오빠에 연심을 품고 있으며, 주변 동료들 역시 사랑을 독차지하는 오빠를 증오하여 세상도 멸망시키려는 여동생부터 남편과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을 일삼는 악녀에 비이상적인 성적취향을 가진 전사 등 누구 하나 멀쩡한 캐릭터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죠.

더욱 이 게임을 막장으로 몰아넣는 것은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들입니다. 5개의 엔딩 모두 암울한 현실을 나타내고 있으며, 여신이 된 여동생의 죽음으로 붕괴하는 세계를 막기위해 주인공과 사지를 넘나들며 동료 이상의 존재가 된 레드 드래곤 스스로가 여신이 되어 봉인 당하는 것이 가장 해피엔딩일 정도입니다.

(이 암울함을 보라..)
(이 암울함을 보라..)

꿀딴지곰 : '드래그 온 드래군'은 어느 엔딩도 세계가 평화를 찾았다는 것이 없이 주인공이 사망하던가, 이미 세계가 멸망한 단계에 이르렀던가, 소중한 동료가 적으로 돌변하는 등 다채롭게 꿈도 희망도 없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당시에 상상 이상의 결과로 많은 게이머의 정신세계를 붕괴시킨 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죠.

실제로 '드래그 온 드라군'은 개발자의 정신세계가 의심될 정도의 설정과 엔딩으로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언급되는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으며, 그 컬트적인 인기로 무려 2편의 속편이 등장하는 등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조기자 : 아... 저도 이 게임과 연관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과거 제가 YBM 시사에서 근무할 때 저 '드래그 온 드라군 2'의 국내 정식 발매에 참여하기도 했었으니까요. ^^

학살 류의 게임이어서 처음엔 그냥 '진삼국무쌍'의 아류작 정도인줄만 알았는데.. 꽤 심오한? 세계관과 엔딩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 게임에 대한 영상도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드래그 온 드래군 플레이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BDr8LWCxU

꿀딴지곰 : 자아 다음은 또 우주 명작 중에 하나인 슈팅 게임을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세가의 '이카루가' 입니다. 꼭 암울한 설정까지는 아닙니다만, 엔딩에서도 희망이 없고 또 워낙 게임 자체가 명작이기 때문에 소개하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흑과 백이라는 구성으로 풀어나가는 슈팅 게임)
(흑과 백이라는 구성으로 풀어나가는 슈팅 게임)

꿀딴지곰 : 2001년도에 출시된 흑백 전환이 주가 되는 슈팅 게임이죠. 사실은 ‘레디언트실버건’의 속편 기획으로 출발하여, 새로운 유형의 슈팅게임을 만들겠다는 개발팀 도전정신이 잘 보여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기체 속성을 흑/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기체와 적탄이 동일한 색일 때 흡수하여 파워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기자 : 참.. 피학적인 게임이죠. 좋은 무기를 쓰기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단순하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과감한 도전이 만든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단 4명이서 만든 명작!

꿀딴지곰 : 아이템 입수 같은 요소가 없기에 기체의 파워업은 적탄 흡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같은 색의 적 3개를 연속으로 파괴할 때마다 체인 보너스가 발생되어 스코어가 상승하는 등, 독특한 게임성과 절묘한 밸런스로 지금까지 트레져 게임 중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죠.

(이카루가)
(이카루가)

꿀딴지곰 : 대부분의 기종으로 출시되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특히 엑스박스원으로 즐길 수 있는 하위호환 버전은 고해상도 그래픽을 시작으로 온라인 순위표, 네트워크 협동 플레이, 리플레이 업로드/다운로드 기능 등이 추가되었으며, 아케이드의 느낌을 위해 세로 화면으로 설정할 수도 있어서 더 좋습니다.

오리지널 제작팀이 직접 이식한 만큼 아케이드와 느낌도 완전히 동일하고 특히 피벗 모니터를 가지고 있는 유저라면 그 자리가 아케이드가 되는 마법을 맛볼 수 있습니다.

조기자 : 게임 스토리는 어떤가요? 이 게임도 세계관이 엄청 암울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카루가의 주인공 신라)
(이카루가의 주인공 신라)

꿀딴지곰 : 네.. 암울합니다. 암울합니다. 이 게임에는 '신의 힘'을 이어받은 봉래국이라는 국가가 있고, 이 봉래국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신라라는 주인공이 '비철괴'라는 기기를 조립하게 되죠.

자유를 찾아 날아오른 비철괴.. 하지만 그 앞을 봉래국의 무장 '아사미 카게히사'와 불철괴가 막아섭니다. 불철괴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하여... 신라는 비철괴와 함께 추락하게 되고.. 어느 정신 존재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받으면서 드디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철괴가 바로 '이카루가' 기체이지요.

그리고 이 이카루가가 총 5개의 챕터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강적들이 출연합니다. 첫 번째 불철괴 '에보시도리'를 물리치면서부터 주인공에게는 많은 고뇌가 이어지죠. '그 긍지가 낳은 것은 결국 시체로 쌓은 산이 아닌가' 같은 고뇌를요.

불속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시체의 산, 불타오르는 건물 옥상에서 눈물을 쏟으며 백기를 젓는 장수...

그렇게 고뇌를 하면서, 주인공 신라는 카가리라는 여성과 합류하게 되고, 파이널 챕터까지 이어지면서 신라와 카가리는 마지막 제어장치까지 해제하게 됩니다.

(이카루가)
(이카루가)

마지막 자유의 길.. 하지만 결국 둘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제어장치를 해제시킨 이카루가는 모았던 모든 힘을 단숨에 해방시킨 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신라와 카가리도 정신 존재로 변화되어버리고 말지요.

그 후 신라는 정신 존재가 된 후 '이게.. 잘 한 걸까?' 라고 물으며 엔딩이 끝나게 되죠.

조기자 : 아.. 뭔가 희망적인 부분이 1도 없군요. 일러스트만 봐도 정말 암울한 현실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로 이런 세계관도 좋군요..

(이카루가의 세계관이 이렇게 어두었었나.. 라고 느끼게 된다)
(이카루가의 세계관이 이렇게 어두었었나.. 라고 느끼게 된다)

조기자 : 자 그래도 게임은 우주명작!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을 보세요. 영상은 정말 일품입니다. 암기형 슈팅 게임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카루가 게임 플레이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6YiAe9S_X78

꿀딴지곰 : 자아~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대망의 마지막 게임은 바로~ '스플래터 하우스' 입니다. 이 게임도 또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죠..

(고어함을 타겟으로 한 액션 게임. '스플래터 하우스')
(고어함을 타겟으로 한 액션 게임. '스플래터 하우스')

(화면 가득한 고어함의 향연...게임 명물 피기맨의 모습)
(화면 가득한 고어함의 향연...게임 명물 피기맨의 모습)

꿀딴지곰 : 이 게임은 그동안 소개되었던 공포 게임들이 아동들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어 다소 귀엽게 디자인되어 있었던 반면, 잔인할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는 괴물들의 모습과 그로테스크한 연출들로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맘먹고 성인풍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13일의 금요일로 유명한 살인마 캐릭터 '제이슨'을 연상케 하는 하키마스크를 쓴 주인공 캐릭터라든가, 두 팔에 전기톱을 장착한 피기맨이라는 적 캐릭터는 당시 B급 호러 슬래셔 무비에 크게 영감을 받고 게임을 만든 게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조기자 : 이 게임 꽤 메이저 취급 받지 않았나요? 한때 국내 초창기 게임잡지인 '게임월드'에서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었구요. 제이슨 닮은 캐릭터가 영화와는 다르게 인간들을 사냥하지 않고 괴물들과 전투하는 것이 좀 의아해하긴 했었는데, 그래픽의 그로테스크함이란 당시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월드 창간호를 장식하고 있는 '제이슨')
(게임월드 창간호를 장식하고 있는 '제이슨')

꿀딴지곰 : 게임의 시작은 뭐.. 주인공 닉이 여친 제니퍼와 숲을 걷다 비를 피해 미친 과학자 웨스트 박사의 맨션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둘은 괴물들에게 습격당하고.. 제니퍼는 괴물들에게 끌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닉은 정신을 잃은 다음에 알 수 없는 헬마스크(라 쓰고 하키마스크라 읽는)의 도움을 받아 납치된 여친 '제니퍼'를 구출하러 떠납니다. (이 가면을 쓰면 특이하게도 대머리가 된다는 슬픈 전설이.. -_-;)

(스플래터 하우스)
(스플래터 하우스)

꿀딴지곰 : 좀비개와 폴터가이스트, 거울속에서 뛰쳐나오는 복제된 닉, 역십자가 등 초현실적인 존재들... 게임 내내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이어집니다. 괴물들 목 날아가는 건 예사죠.

그리고 그런 괴물들과 싸우다 보니 어느덧 그들과 동화 되고..(틀려!)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걸 느끼며..어느덧 살육을 즐기게 된 닉.. 오로지 제니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전진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괴물들을 물리치고 만난 제니퍼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죠.

(괴물이 되었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야 만 제니퍼...)
(괴물이 되었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야 만 제니퍼...)

꿀딴지곰 : 이 제니퍼는 어린시절 뒷통수를 칠만한 반전을 줬던 스테이지5의 보스로 등장합니다.. 제니퍼를 만나나 했더니 끔찍한 괴물로 변하는 반전! 진심 플레이하면서 소름이 확~ 돋았던 장면이죠.. (한참 괴물을 때리다 보면 다시 제니퍼로 변해서 가녀린 목소리로 Help me~ 하는 목소리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ㅠㅠ)

(그대로 끝나는 찝찝한 엔딩...)
(그대로 끝나는 찝찝한 엔딩...)

꿀딴지곰 : 그리고 이어진 보스와 엔딩.. 아주 찜찜하게 마무리되죠. 이 게임은 80년대 공포 소재 게임들이 보여줬던 안일한 규칙과 엔딩을 한방에 깨부셔줬던 게임이었습니다. 당시의 아케이드 게임에서도 시리어스한 공포가 가능하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게임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함이 엄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ㅠ_ㅠ

조기자 : 이때의 엔딩 기억납니다.. "아직 이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이렇게 마무리 되었던 것으로...

꿀딴지곰 : 기억하시는군요~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스플래터 하우스2'는 메가드라이브 용으로 출시가 되는데요, 이때는 제니퍼가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해보면 제니퍼를 구출하는 것으로 끝나죠.

하지만 1편에서 워낙 암울하게 마무리되었던 것이라 1편만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이고요, 3편에서 완결이 되니 이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전 시리즈 다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

스플래터 하우스 플레이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xss7N6ELobU

꿀딴지곰 : 휴우..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벌써 시간이 꽤 되었네요 조기자님.

조기자 : 네에. 교수님. 오늘도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가진 게임들이 있지만, 이렇게 슬프고 또 암울한 내용의 게임들이 있다는 것도 많은 분들이 보고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참 다양한 게임세계라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

꿀딴지곰 : 그럼요~ 이런 포스팅도 게임을 고찰하는데 꼭 필요한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조기자 : 흐흐. 자아 이번 시간에는 '눈물이 마를 만큼 처절하고 암울한 게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 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 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꿀딴지곰)
(꿀딴지곰)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조기자)
(조기자)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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