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남자의 로망을 실현한다!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하자!
(해당 기사는 지난 2020년 2월 13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남자의 로망!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즐기는 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종 게임기판, 집에서 할 순 없을까]
꿀딴지곰 : 반갑습니다. 조기자님. 오늘은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하자! 라는 주제로군요. 초창기에 비슷한 주제로 한 번 다룬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쉽지 않은 주제가 될 것 같은데요? 조기자님께서 집에서 에뮬레이터로 불법으로 게임하자고 말씀하실 것도 아닐테니까요.
조기자 : 아..ㅎㅎ 사실 에뮬레이터로 즐기는 게 가장 편하긴 하죠. 만약 특정 게임기판을 가지고 계시다면, 해당 게임은 에뮬레이터로 즐기셔도 무방합니다. 저작권 문제가 없죠. 저도 예전에 게임대회 등을 할 때는 일부러 해당 기판을 이용해 대회를 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연결상의 문제로 에뮬레이터를 이용해서 대회를 할 때도 옆에 기판을 같이 뒀었거든요.
오늘 포스팅도 사실 에뮬레이터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크게 2가지를 알아볼 계획인데요, 첫 번째는 오락실 기판을 어떻게 집에서 손쉽게 즐길 것인가 이고요, 두 번째는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즐길 때, 얼마나 실기에 가깝게 즐길 수 있게 하는가.. 입니다.
꿀딴지곰 : 오호. 사실 이 분야는 조기자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실테니 오늘 이야기는 조기자님 중심으로 풀어가게 되실 것 같네요.
조기자 : 하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ㅎㅎ 일단 함께 시작해보실까요?
[첫 번째 테마, 게임 기판을 집에서 즐겨보자!]
꿀딴지곰 : 어린 시절에 오락실 좀 다녔다! 싶은 중년 남성에게, 게임 기판은 로망일 겁니다. 그동안 저희가 가정용 콘솔 게임기 게임을 많이 소개했습니다만.. 퀄리티는 오락실 게임과 비교 불가였죠.
오락실과 100%에 가깝게 호환되는 네오지오를 제외하고 아무리 슈퍼패미콤이나 메가드라이브 같은 게임기로 용써봐야 오락실의 멋진 비주얼과 사운드를 따라오긴 힘들었습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그저 '이정도면 잘 이식했다' 하면서 눈높이를 낮춰서 즐긴 것일 뿐이었지요.
그래서 중년의 입장에서, 게임기판을 집에서 제대로 즐긴다? 이건 로망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그런 걸 알아보겠다는 거죠?
조기자 : 아 그럼요. 너무 좋은 말씀이십니다. 일단 제일 처음에는 게임기판을 입수하는 법부터 살펴봐야할 것 같은데요, 시중엔 굉장히 다양한 게임기판들이 있습니다. 국내에 심의를 받아서 등록된 게임기판만 해도 3천 개가 넘는다고 들었으니 어마어마한 거죠.
일단 다양한 게임기판이 있으니 종류별로 한 번 보시죠. 우선 네오지오 아시죠? 사무라이 쇼다운, 아랑전설, 용호의권, 킹오파 같은 걸출한 게임들을 탄생시킨.. 그 SNK의 게임들이 바로 이 MVS라는 기판을 통해서 등장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통의 문을 열면 안에 이런 MVS가 있는 겁니다.
조기자 : 그리고 액션 게임의 명가 캡콤에서도 '캡콤 시스템(CPS)'이라는 기판 시리즈를 내놓았는데요, 다른 기판들이 PCB가 드러난 것과 달리 아래처럼 전용 케이스를 갖춰놨습니다. 그래서 다루기가 다소 편했죠.
일단 이런 식으로 생겼고 하단부체 캡콤이라고 새겨져있으면 캡콤 시스템이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천지를 먹다2', '슈퍼스트리트 파이터2' 등 수많은 명작이 이 캡콤 시스템 시리즈를 통해서 탄생했죠.
조기자 : 그리고 세가의 모델 시리즈 기판도 유명합니다. '버추어파이터' 등 다양한 기판이 등장했는데요, 모델1, 2, 3 이렇게 3종류의 기판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조기자 : 이렇게 규격화된 게임기판 외에 잠마 규격이 있는 PCB를 보시면.. 대부분 게임기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시겠습니다.
조기자 : 그리고 이 기판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기판들은 제각기 오픈 플랫폼 같은 개념이어서, 크기나 성능 등이 제각기 다릅니다. '잠마'라는 규격으로 꽂는 부분만 통일화되어 있을 뿐이죠.
꿀딴지곰 : 오랜만에 듣네요. 잠마.. ㅎㅎ
조기자 : 특히나 이 게임기판 쪽은 잘 모르면 사놓고도 고생하시게 마련이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분들이 기판을 무턱대고 구입한 후 쩔쩔 매시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흐흐. 저도 그런 분들 보면 늘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 거리도 멀고..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죠.
꿀딴지곰 : 어떤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인가요?
조기자 : 아무래도 기본 세팅이지요. 적어도 잠마의 핀아웃, 어떻게 꽂아야 하는지, 파워는 어떻게 연결해야하는지, 영상은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조작은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게임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요.
꿀딴지곰 : 그렇군요.. 게임 초보자 입장에선 정말 쉬운 일은 아니겠네요.
조기자 : 그렇죠. 일단 오락실 게임을 하려면 게임기판을 구해야겠죠? 게임기판은 .. 이제 시중에서 거의 팔지 않지요. 일본 옥션이나 이베이, 혹은 각종 아케이드 상가에서 발품을 팔아 구해야 합니다. 서울의 경우 영등포 상가나 을지로 대림상가 등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조기자 : 잘 못찾으시겠으면 아래 링크에서 기판 카테고리를 찾아가보실 수 있을 겁니다.
https://auctions.yahoo.co.jp/category/list/2084047782/
조기자 : 또 대림상가에 가셔서 찾아보시면, 싸게는 5만 원 선에도 기판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비싸고 희귀한 기판은 100만 원도 넘겠습니다만;; 이렇게 잠마 형태의 기판을 구비하시게 되는 게 1차 미션입니다. 이렇게 미션을 완료하시게 되면 이 기판을 연결할 장비가 있어야겠죠. 그런 장비를 마련하셔야 합니다.
꿀딴지곰 : 아 잠시만요 조기자님. 아까 말씀하신 잠마 규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거에요.
조기자 : 아 네; 제가 그 부분을 챙기지 못했군요; 잠마가 무엇이냐.. 기판을 보면 팩 슬롯처럼 된 부분이 있는데요, 그 돌출 부분이 바로 '잠마 규격'으로 규격화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슬롯의 각 핀 마다 어떤 신호가 들어가는지 알아야겠죠? 그래서 잠마 핀아웃을 먼저 봐야겠습니다. 여기서 핀아웃이라는 건 각 잠마 핀 별로 어떤 신호가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설계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조기자 : 이렇게 이미지만 보면 잠마가 뭐야? 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잠마 암놈에 게임기판을 꽂게 되는 겁니다.
조기자 : JAMMA 핀아웃대로 영상, 사운드, 조작까지 선이 연결해서 기판을 작동시키는 겁니다. 보통 캐비닛에는 저런 기판을 꼽을 수 있는 잠마선 암컷 부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기판을 꼽기만 하면 캐비닛에서 화면을 쏘는 거죠.
꿀딴지곰 : 음? 쉬운데요? 그냥 꼽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조기자 : 교수님이야 오락실 기통을 가지고 계시고, 잘 세팅되어 매번 기판으로 게임하시니까 어렵지 않으실테지만, 사실 초보자들에겐 막막한 부분이 많습니다.
꿀딴지곰 : 흐음. 그렇군요. 가장 큰 문제가 뭐죠?
조기자 : 우선은 영상 쪽 연결이죠. 기판은 수평 주파수가 15KHZ거든요. 이게 무슨 얘기냐.. 쉽게 얘기해서 해상도가 320X240 정도라는 뜻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모니터는 수직 주파수(Vertical Frequency)와 수평 주파수 (Horizontal Frequency)가 있는데요, 수직 주파수는 1초당 화면을 몇 번 갱신하는지를 뜻합니다. 그리고 수평 주파수는 수평 라인을 1초당 몇 번 표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80년대 90년대 브라운관은 기본적으로 60HZ의 수직 주파수를 가졌는데요, 이는 초당 60번 갱신된다는 뜻이구요, 여기에 수평주파수 15KHZ를 수직 주파수 60HZ로 나눠보면 250이 나옵니다. 즉 해상도가 250 정도라는 계산입니다. 우수리 떼고 해상도 320X240 정도가 되겠죠.
꿀딴지곰 : 음.. 조기자님. 어렵습니다. 하하하. 무슨 소리인지;;
조기자 : 아; 그냥 쉽게 생각하시면 수평 주파수 15KHZ면 해상도 320X240 정도, 수평 주파수 24KHZ면 해상도 500X380 정도, 수평주파수 31KHZ면 해상도 640X480 정도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로 해상도는 각 기판의 비디오 램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특정할 순 없으니까요. 쉽게 설명드리자면
수평주파수 15KHZ = 15000 나누기 60 => 250 => 우수리 떼고 320X240 정도의 해상도 수평 주파수 24KHZ = 24000 나누기 60 => 400 => 우수리 떼고 500X380 정도의 해상도 수평 주파수 31KHZ = 31000 나누기 60 => 516 => 우수리 떼고 640X480 정도의 해상도
이제 설명이 되었나요?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요, 옛날 TV나 CRT 브라운관 및 오락실 캐비닛들은 일반적으로 수평주파수 15KHZ(해상도 약 320X240)를 지원하니 상관없는데, 요즘 LCD나 디스플레이는 최하 31KHZ를 지원하지 15KHZ를 지원하지 않거든요.
즉, 요즘 디스플레이들은 성능이 너무 좋아져서 옛날 기판들을 돌리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집에서 기판을 돌리려면 2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15KHZ가 지원되는 옛날 CRT 모니터를 구하거나, 혹은 옛날 오락실 게임기를 집에 들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방법이 하나 있겠고요,
혹은 요즘 디스플레이로 옛날 기판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기판의 해상도를 최소 더블로 뻥튀기 해주는 업스케일러'를 구입하는 방법이죠. ‘JAMMA to VGA’ 컨버터 등으로 화면을 업스캔 해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CRT 모니터를 갖추자는 얘기가 먼저 나와야하는데, 뭐.. 엄청나게 많은 CRT 모니터들이 있고, 관련으로 예전에 한 번 다룬 적이 있으니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
레트로 게임 최고의 화질을 꿈꾼다! 최고의 CRT 모니터 편! http://naver.me/xe241BCh
조기자 : 뭐.. 일본의 CRT 모니터 구하시기 어려우시면.. 대림상가 등으로 가셔서 노래방 CRT 모니터 구하셔도 무방합니다. RGB 입력이 들어가는 모니터를 구하시면 5만 원 안쪽에도 구하실 수 있을 거에요.
조기자 : 이렇게 기판을 다이렉트로 연결할 수 있는 CRT 모니터 외에 아예 큰맘 먹고 오락실 게임기를 집에 들여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각 집에 사모님을 꼬셔서 게임기 한 대 들여놓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조기자 : 오락실용 게임기도 종류가 많은데요, 크게 일본에서 제작된 오락실 게임기가 있고 한국에서 제작된 오락실 게임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오락실 게임기로는 뉴넷시티, 넷시티, 블라스트시트, 아스트로시티 등이 있고, 국산은 크라운, 20인치, 14인치형 요런 식으로 분류가 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화질이 좋고 또 선호하는 모델이라면 단연 뉴넷시티가 되겠고요, 구하기 쉬운 모델이라면 크라운, 그리고 장소가 협소하다 하면 14인치 형을 추천드립니다.
조기자 : 이것이 뉴넷시티입니다. 유선형으로 엄청 이쁘게 생겼죠... 이 모델들은 일본에서 ‘나오미’ 기판의 전용 캐비닛으로 등장한 모델로, 29인치 CRT 모니터에 15, 24, 31KHZ 모두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되었고 유선형 몸매에 아주 이쁘게 생겼죠.
아쉬운 점은 일본 내수용이기 때문에 110V로 되어 있어 별도의 트랜스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흰색이라 변색이 잘 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꿀딴지곰 : 15, 24, 31KHZ 다 지원한다는 점!! 3모드 모니터라고도 하죠. 최고의 레트로 게이밍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기자 : ㅋㅋㅋ 집에 한대 들여놓으면 추억을 그냥~ 현실로 옮길 수 있죠. 화질도 끝내주거든요.. 다양한 게임기판들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구요, 엄청 좋은 화질, 그리고 집에 둬도 일단 디자인이 세련되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적으로도 훌륭하지요. 와이프분들께 용서받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꿀딴지곰 : 사실 저도 뉴넷시티를 가지고 있지요. 이 기기에 기판을 연결하면 화면이 아주 이쁘게 나옵니다. 특히 CPS 기판이나 MVS 기판(네오지오)을 꼽아보면 나오는 미려한 화면은 정말.. +ㅂ+ 최고의 캐비닛이라고 할 만합니다!
조기자 :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 모델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에 ‘철권’ 때문에 일부 들어왔었지만 극소량이고.. 지금은 대림상가나 영등포상가 등에서 수입상을 통해 들여와야 합니다. 일본에서의 유통 가격이 4만 엔~6만 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 배송비와 세금을 내고 들여오면 최소 120만 원이 넘죠;;
거기다 최근 상가에 물어보니.. 각종 규제가 심해져서 일본에서 게임기를 들여오려면 각각 200만 원 정도 내야한다 이런 얘기도 있더군요. 정말 매물 귀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꿀딴지곰 : 에고.. 이제는 확실히 비싸졌네요. 일개 유부남이 쉽게 정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네요. ^^ 저는 예전에 60만 원인가 80만 원 정도에 구했었는데.. 휴. 뉴넷시티 말고도 일본에서 유통되는 캐비닛이 더 있겠죠? 더 소개가 가능할까요?
조기자 : 그렇습니다. 크게 블라스트시티, 아스트로시티, 그리고 뉴버수스시티 정도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조기자 : 사실 이 오락실 게임기들은 뉴넷시티 보다 한 세대 이전의 캐비닛들이긴 하지요. 그래도 화질이나 성능으로는 절대 꿇리지 않을 대표적인 캐비닛들입니다. 시중에 만약 이런 종류의 캐비닛이 있다! 화면이 좋다! 그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아야 합니다. 귀한 놈들이니깐요. 흐흐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저도 일본에 출장갔을 때, 오락실에서 블라스트시티의 아름다운 화면을 보고 집에 캐비닛을 들이자고 결심했을 정도니까요. 도트가 찬란하게 빛을 뿜어내주는데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ㅂ+ 그 아름다운 화면이란... 제가 애타게 찾던 가장 이상적인 추억의 아케이드 화면이었어요!
조기자 : 아스트로시티는 블라스트시티보다 한단계 전 모델인데, 아쉽게도 15와 24만 지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뉴버수스시티는 블라스트시티와 완전히 사양이 같고요, 대전 전용으로 두 대가 함께 붙어있지요.
조기자 : 일본 캐비닛은 이정도로 마치고.. 2번째로 크라운 게임기와 그 밖의 캐비닛을 보시면.. 크라운 게임기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겁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많이 보였던 그 캐비닛이거든요. 크라운 캐비닛도 사실 몇 종류가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녀석은 바로 이 녀석입니다. 203 모델이지요.
조기자 : 29인치 삼성 브라운관을 채용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게임센터 업주분들이 그때그때 15KHZ, 24, 31 전용 브라운관으로 바꿔서 달았었어요. 그래서 일제 캐비닛처럼 뭘 지원한다 이렇게 정의하기는 어렵죠.
예를 들어 일반 비행기 게임이나 ‘킹오파’ 등을 켤 때는 15 KHZ 브라운관을 넣었지만 ‘보난자 브라더스’나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를 꼽을 때는 24KHZ, PC 베이스의 게임기들을 연결할 때는 31KHZ를 꼽아 넣었던 겁니다.
꿀딴지곰 : 크라운은 아주 익숙한 캐비닛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저 "몽둥이" 스틱 기억나네요(동그란 일제 스틱과 다르게 몽둥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 예전에 한국은 몽둥이 스틱 많이 썼었는데. 요즘도 ‘철권’이나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를 하시는 전문 격투 게이머들이 저런 스틱을 많이 쓰시죠.
조기자 : 역시 교수님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이 크라운 게임기를 추천드리는데요, 이유는 저렴하고 아직도 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30만 원 선이면 정비가 잘된 녀석을 구매하실 수 있을 거에요.
집에 깨끗하게 정비된 녀석을 하나 갖춰두시면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행복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
꿀딴지곰 : ㅎㅎ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유부남들이 게임기를 집에 못두는 이유는 마눌님께서 경끼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조기자 : 그렇죠; 그래서 게임기가 아닌, 별도로 게임기판을 집에서 돌리는 방법을 소개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게임기판을 집에서 돌리려면 '컨트롤 박스'라는 걸 구축하셔야 합니다.
꿀딴지곰 : 오 컨트롤 박스로군요.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 건가요?
조기자 : 네에 사진을 보시면 직관적으로 되어 있다는 걸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앞 부분에 잠마 슬롯을 꽂을 수 있게 되어 있고요, R G B 영상 입력, 그리고 아래쪽에 15핀 커넥트가 바로 조작 부분입니다. 그리고 왼쪽에 흰색이 전원, 오른쪽이 영상 선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상, 조작, 사운드, 전원이 들어가도록 구성된 장치죠.
조기자 : 이렇게 보시면 기판을 연결한 후 전원을 PC파워에서 추출해서 넣어주고, 15핀 조이스틱을 연결해주고, 영상 및 사운드 단자를 꽂아주면 집에서 게임을 하실 수 있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는 이렇게 조이스틱을 아예 만들어놓기도 했는데요.
조기자 : 하지만 초보자분들은 만드시기 어려우실테니 옛날 네오지오 스틱을 구하시면 바로 연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꿀딴지곰 : 흠.. 그런데 영상 문제가 있지 않나요? CRT 모니터가 있으신 분들이야 척척 CRT로 핀배열 맞춰서 연결하면 되지만, 요즘 모니터는 15KHZ를 지원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지 않나요? 최신 모니터에서 게임기판을 돌릴 수 있도록 컨버터가 있어야할 것 같은데요.
조기자 : 맞습니다! 아까 잠시 언급했던 얘기를 기억하시는군요; 이렇게 컨트롤 박스로 사운드, 조작, 파워 전부 했더라도 정작 화면이 안나오면 안되겠죠. 그래서 컨버터를 쓰셔야하는데요, 중국산 3만 원짜리부터 40~50만 원짜리까지 다양한 컨버터가 존재합니다.
컨버터의 역할은 과거 15khz 영상을 1080P HDMI 영상으로 최대한 이질감없게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옛날 RGB 화면을 최신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OSSC(Open Source Scan Converter)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가성비가 좋은 편이거든요. 아니면 프라임 마이스터도 좋고요.
조기자 : 이 컨버터들은 15KHZ의 신호를 31KHZ 이상의 신호로 뻥튀기 해주며, 또 최신 디스플레이에서 연결되도록 HDMI를 지원하게 되죠.
즉, 게임기판 => 컨트롤 박스 => 컨트롤박스의 출력단자 => 업스캔 컨버터 (OSSC나 프라임마이스터) => 일반 TV나 모니터로 출력
이렇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조금 힘들어보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세팅만 해두시면 그 뒤는 기판만 주욱 사서 모으시면 되는 구조가 됩니다.
아래에 참고로 MVS 기판에 OSSC + OLED 모니터를 연결한 화면을 공유해봅니다.
AES + OSSC + OLED 4k PANEL 55B7V :
https://www.youtube.com/watch?v=suymH1FagOM
꿀딴지곰 :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죠.
조기자 : 무엇이 문제인가요?
꿀딴지곰 : 기판이..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보관이 어렵다는 점이죠.
조기자 : 아... 그렇습니다. 보관이 절대 쉽지 않죠; 보통 신문지에 잘 싸서 책장에 꽂아놓는 정도가 되겠습니다만;;; 그부분은 유부남분들께서 알아서 하시는 걸로 (-_); 절대 습기가 차지 않도록 잘 보관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테마, 에뮬레이터 활용하기]
꿀딴지곰 : 자아 이제 두 번째 테마로군요. 에뮬레이터 활용하기...
조기자 : 네 사실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실행하시려면 해당 기판을 가지고 있거나, 게임기의 경우 해당 게임을 가지고 계신 경우에 한해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일반 LCD 모니터에 에뮬레이터 게임을 실행하면, 절대 옛날의 오락실에서 보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아실 거에요. 실기와 전혀 다른 느낌을 보실 수 있죠.
조기자 : 이렇게 에뮬레이터로 돌리면 화면이 이상해집니다. 레트로 게임들은 예전에 CRT 모니터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된 게임들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스캔라인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게임들이기 때문에 일반 LCD에서 억지로 구현하다보니 이상해지죠.
이렇게 즐기는 것은 그야말로 '오락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입니다.
그래서 PC 에뮬레이터로 그럴듯하게 오락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크게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15KHZ 지원이 되는 CRT 모니터에서, 그래픽 카드를 해킹하여 15KHZ 원본 해상도로 즐기는 것,
또 하나는 31KHZ 환경이지만 거기서 스캔라인 비슷한 효과를 줘서 15KHZ 같은 느낌을 내주는 방법입니다.
꿀딴지곰 : 오.. 그래픽 카드를 해킹한다구요?
조기자 : 넵. 요즘 그래픽 카드는 최저 구현 해상도가 31KHZ 거든요. 640X480 보다 작은 해상도는 출력되지 않도록 조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유럽의 해커분이 라데온 계열의 옛날 그래픽 카드를 해킹을 해서 15KHZ 출력이 나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VGA(D-sub) 포트가 달린 그래픽 카드는 전부 해킹이 되죠.
해킹을 하면 80~90년도에 나왔던 레트로 게임의 원본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원본 해상도 출력 + CRT 모니터면 그야말로 옛날 오락실 느낌을 그대로 낼 수 있게 되죠.
꿀딴지곰 : 오.. 그렇게 가능하군요.
조기자 : 물론 PC 에뮬레이터이기 때문에 화면 싱크나 동작 딜레이 등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만, 일단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집에서 오락실 게임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구현 방법은 아래 링크에 나와있습니다. https://cdcruze.com/2019/03/retroarch-and-crt-emudriver-setup-guide/
조기자 : 영어여서 어려우실까봐 국내 블로그 링크도 참고하시라고 가져왔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ooyil&logNo=120177134605&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조기자 : 두 번째 방법은 더 쉬운 방법입니다. 에뮬레이터에 여러가지 화면 필터를 넣어서 15KHZ 출력의 브라운관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겁니다.
최근 마메나 에뮬레이터에 어드밴스드 설정으로 들어가면 CRT 느낌을 내주는 필터들이 많습니다. 그런 느낌까지도 에뮬레이터 되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 성능을 많이 빨아먹습니다만, 이런 필터를 사용하면 훨씬 부드러운 느낌의 화면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조기자 : 특히 이러한 CRT 기술은 암부와 휘도가 높은 모니터들과 만나면 CRT 못지않은 화면을 자랑합니다.
예를 들어 PDP 쿠로에 PC를 연결해서 CRT 필터(HLSL) 등을 처리해주면 집에서도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주죠. 저도 소니 BVM OLED나 BVM L231 등을 활용해서 가끔 테스트해보는데, 세팅을 잘만하면 CRT 모니터가 필요없겠다는 생각까지 들만큼 훌륭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
꿀딴지곰 : 우워 BVM L231에 필터를 넣었더니 정말 CRT 부럽지 않은 화면이 나오는군요;;
조기자 : 네. 요즘 LCD 모니터도 엄청 발전을 했으니까요. 필터도 점점 발전하면서 점점 CRT 모니터를 대체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아래 영상을 보시면 OLED 모니터에 에뮬레이터를 돌린 화면도 간접 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3qgmd4UHg
꿀딴지곰 : 흠.. 이 세팅은 쉽나요?
조기자 :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다루기에는 너무 긴 내용이어서... 자세한 건 각종 게임 커뮤니티의 GLSL이나 HLSL 등으로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고해보세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amelkill&logNo=220753591051&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조기자 : 슬슬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에뮬레이터 사용에서 게임 롬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훔치는 절도나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모쪼록 자신이 롬팩을 가지고 있거나 기판을 가지고 있을때 더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이니 염두에 둬 주셨으면 합니다.
휴우... 교수님 오늘은 이정도로 할까요? 오늘 어떠셨는지요? 한꺼번에 다룰 내용이 많다보니 좀 번잡해진 느낌도 있어서, 편하게 취미 생각으로 오셨던 분들 중에는 당황하셨을 분들도 계실 것 같거든요.
꿀딴지곰 : 아닙니다. 조기자님. 오늘은 제가 뭐 특별히 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레트로 게임계에 이런 주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기자 : 감사합니다. 그럼 교수님 오늘은 이정도로 마무리하시죠.
꿀딴지곰 : 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주에 또 뵈요 ^^
조기자 : 흐흐. 자아 이번 시간에는 '오락실 게임을 집에서 즐기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삼아 진행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