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게임패스로 '찍먹' 하세요 '더 미디엄'
엑스박스 시리즈 X/S 론칭 이후 테트리스 이펙트 커넥티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콘솔 독점작 소식이 없었던 엑스박스 진영에서 '더 미디엄(The Medium)'이라는 호러 게임이 엑스박스 콘솔 독점으로 지난 1월 28일 출시됐다.
이 게임은 블레어 위치, 옵저버 및 레이어스 오브 피어 등을 제작한 블루버 팀이 선보이는 호러 게임이다. 그동안 블루버 팀이 선보여온 게임들이 인디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점과 엑스박스 시리즈 X/S 콘솔 독점으로 발매된다는 점이 시너지를 일으켜 게임의 기대치도 더 높아졌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을 먼저 전하면,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찍먹'해보길 권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호러 게임 장르도 장르지만,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6~7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아 '찍먹'하러 들어왔다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여기에 기자가 즐긴 PC버전 기준으로 지포스 RTX 3080으로 풀HD 해상도에서 60프레임 유지도 힘든 최적화와 사양 문제도 있다. 게다가 게임이 정가 기준 6만 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게임보다 게임의 가격이 더 무섭다. 또 한국어도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러 이 게임은 게임 패스로 하세요라며 내놓은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다.
'더 미디엄'을 처음 켜면 과거 호러 장르 인기 게임인 '사일런트 힐'이나 '바이오하자드' 초창기 시리즈의 불편한 카메라 시점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자유롭지 않은 카메라 시점이 주는 갑갑함, 그리고 이 카메라 시점을 활용한 호러 연출 등도 잘 구현됐다. 좁은 복도에서 정체불명의 괴물과 펼치는 추격전과 숨바꼭질과 같은 플레이가 백미다.
게임의 다른 플레이도 과거 호러 게임과 비슷하다. 대부분 게임 내 퍼즐 요소가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열쇠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찾는 식이다. 또 볼트 커터나 면도칼 등을 활용해 문을 열 거나 가죽을 찢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최신 그래픽으로 만나는 과거 호러 게임의 귀환과 같은 느낌이지만, '더 미디엄'은 자신만의 색을 더해 차세대 호러 게임다운 모습을 보인다.
1990년대 후반 폴란드. 게임의 주인공인 '매리앤'은 '토마스'라는 인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니와 리조트'를 찾는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근원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매리앤'은 일반인과 달리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를 느끼고 탐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더 미디엄'은 두 세계를 접할 수 있는 '매리앤'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다른 게임과 차별화 포인트를 챙겼다. 게임 내에서 한 화면에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가 게이머 눈앞에 동시에 펼쳐진다. 화면을 갈라 한쪽은 물질세계의 모습이 다른 한쪽에는 영의 세계가 표현된다. 아마 이 두 세계를 동시에 렌더링하는 방식에서 사양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영의 세계에서 매리앤이 영혼과 이야기하기 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물질세계에서는 혼자 떠들고 있는 매리앤의 모습이 그려지는 식이다. 이러한 두 세계 동시 연출은 게임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한다. 당연히 영의 세계는 기괴한 영상미를 가졌다. 영의 세계 구성은 폴란드의 예술가 'Zdzisław Beksiński'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두 세계가 같은 공간에 그려지고 있고 서로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도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다. 게이머는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에 자리한 '매리앤'을 동시에 조작한다. 한쪽만 조작해도 다른 세계에 있는 매리앤도 똑같이 움직인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두 세계를 동시에 조작할 때도 몸을 잠시 떠나 영의 세계에서만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질세계에서는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곳도 영의 세계에서는 이동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다음 장소로 나아가기 위한 아이템을 영의 세계에서 빠르게 획득해 몸으로 돌아오는 플레이도 종종 필요하다. 몸을 떠난 영혼은 존재가 약해지며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니와 리조트' 곳곳에는 거울 마련돼 있으며, 거울을 통해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를 온전히 오갈 수 있다. 물질세계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영의 세계로 넘어가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두 세계를 오가며 해결하는 퍼즐이나 게임 플레이 등이 '더 미디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강점이다. 일반적인 고전 호러 게임이 가진 퍼즐의 단계를 한 차원 더 끌어 올렸다.
호러 게임으로 가진 재미도 나쁘지 않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괴물인 '모(MAW)'가 등장하며, 모는 영의 세계는 물론 물질세계까지 침범해 '매리앤'을 위협한다. 게이머가 '모'를 물리칠 방법은 없다. 영의 세계에서는 영적 에너지를 모아 방어막이나 특정 장치를 발동시키는 에너지를 만든다. 이 영적 에너지를 발사해 '모'를 잠시 떼어 놓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공포의 존재인 '모'를 피해 '니와 리조트'에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매리앤'이 아닌 다른 인물도 플레이하면서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되고 숨겨진 진실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야기가 이끌어 가는 게임임에도 한국어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 내 대화나 각종 단서가 엄청난 어휘 능력이 필요로 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더 미디엄'은 과거 호러 게임의 모습에 '매리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두 세계의 이야기를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재미를 전한다. 두 세계의 반대 되는 모습처럼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반되는 이미지나 상징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해석이나 이해는 게이머의 몫일 것이며, 이는 꽤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