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임은 내가 정한다. 전문가 평점 안 믿는 게이머들

게임 출시 때마다 판매량에 많은 영향을 주던 전문가 평점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게임 전문지들은 게임이 발매되기 전 프리뷰 버전을 실제로 플레이해보고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가장 정확한 정보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 실제 게이머들의 반응과는 동 떨어진 평가를 내리는 곳들이 많아서, 신뢰를 잃고 있는 것.

특히, 게임에 대한 지식이 게이머들보다 부족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평가를 내린 사례들도 종종 발각되고 있으며, 장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평가절하 하는 경우도 있어 게이머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이렇게 전문가 평점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엄청난 논란 속에서도 결국 최대 GOTY를 차지한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다.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는 지난 2013년 PS3 황혼기 시절 기기 성능을 200% 끌어낸 완벽한 그래픽과 게임성,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그해 GOTY를 휩쓴 더 라스트오브어스의 후속작답게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다.

출시 전 발표된 전문가들의 리뷰는 팬들의 기대대로 전작보다 발전한 그래픽과 액션,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높게 평가하면서 출시전 기대감을 더 끌어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는 전작의 아름다운 추억을 모두 날려버릴만한 충격적인 스토리로 팬들의 기대를 완벽히 저버렸다. 전문가들은 당시 게임업계를 강타한 PC(정치적 올바름)까지 반영하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 팬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는 지난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최다 GOTY를 수상하면서 겉으로는 성공적인 후속작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덤핑작 신세가 됐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상반된 평가_출처 메타크리틱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상반된 평가_출처 메타크리틱

최근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스퀘어에닉스의 신작 브레이블리 디폴트2의 사례도 흥미롭다. 이 게임은 과거 닌텐도3DS로 발매됐던 작품의 후속작으로, 지난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옥토퍼스 트래블러 개발진이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게임이 논란이 된 것은 출시전 발표된 서구권 전문지에서 5점 만점에 2점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은 근래 최고의 게임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브레이블리 디폴트2
브레이블리 디폴트2

혹독한 평가를 내린 전문지에서는 너무 뻔한 왕도형 스토리, 과도한 레벨 노가다 강요, 지나치게 어려운 보스 난이도, 창의적이지 않고 낡은 시스템 등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식 RPG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다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의 반응은 과거 슈퍼패미콤, PS1 시절의 클래식한 일본식 RPG에 대한 로망을 가장 완벽히 부활시킨 게임이라는 평가다. 뻔하다고 지적받은 왕도형 스토리는 거북한 반전이 없어서 안심이 되고, 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레벨 노가다는 성장의 재미, 그리고 지나치게 어려운 보스 난이도는 잡과 어빌리티의 조합을 연구하는 재미를 준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근래 출시되는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낡은 게임이라는 지적이 아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애초에 클래식한 일본RPG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만든 게임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특히, 과거 일본 RPG의 추억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것에 주력한 개발진의 노력을 감안하지 않고, 일본식 RPG의 구조적인 단점만 평가절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게임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는 메타크리틱 점수에 따르면 전문가 평점은 77점으로 평작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에, 이용자들의 평가는 8.5점으로 더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브레이블리 디폴트2 평가_출처 메타크리틱
브레이블리 디폴트2 평가_출처 메타크리틱

이렇다보니, 게이머들 사이에서 전문가들의 평점을 믿기 보다는 유튜버들의 실제 플레이, 혹은 실제 구매자들의 평가를 더 신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평가를 믿는 것이 실패할 확률이 더 적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스팀에서는 구매 페이지에 이용자들의 소감을 올리면서, 평가한 이의 실제 플레이 시간을 덧붙여 평가에 대한 신뢰를 더하고 있다.

수많은 게이머들의 평가를 종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GOTY가 게임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하지만,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처럼 GOTY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가 다시 반복된다면, 성공한 게임의 훈장 같은 개념인 GOTY 에디션 발매를 다시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리뷰 작성자의 실제 플레이 시간을 공개해 신뢰감을 주는 스팀
리뷰 작성자의 실제 플레이 시간을 공개해 신뢰감을 주는 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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