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구시대의 유물 같은, 그래서 더 반가운, 브레이블리 디폴트2
지난해 클래식한 도트 그래픽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옥토패스 트래블러 개발진이 또 고전 게임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신작을 선보였다.
이번에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브레이블리 디폴트2는 과거 닌텐도3DS로 발매됐던 브레이블리 디폴트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한국에서는 한글화 발매가 아니다보니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과거 슈퍼패미콤 시절 빛나던 스퀘어에닉스를 추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기 시리즈다.
이번에는 국내 닌텐도 스위치 열풍과 지난해 한글판으로 재발매된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인기 덕분인지 이번 작품 역시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되어 일본과 동시 발매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옥토퍼스 트래블러 개발진의 작품이라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게임이 지향하는 목표는 과거 인기 있었던 클래식한 JRPG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3D로 만들어져 있기는 하나, 예전 슈퍼패미콤이나 PS1 시절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SD 캐릭터들이 친숙한 느낌을 주며,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숨겨진 아이템, 잡과 어빌리티 시스템 등 게임 곳곳에서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퀘스트 같은 고전 RPG의 전성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이 게임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고 하면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 브레이브와 디폴트를 활용한 전투 시스템이다. 고전 RPG를 지향하는 게임답게 턴이 돌아왔을 때만 행동할 수 있는 턴제 전투 방식이지만, 디폴트를 누르면 턴을 최대 3턴까지 세이브할 수 있고, 브레이브를 쓰면 최대 3턴까지 당겨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턴제보다 더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이 전사했을 때 부활 아이템을 쓰면, 이어지는 적의 공격에 다시 죽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브레이브로 여러 턴을 한번에 써서, 부활 시킨 후 체력 회복 아이템까지 써줄 수 있으며, 적의 체력이 많이 남지 않았을 때는 3턴을 당겨와서 최대 4번까지 연속 공격을 할 수 있다.
물론, 턴을 당겨쓰면 턴이 회복되기까지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춰 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재미가 있으며, 적들도 똑같이 턴을 당겨쓸 수 있기 때문에, 갑작스런 무차별 폭격으로 팀원이 전멸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침묵, 독, 마비 등 각종 상태 이상의 영향이 매우 큰 편이기 때문에, 적의 특성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보스전은 엄청나게 어렵게 느껴진다. 난이도를 낮춰도 이런 상황이 똑같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모르고 게임을 접하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보스전 난이도 때문에 스위치를 집어던질 가능성도 있다.
브레이브와 디폴트 시스템의 전략성을 더욱 심도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잡과 어빌리티 시스템이다. 이 게임은 등장 캐릭터가 많지 않은 대신, 아스타리스크라는 보석을 획득한 후 그 보석이 지니고 있는 직업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직업 레벨을 올릴 때마다 다양한 직업 스킬을 획득하게 된다. 또한, 직업마다 직업 경험치 보너스, 전투 종료 후 상태이상 회복 등 특수 어빌리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어빌리티를 착용하면 일종의 패시브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스킬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업의 레벨을 끝까지 올려야 하며, 메인 직업 외에 서브 직업을 하나 더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직업 조합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직업의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다. 즉, 직업 레벨을 올리기 위한 노가다가 필수다(초반에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적어도 프리랜서 11레벨에 배우는 부딪치기 스킬까지는 획득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투 배속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빨리 올릴 수 있다).
스토리는 여러 캐릭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배치해 다소 혼란스러웠던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달리 전형적인 왕도형 스토리다. 망국의 공주 글로리아가 어느날 갑자기 바다가로 떠내려온 주인공 등과 함께 세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4개의 크리스탈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나쁘게 말하면 식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모 게임처럼 너무 충격적이어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일이 없는 적당한 반전이 끝까지 몰입감을 준다.
이렇듯, 고전 게임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보니, 최신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낡은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기 쉽다.
실제로 서구권 게임전문지에서는 5점 만점에 2점이라는 평가를 내린 곳도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편이다. 턴을 미루고 당기는 브레이브, 디폴트 시스템을 활용한 전투는 인상적이나, 너무 뻔한 왕도형 스토리, 과도한 레벨 노가다 강요, 지나치게 어려운 보스 난이도, 존재감 없는 주인공, 창의적이지 않고 낡은 시스템, 세이브의 불편함, 멀티플레이 요소 부재 등 고전 JRPG의 낡은 부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게임전문지의 평가와 반대로 근래 즐겨본 RPG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다. 애초에 고전 게임의 로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 때 추억을 그대로 재현하는게 목적인 게임인데, 너무 고전 게임 같은 것을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 게임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인 퀘스트와 아예 동떨어진 서브 퀘스트는 이해할 수 없는 동선으로 귀찮음을 더하고, 레벨 노가다도 추억의 일부라고 치더라도, 메인 잡에만 경험치를 줘서 매 직업마다 별도로 레벨 노가다를 하게 만든 것 역시 플레이 시간을 강제로 늘리려는 어설픈 속셈이 느껴진다.
또한, 아기자기한 느낌은 좋지만,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은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최적화 작업이 부족했는지 로딩이 너무 잦고, 느리고, 전반적으로 불친절한 게임성 때문에 게임 내에서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공략집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작년에 나온 드래곤퀘스트11도 비슷하게 클래식한 RPG이지만, 이정도로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이런 점을 크게 지적하면서 점수를 깎았더라면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예전 왕도형 RPG의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요소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낡은 게임일 뿐이다. 어차피 과거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추억이 있거나, 최근작인 옥토패스 트래블러를 재미있게 즐긴 이들만 관심을 가질만한 게임이니, 메타 스코어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의 취향을 믿기 바란다.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인생 작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