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가 터트린 동북공정 논란, 게임은 더 은밀하고 체계적

중국의 동북공정 야심이 드러난 조선구마사가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태종, 최영 장군 등 실존 인물의 비하와 중국풍 설정 등 역사 왜곡으로 충격을 안겨준 조선구마사는 온 국민의 단합 덕분에 방영 2회만에 폐지되는 다행스러운 결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설강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중국 개입 의혹이 있는 드라마들까지 번지면서 사태가 계속 확산되는 중이다.

중국은 최근 가장 논란이 된 한복은 물론, 갓, 김치, 쌈, 삼계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문화가 중국의 것을 모방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이러다가 코로나19를 빼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라 주장할 기세다.

논란 끝에 2회만에 방송 폐지된 조선구마사
논란 끝에 2회만에 방송 폐지된 조선구마사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임 역시 동북공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아이러브니키의 후속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페이퍼게임즈코리아의 샤이닝니키는 한복 논란으로 인해 출시 일주일만에 서비스 중지, 그리고 한국지사 철수라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인디 게임 SKY: 빛의 아이들의 개발사 더게임컴퍼니는 게임 속에 추가된 모자 아이템 갓이 중국의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갓으로 논란이 된 SKY빛의 아이들
갓으로 논란이 된 SKY빛의 아이들

두 게임 모두 처음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조용히 관련 아이템을 선보였으나, 이후 중국 이용자들이 관련 아이템들을 보고 중국의 것임을 인정하라고 논란을 키우자,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항상 조국과 일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더게임컴퍼니의 제레미 첸 대표는 “나는 중국사람이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에 추가된 아이템은 한국의 갓이 아니라 명나라 큰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중국 동북공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소름을 돋게 한다.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입장문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입장문

심지어 미국 기업인 블리자드의 인기작 오버워치에 음력설 관련 한국형 스킨들이 추가되자, 한국 문화는 중국의 것을 베낀 것이니, 한국의 설날이 아니라 중국의 춘절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이용자들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된 엔터테인먼트, 음식, 의상 등에서 동북공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훨씬 이전부터 체계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은 2002-2007년 수행된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북공정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 뿐만 아니라 주변 아시아국가 모두를 자국 문화로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적인 주장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통해 자국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 하에, 게임 등 중국 내 모든 콘텐츠 회사에 관련 내용으로 강력한 권고를 날리면서, 동북공정의 씨앗을 심었으며, 이후 2013년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을 설립하고 자국내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더욱 강화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동북공정 관련 논란이 된 것을 보면 중국 정부가 직접 움직인다기보다는 중국인들의 공격적인 발언을 계기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차근차근 다져진 중화우월주의가 최근 BTS, 킹덤 등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한류에 대한 위기감을 만나 삐뚤어진 애국주의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미디어 검열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중국의 미디어 검열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이렇게 오래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 움직임이 당시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초창기 중국 문화 콘텐츠 산업이 자체 생산한 콘텐츠 보다는 한국 온라인 게임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에 네이멍구 몽골 영토 표기, 대만 명칭 표기 등으로 심의를 거부당한 거상 온라인이나, 팬더를 몬스터로 넣어 심의를 거부 당한 샤이닝로어처럼 초반에는 자국 문화 보호 측면으로 검열을 활용했으나, 이후 모바일 게임 시대가 시작되면서 중국 자체 생산 콘텐츠들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자, 이제는 동북공정 등 중국 중심의 문화 왜곡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남들이 만든 것이었으니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이닝니키 한복 논란이 있기 전에도 중국 청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한 모바일 게임 후궁의 법칙에서 별다른 설정도 없이, 은근슬쩍 한복을 등장시킨 바 있다. 당시에는 인기 게임이 아니기도 했고, 한국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인 것처럼 인식돼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청나라 배경의 게임에 한복을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한복도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인들이야 당연히 청나라 의복과 한복의 차이를 인식하겠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눈에는 복장의 차이가 느껴질리 없다.

청나라 배경의 게임에 한복이 등장하는 후궁의법칙
청나라 배경의 게임에 한복이 등장하는 후궁의법칙

샤이닝니키 역시 한국에서는 거센 반발로 철수를 결정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잘 서비스되고 있으며, 논란이 된 '품위의 가온길'과 '세월 속 한울'은 삭제됐지만, 다른 한복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 내 회사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에도 손을 뻗고 있다는 점이다. 헐리우드는 물론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JTBC스튜디오, YG엔터테인먼트처럼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도 막대한 중국 자본이 침투한 상태이며, 게임 업계도 상당수의 회사가 중국 자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금이야 중국 시장이 막혀 있는 상태이지만, 향후 판호가 본격적으로 개방되면, 판호를 댓가로 어떤 요구를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는 김구 선생의 꿈이 이제 한류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는 지금, 조선구마사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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