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철권 프로게이머 디렉터가 “세 번이나 게임을 뒤엎은 이유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세 번 개발을 뒤집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순탄치 않은 길이었고, 이게 맞나 싶기도 했었지만, 회사의 믿음을 기반으로 더 색다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라인게임즈 산하의 개발 스튜디오 픽셀크루즈의 첫 작품 '가디언크로니클'이 지난 3월 25일 한국 서비스에 돌입했다. 지난해 글로벌 소프트 런칭을 진행한 ‘가디언크로니클’은 작년 11월 캐나다, 호주 등 160여 국가에서 소프트 론칭 및 스팀 얼리 엑세스를 진행하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진행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품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타워디펜스 기반의 전개와 유닛 조합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일으키는 전략성과 몬스터의 종류와 특성이 매우 다양해 순간적인 변수가 발생하기도 하며, 협동(Co-op) 모드인 ‘협동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모드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디언크로니클의 개발을 담당한 픽셀크루즈의 김훈일 디렉터는 '가디언크로니클'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도전적인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크로니클은 내부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게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개발하면서 기획을 크게 3번 정도 엎었는데, 다른 회사였으면 어려운 일이었죠. 하지만 픽셀크루즈의 인원들이 우리의 결정을 믿어 주었고, 그랜드 런칭 이후에는 반응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누구나 손쉽게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피드백을 보니 좋아하는 유저는 꾸준히 즐기는 게임으로 점점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김훈일 디렉터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0원'이라는 닉네임으로 철권 프로게이머로 활약하며, 격투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이기도 하며, 라인게임즈의 전신인 '넥스트플로어'에서부터 '프렌즈런' 디렉팅을 맡는 등 ‘非 개발자 출신 디렉터’라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은 '가디언크로니클'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이 게임은 타워디펜스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가디언(유닛)을 합쳐 강화할 수 있으며, 이 가디언은 공격 범위, 속도, 효과가 모두 다르고, 합체 시 광역 공격을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진다. 더욱이 상대의 덱을 빠르게 파악함과 동시에 상황에 맞추어 가디언을 배치하고, 합체시켜야 하므로 게임의 템포가 매우 빠르다.
여기에 몬스터 중에서는 파괴되면서 여러 몬스터로 분산되는 식의 타입도 존재해 무작정 합체시키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가디언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쟁전 이외에도 다른 게이머와 합심해서 몬스터를 방어하는 협동전 모드가 존재하는 등 일반적인 타워디펜스 게임과는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김 디렉터는 게임을 설계할 때부터 전략성이 돋보이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했으며, 처음 입문하는 유저들을 위해 플레이 시간을 5분으로 기준을 잡는 등 허들을 낮추고, 숙련자들을 위한 다양한 모드를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소프트런칭을 했을 때 재미는 있는데,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운의 영역이 전략적인 부분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5분 플레이를 기준으로 최대 20번 게임을 하면 일일 맥스 보상을 제공하는 등 게임 플레이 타임을 줄이고, 전략을 돋보이도록 노력했죠. 현재는 DAU(일일 사용자) 대비 매출도 타 게임보다 좋은 편이고, 잔존율도 14일 정도로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디언크로니클'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스팀으로 서비스 되어 소프트 런칭 당시 80%이상의 유저가 스팀으로 접속할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으며, 아시아는 물론, 서양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존 타워디펜스 게임과 차별화를 위해 게임 타이틀 역시 '디펜스'에만 치중해 퀄리티가 낮은 게임이 범람하는 것을 보고, '랜덤', '디펜스' 등을 제외한 '가디언크로니클'로 결정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 디렉터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권에서는 '경쟁전'의 선호도가 높으며, 타워 디펜스 장르의 골수 유저들이 많은 서양권의 경우 '협동전'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한, 해외 타워 디펜스 게임에서 등장하는 싱글 플레이에 대한 요구가 많아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선보일 예정이며, 길드 콘텐츠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대형 레이드 보스를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개발 중이라 변경될 수 있지만, 단순하게 경쟁하는 것으로는 메타가 한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여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일례로 서양권 유저의 경우 더 어려운 미션을 내달라는 요구도 많기 때문에 특별한 조건의 가디언만 사용하거나, 대미지를 1밖에 줄 수 없는 보스가 등장하는 것과 같이 여러 조건을 지닌 '요일던전' 같은 시스템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김 디렉터는 철권 프로게이머 출신답게 패치 혹은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하는 메타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파악하고 있으며, 유저들의 의견을 빠르게 게임에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디언크로니클의 경우 4주에 한번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한 시즌에 2개의 신규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핵심 모드의 경우 12주에 한 번씩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온라인대전으로 진행되는 타워디펜스 게임인 만큼 업데이트와 밸런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런칭 이후부터 4주 업데이트마다 데이터를 보면서 승률이나 데이터를 보고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고 있고, 극단적인 너프와 버프 없이 최대한 게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규 시즌이 도입돼도 밸런스 패치에 더 반응이 좋을 정도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2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가디언크로니클'은 지난달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이제 막 첫발을 뗀 게임이다. 냉혹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김훈일 디렉터는 '가디언크로니클'을 언젠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각오를 전했다.
"'가디언크로니클'은 아직 스팀이나 글로벌 경험이 시도하는 단계인 만큼, 미숙한 점도 많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몇 번 엎었을 때 게임 출시가 불투명해 질 때도 있었고, 전략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변수'가 없다며, 이대로 버려두는 게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게임을 가다듬었고, 잔존율이나 DAU 등의 여러 지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죠. 이제 막 서비스를 진행한 만큼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게임을 보완해 나가고 계속해서 열심히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