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젝트 카스 고, 극강의 그래픽을 갖춘 원버튼 리듬 게임
지난 3월23일, 게임빌에서 '프로젝트 카스 고'를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PC 게임 분야, 특히 VR 분야에서 압도적인 그래픽과 현실성으로 주목받던 '프로젝트 카스'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개발된 이 게임은 모바일 프로젝트 발표와 동시에 각종 환호를 받았던 것이 사실.
드디어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제대로 된 리얼 레이싱'을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게임 커뮤니티에 퍼져나갔고, 글로벌 퍼블리셔로 많은 성과를 냈던 게임빌과 합작하면서 새로운 레이싱 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가 모바일 조작에 맞춘 최적의 조작감으로 매출 상위권에 오르면서 '프로젝트 카스 고'는 RPG 군단들을 긴장시키는 요주의 캐주얼 게임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과감한 원작 파괴, 원버튼 게임으로 등장
그리하여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프로젝트 카스 고'. 그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원작 PC 게임에 있던 리얼 시뮬레이션 같은 특징은 완전히 사라지고, 원버튼 게임으로 변신했다. 파격도 이런 파격이 없다.
정해진 지점에서 적당한 타이밍에 화면을 터치하면 끝나는 방식으로, 게이머들은 주행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가끔 하늘색 가속 구간이 오면 터치해서 가속해주고 빨간색 브레이크 구간과 녹색 가속 구간이 나타나면 타이밍 맞춰 화면을 터치하다가 떼주면 됐다.
그마나 까다로웠던 부분은 시작 전 엔진 예열 부분. 정해진 눈금에 엔진 게이지를 맞추기 위해 터치를 조절해주는 부분을 제외하면 '프로젝트 카스 고'는 한 번 주행이 끝날 때까지 조작 자체를 몇 번 할 필요 없는, 배경 구경하기 좋은 레이싱 게임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실감나고 현실적인 레이싱 게임을 기대했던 팬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이싱 게임의 탈을 쓴 리듬 게임
외형은 레이싱 게임 형태를 따라가고 있지만, '프로젝트 카스 고'의 모습은 리듬 게임과 기본 로직이 같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됐던 '파라파더래퍼'나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됐던 '기타루맨' 같이, 내 리듬감에 의한 터치의 성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결과가 바뀌는 방식이었다.
터치의 감각은 자동차의 앞바퀴가 선에 닿을 정도의 느낌으로, 초창기 느린 차일 때는 좀 늦게 눌러줘야 퍼펙트가 떴고 후에 빠른 차를 차면 빨리 눌러줘야 퍼펙트가 떴다. 상황에 맞게 터치를 잘 누르면 퍼펙트, 슈퍼 콤보, 메가 콤보 식으로 콤보가 올라갔다.
여담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역대 레이싱 게임 중에 이 게임만큼 비폭력적인 게임을 보지 못했다.
게이머들이 주행을 직접 하지 못하다보니 자동적으로 진행되는데, 모든 자동차들이 절대 부딪히는 것 없이 얌전하게 간다. 그리고 주인공 차가 속도를 올리면 다들 앰블런스라도 발견한 듯 길을 열어준다. 세상에 이런 평화로운 레이싱 게임이 있다니.. 재미와 별개로 상식의 파괴는 확실했다.
고퀄리티 차량 그래픽과 광범위한 코스, 다양한 차량들
본질 자체가 확 바뀌긴 했지만 '프로젝트 카스 고'의 외형 퀄리티는 절대 갑 수준이다.
고퀄리티 차량 그래픽과 배경 그래픽, 그리고 수많은 차량들에 대해서 일말의 불만도 없도록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원작 PC 게임을 다듬어오면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했던 만큼 모바일 쪽에서도 이쪽 분야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갤럭시 폴드1을 쓰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그래픽은 (최신 PC 게임과 비교할 순 없겠으나) 모바일로는 최상위 등급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며, 아름다운 배경과 리듬감을 갖춘 고퀄리티 배경 음악, 차량들 또한 대부분 어마어마한 수준의 퀄리티로 구현되어 있었고 색상 조정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즉, 이 게임을 1시간 정도 플레이 하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게임, 사실은 아름다운 배경을 바라보는 힐링 게임인가?'
나름대로 할 일은 많다, 업그레이드와 퀘스트
게임의 초반부는 무척이나 쉽다. 웬만큼 리듬 게임에 자신없는 분들이라도 최소 레벨5가 될 때까지 1등을 놓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 번 1등을 할 때 마다 돈을 주는데, 그 돈으로 계속 기체를 업그레이드하고 또 레이스로 달리고 또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에 각종 조건에 묶여져 있는 퀘스트를 해결해나가다 티어를 올리고 차량을 구입하게 된다.
재미난 점은 돈을 엄청 많이 주기 때문에 결제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는 것. 나름대로 현금 결제를 위한 패키지도 판매하고 다양한 과금 요소를 넣어놨으나 크게 결제 의욕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만약 신규 차량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다면 그냥 무료로 즐겨도 아무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도전 의식이 전혀 안생긴다는 점은 문제로 작용했다. 매 주행 코스 마다 가속 3~4번 눌러주기, 브레이크 했다가 떼기 3~4번 눌러주면 끝나는, 늘 똑같고 긴장감까지 없는 식상한 레이싱 주행.
코드 레코드 달성이라는 목표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하는 것이 많지 않다보니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크지 않다. 쉽고 편한 것도 좋지만 식상함의 개선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발사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왜 '프로젝트 카스 고'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슬라이틀리 매드 스튜디오 관계자를 만난다면 꼭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리얼한 레이싱을 추구하는 그들 입장에서 터치 스크린의 모바일 환경이 도저히 리얼하게 구현될 수 없는 조작 환경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레이싱 게임을 리얼하게 구현하지 못할 바에는 발상의 전환을 해서 너무 너무 쉽게 만들자! 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
반대로 PC 버전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을 우려해서 일부러 크게 다르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주력이 PC 버전이기 때문에 PC 버전에 모바일 버전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도록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이렇게 개발됐다는 가능성이다.
이러나 저러나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이 슬라이틀리 매드 스튜디오가 모바일 게임에 대한 개발 및 운영 노하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래픽과 사운드, 음악, 퀘스트 등 모든 공식이 콘솔 게임에 맞춰져 있다. PC 온라인 요소 조차도 발견되지 않는, 콘솔 중심의 회사. 모바일 분야에선 너무 초보티가 난다.
게임빌, 어떤 의도로 진두지휘했을까
그렇다면 왜 게임빌은 그런 슬라이틀리 매드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그대로 묵인했을까.
사실 게임빌도 새 영역에 도전한 것일 수 있다. 매 레이스 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즐기기엔 현대인들이 너무 지쳐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RPG 장르가 대부분 자동 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현재, '레이싱 게임도 주행이 없어도 된다!' 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것일수도 있겠다. 아니면 혹시나 개발사의 강한 주장에 속절없이 이렇게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치열한 경쟁과 리얼함을 과시한 '프로젝트 카스'의 IP인데, 그 매니아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은 너무 아쉽다.
기본은 리듬 게임이더라도, 블루투스로 전용 레이싱 컨트롤러를 연결해 리얼 레이싱을 할 수 있는 모드라도 있었다면 이 그래픽과 사운드가 덜 아까웠을 것이다. 실제로 스팀에도 키보드 마우스가 안되게 하고 전용 컨트롤러만 대응하는 게임도 있지 않은가.
사실 게임빌과 개발사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른다. '프로젝트 카스 고'는 나름대로 수많은 격론과 회의,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일 것이다.
다만 과정이 어찌됐든 간에,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2004 프로야구' 시절부터 게임빌을 알아온 본인 입장에선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골프, 낚시, 레이싱, 농구.. 올해 게임빌과 컴투스는 다양한 스포츠 게임들을 출시하며 캐주얼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모쪼록 다른 게임에서는 글로벌로 성공했다는 말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