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버지의 이름으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캡콤이 자사의 대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이자 전 세계 호러 게임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최신작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를 지난 7일 출시했다. 플레이스테이션4, 플레이스테이션5, XBOX버전 패키지 제품 국내 유통은 게임피아가 맡았다. (이하 리뷰는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했으나 그로테스크한 사진이 등장하고 7편과 8편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리뷰는 플레이스테이션5 기준입니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시리즈의 8편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전작인 '바이오 하자드7'은 기존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보여준 모습과 달리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기존 작품과 달리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구성해 더 원초적인 공포를 담아냈다. 특히 VR(가상현실) 모드도 지원해 극강의 공포로 호러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이번 작품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7편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만큼 주인공으로는 에단 윈터스가 그대로 등장하고, 시점도 1인칭 시점을 유지했다. 7편에서 에단 윈터스는 2014년 사라진 '미아'로 부터 편지를 받고, 2017년 7월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저택에서 변종사상균에 감염된 베이커가 가족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다.
8편은 가까스로 저택 탈출에 성공한 에단 윈터스의 다음 이야기를 그린다. 에단 윈터스는 부인인 미아 그리고 딸인 로즈마리(로즈)와 함께 대 바이오 테러부대 BSAA의 보호 아래 한적한 유럽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등장한 시리즈 정통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크리스 레드필드가 미아를 살해하고 자신의 딸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송하려고 한다. 이송 중 의문의 습격을 받은 뒤 깨어난 에단 윈터스는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또 한 번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번 작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루마니아로 추정되는 유럽의 변두리 마을이다. 마을은 괴물들이 장악했고, 그 위에는 미란다라는 인물과 충실함 심복 4인이 존재한다. 이들은 로즈의 행방에 대해서도 열쇠를 가지고 있다.
7편에서 남편으로서 부인인 미아를 구하러 갔다면 이번에는 아버지가 되어 딸을 구하러 가기 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것도 이 부분으로, 게임의 출시 시점상 어버이날 엔딩을 본 기자는 오묘한 감정을 받기도 했다.
미란다의 심복이자 귀족으로 불리는 4명의 인물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출시 전 공개된 체험판을 통해 전 세계 게이머를 사로잡은 드미트리스쿠를 비롯해 베네비엔토, 모로, 하이젠베르크다. 게이머는 주인공이 에단 윈터스가 되어 이 4명의 귀족을 물리치고 최종 대전을 펼쳐 딸을 되찾아야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형태로 전개되지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특유의 재미와 공포를 모두 녹여내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양한 무기를 얻으면서 점점 강력해지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특성상 첫 번째와 두 번째 보스까지는 뛰어난 호러물의 재미를 선사하고, 3번째 보스부터는 슈팅의 재미를 더욱 부각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첫 보스인 드미트리스쿠는 다른 보스들과 달리 마을이 아닌 성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성의 지하부터 옥상까지 왔다가 갔다 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고 퍼즐을 해결하다 보면 역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구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퍼즐과 호러가 적절히 잘 녹아 있다.
특히, 첫 보스인만큼 게임에 적응하는 단계로 공포 분위기가 살아있어 드미트리스쿠와 그녀의 세 딸이 보여주는 모습이 한층 더 강력한 인상으로 남는다. (더 이상 적으로 미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두 번째 보스인 베네비엔토 구간은 공포감이 극에 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호러 게임에서 나를 지켜주는 총기나 아무 무기도 없이 보스전을 치러야 한다. 직접적인 전투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주어지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특히, 옷장에 숨어 있을 때가 공포감이 극으로 달하지 않았나 싶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보스는 공포보다는 슈팅 액션 등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직접적인 모로와의 대결은 공포보다는 타이밍 승부 등의 퍼즐 장치가 구성되어 있으며, 최종 전투도 슈팅 게임에 가깝게 그려졌다.
네 번째 보스인 하이젠베르그 구간은 내가 지금 바이오하자드를 플레이하는 것인지 다른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슈팅 액션의 비중이 크다. 최종 전투에 들어가면 그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물론 바이오하자드 스러운 퍼즐은 여전히 존재한다.
후반부 전투에는 게이머의 '샷발'이 중요하며, 지뢰나 파이프 폭탄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낮은 난이도에서는 자주 활용하지는 않지만, 막기를 활용한 반격 등도 게임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4명의 보스 구간에서 일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보스별 구간 플레이 타임이 문제다. 첫 번째와 네 번째 보스 구간은 비교적 플레이 타임이 길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보스 구간이 그렇지 못하다. 마을 곳곳을 탐험할 수 있기에 일부 해소되기는 하지만, 보스 구간 플레이 타임이 좀 더 균일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인 게임 구성은 바이오하자드7에 바이오하자드4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상인 시스템이 반가운 부분으로 상인을 통해서는 무기의 커스터마이즈는 물론 재료를 확보해 요리를 먹으면 체력 증가 등 다양한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의 그래픽은 플레이스테이션5 기준으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RE엔진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4K 해상도에서 빛의 실시간 반사를 표현하는 레이트레이싱 옵션을 켜고 게임을 플레이하면 일부 구간에서 프레임드랍이 발생한다.
민감한 사용자라면 텍스쳐와 관련해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옥에 티다. 고사양의 PC에서도 특정 구간 프레임 드랍이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최적화 부분에서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러 게임의 특성상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가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HDR과의 궁합도 좋다. HDR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면 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울러 게임 플레이 시 헤드폰 등을 착용을 권하고 싶다. 사운드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공포감을 한층 자극한다. 게임 초반 어두운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또 게임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된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적이 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어두운 공간에서도 귀를 활용해 플레이가 가능하다. 플레이스테이션용 헤드폰이 없다면 컨트롤러와 이어폰을 연결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외에도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엔딩을 보고 나면 특전 모드인 머서너리즈 모드가 열린다.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듯 스테이지를 공략해 나가는 모드다. 또 엔딩을 봤더라도 다양한 챌린지 도전과제를 해결해 특전을 얻어 무한 탄약 총기 등의 활용도 가능하다. 다 회차 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시스템이 그대로 준비돼 있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게임의 스토리와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7편의 이야기를 8편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느낌이다. 다만, 7편과 8편의 이야기를 기존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연결시키고자 한 장치가 팬들의 호불호를 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하자드 올드팬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후속작을 위해 마련해둔 떡밥을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