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US ROG 17인치 게이밍 모니터, 패널이 파손된 이유
본 필자는 게이밍 모니터 애호가다. 최고의 게임 환경을 갖추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일례로 PS4나 엑스박스 등의 1080P 콘솔 게임기를 최고의 화질로 즐기기 위해 SONY F250 OLED 방송용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고, 그 이전 세대 게임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SONY BVM D32를 사용한다.
현재 책상 위에서 기사 작성용으로 사용중인 모니터는 TV로직 LVM-243W와 SONY BVM L231 기종이다. 다들 일반 컨슈머 제품이 아니라 출시가가 수천만 원에 이르는 프로 모니터들이다. 이 모니터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 늘 최고의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ASUS ROG 게이밍 모니터를 눈여겨 보다
그런 필자에게 갑자기 눈에 들어온 모델이 있었다. 바로 ASUS ROG STRIX XG17AHPE 모델. 1080P 밖에 지원하지 않지만, 17인치로 휴대용으로 즐기기에 적당해 보였고 최대 주사율이 240Hz여서 관심이 갔다. G싱크나 프리싱크를 지원하고 플리커 프리 기능에 1Kg이 살짝 넘는 무게도 취향 저격.
70만 원대 중반의 높은 가격이었으나 3ms의 최고속 응답속도라는 말에 혹해 일단 질렀다. 평소엔 보조 모니터로 쓰다가, 가끔 캠핑이나 회의 시에 사용하면 활용도가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성능은 괜찮을까. 평소에 OLED를 즐겨봤기 때문인지 ASUS ROG STRIX XG17AHPE의 첫 화면은 색이 다소 탁하게 보였다. IPS 패널인데도 블랙 표현이 좋지 못해서 붕 떠 보였고 여러가지 기능을 켜보면서 테스트해서 최적의 화면을 맞췄다. 시야각은 괜찮은편.
다만 반응속도 부분은 괜찮았다. 240Hz 지원과 3ms 반응 속도는 썩 만족스러웠다. 60프레임 대전 격투 게임의 프레임을 따져가며 즐기는 필자 입장에서 반응 속도는 매우 비중이 높았던 부분. 저스트 프레임으로 입력해야하는 각종 기술들이 잘 나갔고, 빠른 응답속도는 이 모니터를 구입한 것에 대한 위안이 되는 부분이었다.
반대로 사운드 부분은 가끔씩 튀어나오는 화이트 노이즈가 골치였다. 특정 음역대에서 깨지는 소리가 곁들여졌다. 70만원이 넘는 모니터가 사운드가 찢어지다니. 이런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텐데.
한국엔 트라이포드가 없다, 한국만 차별하는 ASUS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70만 원 이상의 고가격 모니터를 가끔 휴대용으로만 사용하려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당연히 집에서 보조 모니터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ASUS ROG 한국 버전에는 트라이포드(스탠드)가 빠져 있었다. 북미 유럽에서는 다 있는데 한국만 빼놨다. 해외는 XG17AHP 모델로 스탠드가 있다.
그렇다면 스탠드 없이 이 모니터를 이용할 방법은? 동봉해준 삼각 받침으로 비스듬하게 볼 수 밖에 없다. 집이나 회사에서 일반 모니터 옆에 나란히 두며 쓰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다. 70만 원을 넘게 들여 산 모니터를 보조 모니터로 쓸 수 없다니.
왜 구입할 때 미리 스탠드가 없다는 걸 확인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실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 필자가 스탠드 유무를 챙기지 못했던 이유는, 옆부서인 IT동아에서 이 모니터의 리뷰 제품이 들어왔을 때 우연히 스탠드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연히 있다고 판단했었다. 따지고 보면 본 필자의 미스다.
하지만 제품을 구입한 후 스탠드가 빠진 걸 안 후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해외에서 찾아도 스탠드를 따로 판매하진 않았고, 그래서 옆 부서에 리뷰했던 기자에게 ASUS에게 트라이포드를 따로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를 보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답변이 왔다. 구할 수 없으니 알아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활용성을 고민하는 건 '고객님의 몫'
결국 자체적인 방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모니터 뒤에는 1/4 볼트 형태로 체결되게 되어 있었는데, 여기에 맞는 적당한 스탠드를 찾아봤다.
문제는 1Kg가 넘는 모니터를 수직으로 들어올려야 하다보니 스탠드 중에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차례 정도 적당한 스탠드를 구입했으나 썩 마음에 들진 않았고, 그냥 수직으로 세우는데 만족하자는 심정으로 PC 위에 올려서 보조 모니터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해보았다.
70만 원짜리 모니터의 활용을 위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 상태로 사용한지 3개월쯤 지났을까, 문제가 생겼다. 모니터가 앞으로 엎어져버린 거다. 임의로 맞지않는 스탠드를 사용하다보니 중간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하아.. 모니터를 다시 들어올려보니 이런. 패널이 박살 나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져 구른 것도 아니고, 살짝 앞으로 쓰러졌을 뿐인데. 휴대용이면 어느정도 내구성이 있어야할텐데…
물론 패널 파손은 분명히 개인 과실이 맞다. 하지만 70만 원의 가격에 보조 모니터로 활용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ASUS 정책의 피해자가 된 것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무엇일까.
ASUS 서비스센터, 패널 값은 약 40만 원, 스탠드 가격은 약 20만 원
그렇게 ASUS 서비스센터에 찾아갔다. AS센터는 용산 쪽에 위치해 있었고 비교적 깔끔한 모습이었다. 낮시간에 방문했기에 한산한 편이었고, 왜 모니터가 파손이 되었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요청을 했다. 전용 스탠드를 별도로 구입할 수 있겠냐고. 곧바로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리를 의뢰하고 나온 견적서. 무려 40만 원 (정확히 39만1900 원)이라는 금액이 눈 앞에 나타났다. 패널 가격이 비싸서 놀랐고, 중고나라를 검색해보니 이 모니터 중고 가격이 50만 원쯤에 올라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AS 수리비는 40만 원. 하아.
가격도 엄청 비싼데, 그마저도 패널에 여유가 없으니 2주를 기다리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ASUS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후 수리를 마치고 ASUS 서비스 센터에 다시 갔더니 드디어 스탠드를 판매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스탠드 가격은 18만9천2백 원. 시중에서 비슷한 스탠드를 싸게는 1-2만 원대에, 비싸면 1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지만 ASUS 모니터의 스탠드 가격은 18만9천2백 원이었다. 가격에 또 한 번 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판매가 가능해졌으니 꼭 필요한 분들은 구매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확인한 ASUS 모니터 가격들
끝까지 스탠드 동봉 버전이 판매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리뷰를 작성하면서 국내 온라인 마켓을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최근 이 모니터의 ‘스탠드’ 포함 버전의 판매를 국내에서 시작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모니터 단품이 70만 원이 좀 넘는 수준이고, 스탠드 포함 버전은 80만 원 중반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혹시 미국에선 가격이 얼마일까 검색해봤더니, 아마존에서 패널 단품이 489달러, 스탠드 포함 풀 제품이 599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현재 네이버의 환율을 보면 1달러에 1,123원으로 나와있고, 599달러면 67만 원 정도다. 아마존에서 67만 원의 제품이 한국에서는 80만 원대 중반이다. 거의 20만 원 가까이 비싸다. 필자가 산 스탠드 불 포함 세트는 489달러로 55만 원 정도. 이 버전은 약 15만 원 이상 비쌌다.
시장 크기 때문에 다소 비싸다는 건 다소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이번 패널 파손 AS 건을 겪은 후에 이 만큼이나 추가 가격을 내고 구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모니터는 한국의 코어 게이머들이 타겟이다. 시중에 20~30만 원에도 쓸만한 게이밍 모니터가 쏟아지는 시대, 모쪼록 이 기사를 통해 ASUS가 한국의 코어 게이머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