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솔 시장으로 눈 돌린다. 싱글 게임 다시 만드는 한국게임사들
90년대 이후 멸종했던 한국산 싱글 플레이 게임들이 서서히 부활하는 분위기다.
이전에도 스팀 얼리액세스를 통해 출시되는 인디 게임들이 종종 있기는 했으나, 이제는 온라인, 모바일에서 부분유료화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도 콘솔, 스팀 시장을 노리고 싱글 플레이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레드오션으로 변한 만큼, 차세대 게임기 등장으로 더욱 뜨거워진 글로벌 콘솔 시장을 겨냥한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싱글 플레이 게임들을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콘솔 싱글 플레이 게임은 패키지 판매 형식 때문에 투자 대비 판매 수익 기대치가 모바일 게임만큼 높지 않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유럽권에서는 싱글 플레이 게임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모바일 대비 마케팅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콘솔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콘솔 시장도 스위치와 PS5 등 차세대 게임기의 판매량 증가로 급성장 중이며, 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시장 성과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 스컬 등이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바 있으며, 넷마블도 자사의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그동안 온라인, 모바일 게임만 집중했기 때문에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 중요한 스토리텔링, 연출 부분에서 경험이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다양한 이용자들로 인한 돌발상황까지 대처해야 하는 멀티플레이 게임과 달리 변수가 적기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는 상태다. 못 만들었다기 보다는 안 만들고 있었다는게 더 정확하다.
현재 준비 중인 콘솔용 싱글 플레이 게임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라인게임즈가 닌텐도 스위치 출시를 준비 중인 야심작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이다.
이 게임은 과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더불어 국산 패키지 게임의 전설로 불리는 '창세기전' 및 '창세기전 2'를 창세기전2를 현대 기술로 되살린 것이다. 원작 특유의 깊이 있는 감동과 더불어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과 전개상 오류가 있었던 내용을 개선해 ‘완전판’으로 개발되고 있다. 언리얼 엔진을 적용한 아름다운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의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투, 그리고 자유로운 탐험 플레이를 선사할 예정이다.
현재 창세기전 시리즈가 3 PART2 이후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 2016년 오랜만에 소식을 전한 창세기전4로 화려하게 폭발한 상황이라 팬들에게 애증의 IP로 남아있지만, 이번에 추억 속의 그 감동을 다시 재현할 수만 있다면, 기대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라인게임즈의 어깨가 매우 무거워진 상황이다.
스컬,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더즈, 사망여각 등 다수의 인디 싱글 플레이 게임들을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는 네오위즈에서 새롭게 발표한 P의 거짓(라이즈 오브 P)도 주목을 받고 있다.
블레스 언리쉬드를 개발한 라운드8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기존에 네오위즈가 선보였던 2D 도트 기반 인디 게임 스타일이 아니라, 해외 대형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언리얼 엔진4로 개발 중인 본격적인 소울라이크 액션 대작이다. 이번 영상에서 공개된 분위기 있는 그래픽 덕분에 벌써부터 K다크소울, K블러드본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고전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극으로 각색해 주인공이 인간의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소울라이크에 충실한 액션에 더해 각 무기를 부위별로 조합하는 시스템과 팔 부위를 개조하여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는 등 ‘P의 거짓’만의 특색 있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전투를 총괄했던 최지원 메인 디렉터, ‘킹덤 언더 파이어’, ‘블레스 언리쉬드’를 담당했던 노창규 아트 디렉터 등이 주요 개발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완전 싱글은 아니지만, 싱글과 멀티플레이를 혼합한 형태의 게임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과 달리 콘솔 게임에서도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할 수 있게 된 만큼, 싱글 플레이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부분유료화를 도입한 멀티플레이로 추가 수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GTA5, 레드 데드 리뎀션2 등으로 익숙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가 올해말 출시를 준비중인 야심작 붉은사막이 대표적이다. 펄어비스가 차세대 콘솔 게임 시장을 노리고 총력을 다해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지난 2020년 게임어워드 행사에서 실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붉은사막은 광대한 파이웰 대륙의 용병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사실적인 캐릭터와 컷신으로 그려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깊이 있는 싱글 플레이를 즐기다가, 자신이 원할 때 다른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만들어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 IP 크로스파이어 시리즈의 신작 크로스파이어X의 사례도 흥미롭다. 크로스파이어X는 원작 '크로스파이어'를 배경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 군단 두 곳이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갈등을 두고 벌어지는 격렬한 일인칭 슈팅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를 모두 지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싱글 플레이는 앨런 웨이크, 퀀텀 브레이크 등으로 유명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가, 멀티 플레이는 스마일게이트가 직접 개발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싱글 플레이는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자체 엔진인 노스라이트 엔진을 활용하고,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하는 멀티플레이 모드는 언리얼엔진4를 활용하고 있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흥미진진하다. 국내 FPS 게임에서는 싱글 플레이를 지원하는 사례가 없었던 만큼, 해외 대작들과 견줄만한 국산 FPS 대작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