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1] 엔딩을 향해 달려간 듀랑고 '그 3개월의 기록'
게임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개발자는 어떤 마음일까?
금일(10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1(이하 NDC 2021)에서는 지난해 업데이트를 종료한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한 넥슨 신규 개발본부의 오현근 HP가 게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던 과정을 소개하는 '야생의 땅: 듀랑고 그 마지막 이야기' 강연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이다. 생존형 MMORPG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19년 10월 개발자 노트를 통해 2개월 뒤인 12월 18일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될 것을 선언했다.
오현근 HP는 엔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콘솔 게임과는 달리 온라인게임의 이야기가 끝나는 서비스 종료는 절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듀랑고는 ‘우아한 종료’라는 새로운 목표로 엔딩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서비스 종료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기존 스튜디오 해체 이슈까지 더해진 상황. 오현근 HP는 게임의 마지막 업데이트를 ‘듀랑고 선셋’으로 정하고, QA, 운영, 사업 등 여러 유관부서 팀들과 종료 일정과 업데이트 일정에 대해 논의했고, 서비스 종료일과 동시에 스토어에서 게임이 사라지는 등의 내부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향하는 3개월의 시간 동안 남아 있는 업데이트는 4번. 듀랑고는 10월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뒤 10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엔딩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된다. 오현근 HP는 듀랑고의 엔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기억하기를 바랬고, 플레이 기록이 단순한 기억으로만 남는 것은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내부 개발팀은 듀랑고 스토리의 엔딩을 선보이고, 게임의 마지막을 추억할 수 있는 콘텐츠와 종료 이후에도 창작섬, 항공 뷰 및 개인섬의 데이터를 남기는 등의 방안을 세웠다고 전했다.
실제로 듀랑고는 10월 업데이트부터 메인 타이틀과 로딩 화면, 게임 속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변경하여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일종의 배틀로열 콘텐츠인 난투섬과 모든 유저가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악보 제작을 통한 악기 연주를 구현하는 등의 콘텐츠가 도입된다.
여기에 최대한 빠르게 듀랑고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콘텐츠 속도를 더욱 빠르게 조절하고, 일주일 내에 클리어할 수 있는 엔딩 퀘스트를 선보였다. 오현근 HP는 한정적인 일정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상을 마지막 퀘스트에서만 사용했고, 서브 퀘스트로 못다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서비스가 종료되는 12월. 듀랑고는 유저가 직접 꾸민 개인섬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게임 화면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접속 기능이 추가된다. 오현근 HP는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게임 콘텐츠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심의를 새롭게 받아야 했고, 창작섬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게임의 마무리를 지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듀랑고 개발팀의 노력은 유저들에게 통했다.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에도 약 60%의 유저들이 게임에 남았고, 엔딩 퀘스트를 마무리한 이들도 상당했으며, 심지어 마지막 날에는 접속자가 상승하기도 했다.
오현근 HP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았던 온라인게임의 종료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라며 “듀랑고가 제공한 엔딩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 의는 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