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보드 게임의 대명사 라온, 스마트폰에서 즐긴다
인기 예능 문제적 남자 등에서 화제가 됐던 젬블로의 대표 보드 게임 라온이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했다.
'라온'은 지난 2010년 젬블로 오준원 대표가 개발한 보드 게임으로, 한글 자음 타일 11개와 모음 타일 9개를 이용해 말을 만들어내는 조합형 단어 게임이다. 여러 단어를 만들어도 되고 십자말풀이처럼 완성된 단어의 글자를 연결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도 있다.
단어 게임이 많은 영어권과 달리, 한국에서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받침이 합쳐서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한글의 특성상 단어 게임을 만들기 쉽지 않았으나, 보드 게임 젬블로로 유명한 한국 1세대 보드게임 작가 오준원 대표가 ㅏ, ㅑ, ㅣ로 모든 복합 모음을 모두 해결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면서, 라온이 한글 보드 게임의 대명사로 인정받게 됐다.
그 결과 지난 2010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했으며, 이후 다양한 시리즈로 제작되어 한글을 활용한 보드게임의 장을 넓혀 가고 있다.
라온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라온 모바일은 다수의 인원이 함께 즐기던 원작과 달리 혼자서 즐기는 퍼즐 게임 형태로 구현됐다. 스테이지마다 각기 다른 자음, 모음 타일이 주어지며, 주어진 시간 내에 말이 되는 단어를 만들면 스테이지 통과다. 당연히 클리어 시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자음과 모음 타일의 황당함에 아무 생각이 안날 수도 있으나, 타일을 여러번 클릭해서 방향을 전환시키다보면, 해결책을 찾게 된다(개인적으로는 ㄱ, ㄴ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해서 초반에 고생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도 많다보니, 이것저것 맞추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단어로 클리어되는 경우도 많다.
클리어 후 보상으로 받게 되는 루비와 코인으로는 상점에서 새로운 모양의 배경, 타일 등을 바꿀 수 있으며, 코인을 써서 나만의 사전에 새로운 단어를 등록할 수도 있다. 이 외에는 전혀 과금 요소가 없다보니, 인앱광고로 수익을 보완하려고 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미 검증된 라온의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옮겨왔고, 스테이지도 1000개나 되기 때문에 퍼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오랜 시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단어를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타일 위치에 따라서 인식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단어가 워낙 생소한 것들이 많다보니, 이리저리 맞춰보다 얼떨결에 클리어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만 쓰고 요즘은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도 많다보니, 모르는 단어가 많은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나름 글을 쓰는 직업이다보니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퉁애가 퉁소의 별칭이라는 것은 이 게임을 하면서 처음 알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경우 포털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되긴 하지만, 이왕이면 미션을 성공하고 나면 조합한 단어가 어떤 뜻인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다면 학습에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최근에 포털에서 사흘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흘이라는 단어를 많이 안쓰다보니 3일인지, 4일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았고, 기자들도 헷갈리는 이들이 있었는지 4흘이라는 국적불명의 단어가 사용된 기사도 나왔다. 심지어 3일이라는 쉬운 말을 두고 어려운 한자 단어를 쓰냐는 말까지 나왔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게 의외이긴 하지만, 사흘은 순우리말이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어휘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다보니, 단어 설명을 하다가 진도를 못나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영어 시간에 한글로 해석을 해줘도, 해당 단어 뜻을 모르니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한자 교육도 축소되다보니, 기화, 액화, 융해 등 한자 단어가 많은 과목은 더욱 심각하다. 어휘력을 단숨에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라온 모바일이 많은 이들의 어휘력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