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그래픽과 타격감이 나를 당긴다

FPS 게임의 홍수와 그저 그런 MMORPG의 범람 속에서 딱히 한 게임을 잡지 못하고 가벼운 캐주얼 게임만 전전하던 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무도가라는 직업과 호쾌한 액션에 빠져 한동안 플레이했던 세피로스에서 조만간 퀘스트 던전과 새로운 사냥터를 업데이트 한다고 한 것. 흔히 말하는 올드 게임이지만 예전 추억으로 인해 지금의 게임 불감증이 치유될 것 같은 묘한 기대감에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거친 그래픽은 후지다고 할 수 없다
그래픽을 중요시하는 게이머들은 요즘의 게임들처럼 뽀샤시하고 화사한 3D 그래픽이 아니면 '그래픽 후졌네'라며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분명 세피로스도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만큼 요즘 발매되는 최신 3D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에 비해 거친 느낌의 그래픽을 제공한다. 하지만 물감이 잘 칠해진 정물화나 풍경화만 명작이고, 연필 소묘로 그린 그림은 명작이 아닌 건 아니지 않는가?(뭔 소리야..-_-;;)세피로스의 그래픽은 분명 예쁘다는 느낌은 약하지만, 거친 펜선의 힘이 느껴지는 그래픽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적어도 자신만의 특징으로 게이머들에게 다른 게임에선 느끼기 힘든 그래픽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다들 얼굴은 예쁜데 몸매가 안 좋은 여자와 몸매는 좋은데 얼굴이 안 예쁜 여자 사이에서 고민을 해 봤을 것이다.(여자들 역시...)예쁘고 화려한 색감이 특징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도 매력이 있지만, 세피로스와 같이 거친 느낌, 원색의 강한 맛이 느껴지는 그래픽도 분명 매력이 있다. 필자의 경우엔 오히려 이렇게 거친 색감을 좋아해 게임을 하면서 그래픽에 대해선 어떤 불만도 없었다. 다만 캐릭터와 몬스터가 겹치는 건 어떻게 좀 안될까...?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나쁜 그래픽이라 할 순 없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래도 화끈해 보이지 않는가?

---|---

연이은 콤보, 터지는 이펙트
세피로스의 전투는 기본 등록된 스킬로 기본 공격을 하며, 이후 생기는 스킬을 피니셔로 등록해 몬스터를 타격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기본 공격 스킬과 피니셔 스킬은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 그리고 상위 스킬은 하위 스킬의 스킬레벨과 캐릭터의 스탯에 따라 습득할 수 있다. 이처럼 기본 공격부터 스킬을 사용하다 보니 레벨 10 정도만 되도 연이은 콤보 공격으로 화려한 이펙트와 타격감이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한편, 계속적인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게다가 세피로스는 초반 레벨업이 빨라 사냥이 살짝 지루해 질만 하면 레벨업이 돼 계속적으로 몬스터에게 꽂아 넣는 스킬 콤보와 귓가를 울리는 타격음, 마우스로 전해지는 손맛, 눈을 즐겁게 하는 스킬 이펙트, 쑥쑥 오르는 레벨까지 MMORPG에서 플레이 전반부를 차지하는 전투를 즐겁게 할 수 있다. 적어도 세피로스에선 사냥 노가다, 전투 노가다라는 말은 플레이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나 한 번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첫 타는 복부에 훅!!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후속타는 어퍼컷!!

---|---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이어지는 튜토리얼
요즘 출시되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들 대부분은 게임 초반에 튜토리얼을 제공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특별한 방식의 게임이 아니라면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해온 게이머들은 튜토리얼을 거치지 않고도 금방 게임에 적응한다. 필자도 꽤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웬만한 게임들은 시작한지 몇 분 만에 적응하기도 한다. 그런데 튜토리얼을 스킵할 수 있는 게임이 많지 않아 새로운 게임을 할 때면 언제나 지겨운 튜토리얼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다행히 세피로스는 억지로 따라가는 튜토리얼이 아니다. NPC와의 대화를 통해 게임 초반부터 가서 어떤 몬스터 몇 마리 잡아와라와 같은 퀘스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NPC가 판매 목록과 판매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방식을 진행된다. 방어구 점에 가면 방어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다른 아이템을 파는 가게를 소개시켜주며 가보라고 한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나면 인벤토리에 초반 아이템들이 들어있다. 처음엔 마을 돌게 한다고 짜증이 났었는데, 마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마을 지리와 NPC 위치를 알게 돼 이후 플레이가 편했다. 물론 다른 게임과 같이 '~~ 몬스터 00마리 잡아와라' 같은 초반 퀘스트도 있다. 하지만 몬스터를 다 잡자 마을로 소환돼 바로 퀘스트를 끝낼 수 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세피로스 게이머들은 세피로스에 신규 유저가 유입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게임에 지친 게이머들이여 세피로스로 오라. 초반부터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을과 사냥터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위에서 세피로스의 초반 레벨업이 빠르다고 했다. 그래서 한 번 사냥을 나가면 레벨 5 정도 올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초반엔 물약을 사용 할 일도 별로 없어 마을에 갈 일이 없다. 물론 소비적인 측면에서만의 얘기다. 돈이 급한 초보땐 잡템 하나라도 더 주워 파는 것이 당연지사. 세피로스도 경제적인 면에선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냥을 통해 얻은 잡템이나 초급 아이템들을 팔아 물약값이나 다음 단계 장비값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좁디좁은 인벤토리에 방어구 몇 개만 들어가면 더 이상 아이템을 넣을 자리가 없다. 게다가 저레벨 몬스터, 사냥터는 다른 몬스터나 사냥터에 비해 드랍율이 높기에 실제로 20 ~ 30분 정도 사냥을 하며 장비를 모으다 보면 더 이상 아이템을 주을 수 없다. 화끈한 사냥과 빠른 레벨업으로 사냥이 지루하지 않기에 오랜 시간 사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인벤토리로 인해 마을에 다녀와야 해 흐름이 끊긴다는거...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더이상 넣을 공간이 없다


도대체 뭘 올려야 하는 거지...?
세피로스에서 스킬은 쓰는 만큼 스킬 레벨이 자동으로 오르기에, 어떤 스킬을 찍을지만 고민하면 된다. 그리고 기본 공격으로 스킬이 등록되니 스킬 레벨 올리기 노가다와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스탯은 다르다. 힘, 민첩, 원기, 마법 속성의 4가지 스탯 중 어느 하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경우 무투가를 키웠는데, 무기는 힘과 민첩, 방어구는 원기, 스킬은 마법 속성까지 필요로 해 스킬과 장비를 계속 검토해가며 스탯 성장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것도 단계별로 아이템이 하나씩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아이템이 요구하는 능력치를 그대로 올릴 수 밖에 없다. 겉으로는 자유로운 성장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자유롭지 않다. 사실상 아이템 종류만 많이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를 왜 아직도 해결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아싸~ 레벨업~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근데... 뭘 올려야 하지...?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이 장비와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이 장비가 요구하는 능력치가 다르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세피로스는 전형적인 한국 게이머들 맞춤 게임이다. 다시 말하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파티플레이 지향 게임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솔로잉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커뮤니티를 원했고 이번에 퀘스트 던전이 업데이트된다. 퀘스트 던전은 최대 파티단위로 사냥할 수 있는 소규모 던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향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이 몬스터들을 정해진 시간 내에 사냥하고, 스테이지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테이지 진행 중간엔 히든 스테이지와 같은 요소도 있어 PC, 비디오 게임의 던전과 같은 느낌을 줘 친목, 레벨업 등 다양한 목적의 파티들이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레벨 수준은 110 ~ 150 정도로 언제나 찬밥 취급을 받는 중레벨 게이머들을 위한 업데이트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퀘스트 던전

|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확대된 그림을 보실수 있습니다.

파티원들과 함께 몬스터를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

마치며
이상 세피로스에 대해 알아봤다. 서비스 된지 오래되긴 했지만 오랜만에 플레이해보니 옛 추억도 떠오르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다. 그랬기에 오랜 시간 서비스 되면서도 서비스 중지 같은 얘기 한 번 없이 지금까지 서비스 되는 것 같다. 범람하는 FPS 게임들과 천편 일률적인 MMORPG에 지쳤다면, 오늘 밤엔 오랜 친구 같은 친숙함이 있는 세피로스에 접속해 보는 것이 어떨까?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