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새로운 평가 군단 '어린이들'

얼마 전 10주년을 맞이한 엔씨소프트의 기념 행사장에서 김택진 대표는 "요즘 두 아이들이 요즘 게임은 재미가 없어 플레이 하지 않는다 말해 깜짝 놀랐다. 앞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리니지' 시리즈로 온라인 게임 시장을 주도해온 베테랑 김택진 대표지만 아들들이 최근의 온라인 게임에 내린 냉정한 판단에 카운터 펀치를 맞은 셈이다.

이처럼 어린이들은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버튼만 누르던 옛날 어린이들이 아니다.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게임의 하나의 문화이며 의사소통에 필요한 중요한 놀이수단이 됐다. 덕분에 어린이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눈은 그 어느 때 보다 전문적이고 확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인기 있어 보이는 게임에 들어가 초딩들 이라는 부적절한 이미지를 벗어나 진지하게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게임의 잘못된 요소나 재미요소를 정리해서 개발사에 메일을 보내거나 게시판에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미래의 잠재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게임 시장에서 갖는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단순한 '초딩 게임'에서 벗어나 게임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창출 해내는 효과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겟앰프드' '메이플스토리' 등은 10만 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행사에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몰려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어린이들의 달라진 위상은 게임 심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게임위에서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어린이 명예감찰 위원회를 발촉한 것. 이들은 전체이용가 심의를 신청한 게임을 직접 해보고 심의에 합당한지를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한다. 실제로 가마소프트의 모나토에스프리가 이들의 손에 의해 전체 이용가 등급을 획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게임뿐만 아니라 심의기관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지금도 무시할수 없는 고객이며 앞으로도 가장 큰 고객이 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게임업계는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어린이들의 게임 보는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졌고, 인터넷과 친구들의 입소문을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다 보니 게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바로 해결되지 않으면 고객 한 명이 아니라 주변의 고객들까지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이고 발빠른 서비스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클로즈베타 기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 베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게시판 관리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사소한 잡담이라도 성심성의껏 답변해 어린이들이 게임 내에서 가족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애니메이션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게임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타겟형 게임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구름인터렉티브의 '브리스톨 탐험대', '케로로온라인', 그리고 반다이남코의 '드래곤볼 온라인' 등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린이 게임 시장이 틈새 시장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게임업계 최고의 주력 시장으로 떠올랐다"며, "넥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앞으로 국내 게임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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