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헌터의 향기가 느껴진다. 진삼국무쌍 멀티레이드

어느 날 편집부에서
데몬스 소울 리뷰를 마무리하고 나서, 나는 가슴에 와 닿는 게임을 찾지 못하고 매일 같이 간장게장만 도는 무료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딱하게 여겼는지, 올 여름 극장판 개봉을 앞둔 에반게리온의 신작 게임, 에반게리온 서를 리뷰 해보지 않겠느냐는 편집부의 연락이 있었고, 나는 그 제의를 받아들여 에반게리온 서를 수령하기 위해 신도림역을 찾아갔다. 리뷰와 앞으로의 방침에 대한 간단한 의견교환을 마친 후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담당자 중 한 명이 혹시 시간 있으면 이 게임도 해보지 않겠느냐고 불러 세우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 순간 망설였지만, 그가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망설이는 마음을 바로 세우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이 게임, 여포 잡아서 갈무리하는 게임이에요."
갈무리... 오오 이 얼마나 감미로운 표현인가! 물론 인간을 갈무리한다는 것은, 한때 대한민국을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를 빙자한 말초적 영화)붐을 일으켰던 영화 홀로코스트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로, 그런 비상식적이고 불건전한 소재에 관심을 가질 드릴 님이 아니다. 그러나 갈무리라는 표현은 몬스터 헌터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마치 로또 1등 당첨을 바라는 소시민의 마음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숨결을 거칠게 하는 마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진 삼국무쌍의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누군가를 갈무리 하여 무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이 게임, 진 삼국무쌍 멀티 레이드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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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정신 나간 오프닝도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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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이미 조합된 단어 중에
하나를 골라 이름을 만들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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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를 포기한 캐릭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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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기를 포기한 캐릭터 2

그 게임과 비슷하다?
진 삼국무쌍 멀티 레이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 작품 군(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생산'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기존 작품 군에서는 난이도에 따라 보다 나은 아이템, 보다 강력한 무기 등을 얻을 뿐 무언가를 '생산한다'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멀티 레이드에서는 적을 격파하거나 상자 속에 들어있는 전리품을 회수한 뒤 마을에 있는 각종 생산 시설을 통해 무기나 액세서리 등을 만들게끔 되어있다.
무기는 크게 메인 무기와 서브 무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메인 무기는 각 무장들의 기본 무장으로 설정되어 있어 다른 무기로 바꿀 수 없다. 이에 비해 서브 무기는 메인 무기보다 숙련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크게 6개로 나뉘어지는 무기 군(각각의 무기 군은 2~3개의 하위 카테고리로 나뉘어진다)중 한 종류의 무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무환은 캐릭터나 무기를 강화하는 일종의 액세서리로, 양손과 양다리, 무기(무기에는 무환 대신 전옥을 장비)에 최대 6개를 장착할 수 있게 되어있다. 무환의 도움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즉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동이나 점프에 관계된 무환은 하나 이상 장비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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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무환마다 스킬이 설정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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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부위에 무환을 장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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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위에 빛나는 아이콘이 표시되며 스킬이 발동된다

게임의 진행방식은 지금까지의 스테이지 자유 선택~챕터 별 보스 공략 방식과는 달리, 우선 메인 시나리오와 상관없는 의뢰(퀘스트)를 클리어 한 뒤 시나리오 미션이 발생하면 이를 순차적으로 플레이 하면서 최종적으로 해당 장(章)의 마지막 시나리오 미션을 클리어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미션은 기본적으로 1명으로 플레이 하지만, 애드혹 기능(또는 X링크 카이 등의 네트워크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최대 4명까지 동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 요소가 일본에서 '국민 게임'이라고 불리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비슷한 데 있다. 실제로 적을 갈무리 하지는 않지만, 적을 물리치고 얻은 전리품으로 무기나 무환을 만든다는 점은 몬스터헌터와 매우 유사하며, 최대 4인까지 참가할 수 있는 미션 선택 식의 플레이 방식은 그야말로 몬스터헌터의 그것을 베껴왔다고 볼 수도 있다. 체력과 각성 게이지 강화 아이템을 얻으면 딱히 상위 무기를 얻는 목적 외에 잘 플레이 하지 않게 되는 기존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스테이지와는 달리, 원하는 전리품이 한 번에 나오지 않고(이른바 물욕)생산활동에 필요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같은 미션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멀티 레이드의 진행 방식은 분명 몬스터 헌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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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제인 건 둘째치고, 설명이나 레이아웃이
심히 '그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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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신규 미션이 추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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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게임은 단순히 몬스터 헌터의 요소를 베껴오기만 한 게임일까? 그렇지 않다. 비록 몬스터 헌터를 다소 참고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몬스터헌터와는 다른, '멀티 레이드만의 오리지널 요소'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는 스테이터스의 성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헌터 랭크(레벨과 같은 개념)과 실력, 즉 적을 얼마나 잘 쓰러뜨릴 수 있는지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멀티 레이드에서는 캐릭터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무기 숙련도와 캐릭터의 기본 스테이터스가 성장하여 보다 쉽고 빠르게 적을 쓰러뜨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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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레벨일 때에는 아무리 좋은 무기를 들고 있어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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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소리지만, 강해지고 싶으면 무엇보다
먼저 레벨을 올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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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흐름은 진 삼국무쌍 5의 레벨 시스템과 같다

또 멀티 레이드의 제작사이기도 한 코에이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중 하나, 삼국지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는 도시 개발 요소도 주목할 거리이다. 미션에서 얻은 전리품을 가공 생산하기 위한 상점들이 갖추어진 '거점 마을'이라는 요소가 새롭게 추가된 멀티 레이드에서는 생산시설을 강화하기 위해 무장 카드라고 불리는 특수한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데, 미션 클리어 후 랜덤하게 등장하는 무장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 카드는 마치 삼국지 시리즈에 등장하는 커맨드 중 하나인 '내정(內政)'을 연상케 한다. 액션 게임이면서 전략 시뮬레이션의 요소가 갖춰진 셈이다. 세간에서는 몬스터 헌터를 베꼈다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멀티 레이드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참고를 하는 선에서 지금까지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는 다른 맛의 '짬뽕'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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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카드에는 다양한 육성 포인트가 배분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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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도시육성 슬롯에 장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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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클리어 후 거점에 돌아왔을 때 일정 포인트만큼
시설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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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보기 싫은 차이나 드레스 아래 긴 속바지는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무쌍 본연의 재미는?
그렇다면 진 삼국무쌍 본연의 재미는 어떨까? 진 삼국무쌍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수십, 수백의 적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일당백의 늠름한(또는 어여쁜)무장들의 모습일 것이다. 무쌍 레이드 역시 진 삼국무쌍의 이름으로 발매된 게임답게 한 번에 여러 명의 적을 쓸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각 무기마다 설정된 필살기도 1:1 전투보다는 주변의 적을 공격하는데 적합한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필살기를 구사하여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후려치는 쾌감은 큰 화면에서 플레이 하는 거치형 게임기에 못지 않다(대신 100명을 잡든 10명을 잡든 칭찬해주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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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무쌍계 액션'에 어울리는 필살기가 다수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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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단공○아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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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에서는 맵 곳곳에 위치해 있는 거점을 봉쇄하면 해당 거점으로부터는 더 이상 적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무쌍 레이드는 적이 거점을 통해 등장하는 것이 아닌, 적을 격파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서 무한으로 리스폰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제한시간이 다 될 때까지 적들을 해치우며 경험치 노가다를 할 수도 있다. 단, 특정 거점을 공략하는 것이 클리어 조건인 미션에서는, 조건을 만족시킨 뒤부터는 해당 지역에서 적들이 리스폰 되지 않는다. 일반 게임과 같은 레벨의 개념이 없었던 기존 작품과 달리, 레벨을 올림으로써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여가는 게임 특성상, 선수필승의 정신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기 전에 적을 먼저 효율적으로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미션에 등장하는 적을 최대한 많이 격파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치를 얻어야 하는데, 사방에서 수십 수백의 적들이 몰려오는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기본 흐름은 멀티 레이드의 캐릭터 육성 방식에 잘 부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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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졸개들이 무한 생성되기 때문에
일부러 적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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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그 놈 추하게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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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모두 적

다만 해당 난이도에 알맞은 무기를 장비하고 있을 때 졸개들이 2~3번의 공격으로 쉽게 나가떨어졌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무쌍 레이드에서는 졸개들의 체력이 비교적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껏 적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마음껏 적을 쓰러뜨리지는 못하는 것이 흠이다. 또 한 번 쓰러진 졸개는 친위대나 병장 급과는 달리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연속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경우도 많아 그만큼 '조작하는 재미'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또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언젠가 벽에 부딪히기 때문에, 했던 미션을 반복하여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하는 플레이 방식도 진 삼국무쌍 시리즈 게임으로 봤을 때는 마이너스이다. 하고 싶을 때 원하는 만큼 적을 해치울 수 있었던 기존 작품의 일당백의 상쾌함 대신, 마치 취미생활을 직장으로 삼았을 때 즐거움 대신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처럼, 레벨을 올리고자 하는 의무에 가까운 목표의식 때문에 적을 반복적으로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다른 시리즈에 비해 순수한 상쾌함은 다소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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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못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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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하나 당 입수 경험치가 턱없이 부족한데도, 후반에
들어가면 적들이 강해져서 경험치 노가다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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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베기만 하는 노가다 기계지!

어설픈 흉내가 게임을 잡다
세간에서 무쌍 레이드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몬스터 헌터와 비슷하다'인데, 분명 다소 몬스터헌터를 참고한 듯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코에이에서 만든 몬스터 헌터'라고 평가절하할 정도로 베끼기에 철저한 짝퉁 게임은 아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멀티 레이드 오리지널 시스템으로 탑재된 요소도 많으며, 몬스터헌터를 참고로 해서 만든 듯한 몇몇 시스템은 사실 기존 요소를 변형시키거나 무늬만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의 형태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던 시스템을 왜 사람들의 오해를 사가면서까지 몬스터헌터 스타일로 바꿔놨냐 하는 점이다. 그렇게 흉내를 낸 시스템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할수록 게이머를 점점 더 피곤하게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를 들어 몬스터헌터의 장식주를 연상케 하는 무환은 기존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있었던 강화형 아이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몬스터헌터에서는 무기와 방어구에 뚫려있는 슬롯(소켓이라고도 함)의 개수에 따라 장식주를 박을 수 있는데, 방어구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있지 않은 멀티 레이드에서는 캐릭터의 양팔, 양다리에 1개씩, 총 4개의 무환을 박을 수 있게 되어있다. 또 몬헌의 장식주에는 각각 스킬 포인트가 분배되어 있는데, 이 포인트와 방어구 고유의 스킬 포인트의 합이 일정치를 넘어가면 그에 해당하는 스킬이 발동하는 구조이지만, 무쌍 레이드의 무환은 각각의 무환마다 1개의 특수 기능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른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이템 역시 각각의 아이템 1개 당 1개의 스킬이 설정되어 있으며, 전투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수가 5개로 제한된 점 등으로 미루어, 무쌍 레이드의 무환 시스템은 기존 시리즈의 변형된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대 5칸의 인벤토리 안에 자유롭게 집어넣을 수 있었던 강화 아이템과 달리, 방어구의 개념도 없는 게임에서 장착하는 부위에 따라 발동하는 스킬에 차이가 생기거나 효과가 달라지지도 않는데 굳이 장착 부위를 무기, 양팔, 양다리로 구분해 놓은 무쌍 레이드에서의 무환 시스템은 아무리 봐도 몬스터 헌터를 의식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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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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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이 된 것으로 보이는 진삼국무쌍2 시절의 강화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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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개념이 도입된 진 삼국무쌍 5 때는
온라인 게임 스타일의 스킬 트리 제로 변경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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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슬을 장비하여 무기에 특정 속성(및 이펙트)을
부여하는 전옥 시스템은 기존 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만큼 예외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미션제로 바뀐 시나리오 진행 방식도 짚고 넘어가볼 문제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기존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서는 체력과 각성 게이지 강화 아이템을 얻거나 상위 무기를 구하기 위해 프리 미션을 플레이 할 때를 제외하고 시나리오 자체는 일정한 순서에 따라 강제적으로 흐르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적의 체력이 많아지고 장비가 강화됨에 따라 해당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다소 상승하기는 하지만, 진행 단계에 따른 적절한 레벨의 무기를 장비하거나 약간의 컨트롤 실력만 있으면 큰 불편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게이머가 난이도에 구애 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무쌍 레이드에서는 몬스터헌터처럼 여러 개의 미션이 준비되어 있고, 각 미션 별로 게이머가 임의로 바꿀 수 없는 일정한 난이도가 설정되어 있다. 게이머는 여러 개의 미션 중에 원하는 것을 골라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시나리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키 플래그가 되는 미션을 클리어 해야 한다. 시나리오 미션은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는데, 난이도가 아무리 높아도 어느 정도까지는 게이머의 컨트롤로 난관을 이겨나갈 수 있었던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이 게임의 난이도는 컨트롤보다 캐릭터의 레벨과 현재 스테이터스 치에 의존되기 때문에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서는 자연히 레벨 노가다라고 불리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 게임의 미션은 전체적으로 클리어 보수가 매우 적으며, 체감 난이도에 비해 입수 경험치가 짠 편이다. 노가다용 미션을 1~2번 플레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10레벨까지는 올릴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경험치 입수폭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10레벨 이후부터는 적들의 장비가 좋아지고 체력이 늘어나면서 한 번의 연속기로 해치울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을 강화해서 보다 좋은 무기와 무환을 얻으려고 해도 소위 '물욕' 때문에 원하는 소재가 나오지 않아 레벨만 오를 뿐인 무의미한 노가다를 계속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적들을 물리치며, 동시에 막힘 없이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었던 기존 시리즈의 상쾌함이 훼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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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품 개념 덕분에 물욕과의 싸움이 가열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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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위 소재는 교역을 통해 입수할 수도 있지만,
미션 하나를 클리어 할 때마다 1회 1종류 밖에 교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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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션은 보수가 꽤 짭짤하지만, 난이도가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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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 때문에 소재 입수에 실패한 경우, 시설 강화에 따른
상위 무기 입수가 불가능해져 게임의 난이도가 더욱
상승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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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진행의 형식 자체는 기존 시리즈와 다를 바 없지만...

밸런스 조절도 실패한 느낌이 강하다. 무쌍 레이드의 비교 대상이 되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특수한 조작체계와 액션성으로 인해 라이트 게이머에게는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지만, 이론상 1인 플레이가 가능하게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본 게임의 경우, 극 초반의 별 반 개짜리, 또는 별 1개짜리 미션을 제외하면 혼자서 클리어 할 수 있는 미션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 2명, 게임 중반 이후부터는 아예 4명 플레이를 전제로 해서 미션을 구성한 듯한 인상이다.
시나리오 최종 보스는 엄청난 체력과 공격력을 자랑하면서도 거의 1번 이상은 부활한다. 게다가 보스급 공격력을 가진 무장이 복수로 등장해서 협력 공격을 하는 미션이 적지 않아, 아이템의 도움의 받는다고 해도 혼자서는 클리어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부채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술사계 적들은 한술 더 떠서 아예 공중에 뜬 채로 공격을 하는데, 장시간 공중에 떠있을 수 있게 해주는 부유형 무환이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장비하지 않은 경우, 아예 공격의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만다. 게이머의 공격을 무시하고 중간에 캔슬 가드를 하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PSP를 가진 친구가 1명 이상 있거나 X링크 카이 등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게이머라면 쪽수로 이들 미션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진정한 고독을 맛보게 된다. 전작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광경이다. 굳이 '최대 4명 동시 플레이 가능'이라는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진 삼국무쌍 시리즈만의 상쾌한 타격감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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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난이도 2개 짜리로 나름 할만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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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오로치, 유비, 손견 등 보스급 무장이
총출동하는 지옥의 미션이다. 그러면서 고작 800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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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장료'와 대결한다고 나와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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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은 엿 바꿔 먹었는지 부하들을 데리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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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뭐 어쩔...

너희 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진 삼국무쌍 멀티 레이드는 여러 시험적인 요소와 진 삼국무쌍 시리즈 고유의 액션성으로 인해 일정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안 넣었어도 별로 문제 될 게 전혀 없는 이분자(異分子)가 섞여 들어와 벌써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즈로서의 게임의 본질을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몬스터헌터를 닮았다'는 이분자가 말이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아무 상관도 없는 독자적인 게임으로 생각하면 생각 외로 깊이도 있고 즐길 만한 게임이긴 하다. 난이도도 어느 정도 있고, 반복 플레이를 통한 레벨 노가다가 필수이기 때문에 하는 사람을 가리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적을 쓰러뜨리고 엔딩을 본다'라고 하는 정통파 액션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에게는 나름 '거들떠 볼만한' 게임으로 각인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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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튜토리얼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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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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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등, 반복 플레이를 위한 여러 가지 요소는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하지만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최신 속편이라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카오스가 따로 없다. 멀쩡히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겉모양만 뜯어고쳐 다른 유명 게임의 흉내를 내지 않나, '신규 요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게이머 친화적인 게임 진행방식을 게이머에게 불친절한 방향으로 바꾸지를 않나, 시리즈의 특징인 시원시원한 플레이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를 골치 아픈 물욕과 레벨 노가다가 대신 하질 않나. 멀티 레이드만의 실험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그렇다 치더라도, 몬스터 헌터를 강하게 의식한 듯한 몇몇 부분 덕분에 이 게임은 진 삼국무쌍치고는 재미없지만, 그냥 게임으로서는 썩 괜찮은 작품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주 미묘하다.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결전2가 '진 삼국무쌍 결전2'가 아니듯, 시스템이 다르면 게임의 본질도 달라지는 게 일반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게임은 타이틀은 비록 '진 삼국무쌍'이지만, 전체적으로 무쌍답지 않은 게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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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같아도 시스템이나 기획 의도가 다르면,
그 게임의 타이틀 역시 달라져야 한다(사진은 결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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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삼 시리즈의 원류가 된 '삼국무쌍'도, 기본 개념과
장르,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진삼국무쌍으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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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사이코 크래셔를 시전하며 강렬한 기를
내뿜는 '결전 2'의 조조와 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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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신 나간 연출의도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의도는 이랬을 것이다. PSP로 발매된 몬스터 헌터가 일본의 새로운 국민 게임으로 불리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자, '성공하는 게임의 성공하는 요소'를 코에이가 나름대로 분석한 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다소 매너리즘화 되어가고 있는 자사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이들 요소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는데, 분명 성공하기 위해 잘나가는 게임을 벤치마킹 하는 것 자체는 별로 문제될 소지가 없다. 10년이 지나도록 거기서 거기인 게임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 자체는 오히려 칭찬해야 마땅하다(물론 호의적 예상이지만). 그러나 장르는 동일하지만 본질은 완벽하게 다른 게임을 벤치마킹 해서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코에이는 진 삼국무쌍이라는 네임 벨류를, 하나의 게임으로 완성된 자사 작품을 생각보다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에이, 너 임마 너희 게임을 좀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다음에 발매하는 게임은 쓸데없이 남의 게임 흉내내지 말고 '진 삼국무쌍' 카테고리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보는 건 어때?
만약 코에이와 친구 사이였다면 이런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뭐, 말로 해서 들을 때의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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