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명의 뒷얘기를 캐는 게임, 환상수호전 티어크라이스

어어부 ubudaki@gmail.com

환상수호전이라면 아주 오래전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한 오리지널 1편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리 재미있는 타이틀은 아니었습니다. 108명 모으기 외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게 없거든요. 어쩌면 그때 108명을 다 얻지 못한 거에 분해서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겠어요. 이후 시리즈로 발매한 모양입니다만 저는 못해봤고요. 사람들 소감을 살펴보면 이번에 DS로 발매한 티어크라이스는 몇 가지 시스템이 빠져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 환상수호전 시리즈의 대열에서 빗겨나 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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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는 건 당연합니다만, 가끔 어떤 게임은 이를 너무 고집하면서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을 강요합니다. DS판 마이 심즈 심들의 왕국을 예를 들면 플레이어는 차근차근 마을을 발전시키고 돌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황량한 벌판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죠. 어떤 건물은 벌판을 가로질러 저 구석에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 건물 하나만 보고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마을이 커져서 빈터가 채워질 때까지 이런 행동은 반복되고요. 만일 목표지점까지 워프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의 컨셉에 큰 손상을 주게 됩니다. 마을의 길을 닦고 정원을 돌보기 위해서는 수시로 플레이어가 주위를 관찰할 필요가 있거든요. 이런 관찰은 자연스럽게 마을을 지나가면서 발생해야 하겠죠. 뭐 그래서 쇠락한 마을 부흥은 참 좋습니다만 플레이어는 일정한 시점까지 지루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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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수호전은 이런 중간의 불편한 경로를 삭제했습니다. 번창한 거대도시를 구현했다 해서 플레이어가 대장간과 여관을 찾아 길을 헤매는 일은 없습니다. 하나의 공간은 DS의 하드웨어가 처리할 수 있는 정도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공간에 메뉴화면을 통해서 간단하게 접속할 수 있는 거죠. 사실 마이심즈와는 다르게 RPG에서는 이렇게 무작정 길을 걷는 것도 하나의 플레이이고, 한 영웅의 여정이지만, 환상수호전에서는 이도 매우 간소화되었습니다. 일단 던전에 도착하면 다음에는 지도상에 그 던전 입구가 표시됩니다. 중요한 메인이벤트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던전을 되돌아 나가는 일이 귀찮았나요? 환상수호전에서는 화면이 한 번 번쩍하면 음산한 동굴을 빠져 나옵니다.(왜 요로코롬 만들어놨느냐는 좀 더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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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는 뭐니 해도 전투라고 생각한다면 DS판 환상수호전 티어크라이스에 상당히 실망할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전투시스템을 가진 RPG TOP10에 거뜬히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따지고 보면 전투시스템은 그 이전 선행되는 장비선택과 전투 후의 캐릭터성장과도 큰 연관이 있는 것인데, 환상수호전은 장비선택과 캐릭터성장, 이 둘이 재미가 없습니다. 파이날판타지3에서는 에어나이프를 장비하고 조류몬스터를 공격하면 더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지만 반대되는 땅속성의 몬스터에게는 취약하다거나, 리본이 비록 최강 방어구보다 방어력은 낮아도 상태이상을 전부 무효 처리한다거나 하는 등 플레이어가 장비를 교체해 얻는 이득을 선택하도록 처리해 재미를 주는데요, 이런 장비의 탐색과 선택이 환상수호전에는 필요가 없습니다.(왜냐하면)이 게임은 세 가지 타입인 베기, 찌르기, 때리기로 분류하고 속성에 맞는 공격을 하면 큰 대미지를 주게 되어있는데, 실상 필살기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이 속성이 무의미합니다. 필살기는 거의 무한이고요. 속성이 무의미하고 필살기를 언제든지 쓸 수 있으니 장비선택의 필요가 없죠. 단순히 검이든 장갑이든 가장 강한 무기만 선택하면 됩니다. 또 하나 캐릭터는 수시로 레벨업 합니다. 레벨업은 HP와 MP를 꽉 채워줍니다. 캐릭터가 빠르게 성장하면 몬스터는 만만해지기 마련이죠. 이때부터는 일일이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도, MP를 소모하는 필살기도 필요 없습니다. 간편하게 자동공격 아이콘을 눌러주면 지들끼리 알아서 움직입니다. 이런 결과로 환상수호전의 전투는 무지 시시하고,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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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죄 없는 괴물을 못살게 괴롭혔나요? 환상수호전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교역이 있거든요. 이것 역시 무척 간단합니다. 마을마다 가격은 정해져 있고, 소문을 듣지 않아도 차액을 남기기 쉬운 아이템이 많으니까요. 또 하나 본거지를 얻은 후 의뢰를 받을 수 있는데요. 단장퀘스트가 아닌 파티퀘스트의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직접 출동하지 않고 멤버를 보내 해결하는 식이고 이런 과정에서 들어오는 자금도 쏠쏠합니다. 환상수호전에서는 레벨과 장비는 물론 돈 걱정도 없는 거죠. 그럼 왜 이따 구로 도전의식없이 쉽게 만들어놨느냐? 하는 건데. 그거 말씀드리려고 지금까지 써내려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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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바로 이런 생략, 간소화가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환상수호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풍년을 위해 세상을 구하려는 농부, 미인이 많다고 가입해 버리는 바람둥이, 미식가 암살자, 심지어 세계를 융합시키려는 유일왕과 협회의 대장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 중에는 말도 안 되게 비정상적인 것도 있고, 우스운 것도 있으며 꽤 감동적인 것도 있습니다. 뭐 그러니까 환상수호전은 108명을 동료를 얻는 게임이지만 진짜 목적은 108명의 뒷얘기를 캐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위에서 얘기했던 마을과 맵상에서 불필요한 경로 삭제, 캐릭터별 레벨 그라인딩, 심플한 장비선택, 자동공격 등 이렇게 환상수호전은 108명을 모아 사연을 듣는데 집중시키기 위해 방해물을 제거(생략)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즐길 거리의 공석은 확연하게 구분된 선/악 캐릭터(매뉴얼에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쓰여 있지만 어차피 전부 영입), 방대한 애니메이션 컷신과 음성지원, 108명의 엄청난 사연 같은, 그간 이 시리즈가 쌓아온 전통의 환상수호전 스타일로 때우고 있고요. 하지만 108명의 사연을 캐는 게임인 만큼 모든 동료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술술 넘어가는 게임에서 유일하게 쉽지 않은 부분이죠. 특정한 이벤트를 만족하지 못하면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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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이번 DS판 환상수호전 시리즈의 명성을 듣고 해봤는데 어딘가 맥 빠진 기분이 들었다면 플레이어 여러분이 이상한 게 아니라 모두 게임의 등장하는 108인의 이야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걸 여과시킨 쉬운 RPG를 선호하는 라이트한 플레이어도 있는 건 알고 계실 테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수작으로 평가되겠죠. 저는 DS판 환상수호전 티어크라이스에 짜지도 그렇다고 후한 점수도 주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 환상수호전에 등장하는 108인의 사연은 캐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유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 역시 게임 진행 내내 간간히 웃겨주는 대사 때문에 만족했다고 말씀드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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