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아블로3 환전 시스템, 한국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은?

최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디아블로'라는 게임 자체가 워낙 명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3'의 경우에는 게이머들끼리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시스템과 직접 환전 시스템까지도 갖추고 있어 더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이 시스템은 간헐적으로 몇몇 온라인 게임에서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디아블로3'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게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디아블로3'가 성공하고 이 시스템을 통해 확고한 부가 수익이 창출된다면 전세계의 게임 시장은 크게 요동치게 될 게 뻔하다.

"과연 국내에서 서비스될 수 있을까" 처음 거래와 환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디아블로3'는 국내의 심의법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은 등급거부 상태다. 블리자드 코리아가 '디아블로3'의 국내 심의를 제안했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환전 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면서 퇴짜를 놓았다. 이에 블리자드가 즉각적으로 환전 시스템 자체를 제거하고 최근에 재심의를 넣었고, 아직까지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아무런 대답을 들려주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의 정부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디아블로3'의 심의 결과와 성공 여부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게임 개발사들은 아이템 거래가 게임 콘텐츠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불법 행위임을 강조해왔다. 아이템의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식이다. 직-간접적으로 아이템 거래가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내심 거래가 되길 바라는 개발사들도 있었겠지만, 사회적 인식과 파장을 고려해 애써 분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현실 때문에 아이템 거래를 통한 막대한 수익은 별도의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독점해왔고 정부는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아이템 거래 = 불법이 아님' 이라는 공식을 은근히 도출되게끔 해왔다.

하지만 '디아블로3'의 환전과 거래 시스템이 국내 및 해외에서 성공 신화를 겪는다면, 이렇게 아슬아슬한 아이템 환전의 경계는 확 무너지게 될 것이다.

우선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의 게임사들은 아이템 거래를 테마로 한 다양한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될 것이다. 아이템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과 개선책이 나오게 될 것이고, 아이템 거래를 더욱 활성화 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개발사들이 점점 개발해 낼 것이다.

게이머들도 변화하게 되는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아이템이 돈이 된다'는 공식이 확립되면서 게이머들도 '즐거움' 보다는 '돈벌이'로 게임을 선택하게 될 확률이 높다. 게임을 열심히 하면 돈이 된다는 구조 속에서 현재의 중독성 논란을 아득하게 상회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디아블로3'가 전세계적인 성공을 몰고 왔을때, 이러한 게임의 아이템 거래와 환전을 국내에서 '막을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일단 답은 '아니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디아블로3'의 국내 아이템 환전 서비스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막는다고 해도, 블리자드는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에 아이템 환전 시스템을 도입해둘 것이기 때문에 많은 국내의 게이머들이 북미나 근처 해외의 나라의 서버로 접속해서 게임을 즐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스마트폰 시장을 폐쇄시켜도 결국은 해외 계정으로 접속해서 막을 수 없었듯이, '디아블로3'의 해외 서비스에 진입하는 한국 게이머들을 전부 막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또 수많은 게임들이 '아이템 환전에서 파생되는 돈 맛'을 알아버린다면 궁극적으로 그런 게임들만 개발될 것이고, 시간과 정도의 차이이지, 결국은 한국 게임 시장도 관련 시스템을 열게 될 것으로 본다.

때문에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비롯해 문화부 등 주무부서에서는 당장은 파장을 피해서 방어적 입장을 취하되, 미리 관련 내용을 내다보고 정책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게임은 '즐거움'을 위한 도구이지 '돈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움'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많은 게임사들과 공청회도 열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찾아가야 한다.

아이템 환전은 잘만 조절한다면 게임사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고, 그 수익이 다시 질 높은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쓰이는 선순환 구조로 활용될 수도 있다. 무조건 막고, 막으면서 욕먹고, 막아놨다가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수습은 안되고.. 여성부 같은 어긋난 시점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정부부처가 개입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게임업계와 정부의 올바른 대처가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디아블로3'의 심의와 시스템, 그리고 국내 게임시장.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이제 막 터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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