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논란 ⑥] 게임기금, '달콤한 유혹'에 빠진 정부의 정책
흔히 게임산업을 보고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고 한다. 경쟁이 심화되어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성공하면 큰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한 게임이 인기를 얻어 상장한 게임 기업들의 면모만 봐도 다른 산업과 게임산업은 차별화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률이 40%가 넘는 산업은 사실상 게임산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10대 재벌에 틈틈이 게임기업 인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게임의 경쟁력을 알려주는 한 단면이다.
그래서 그럴까,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돈을 버는데도 사회로 환원하는 것에는 인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게임산업은 정치권이나 정부 등과 전혀 관계성없이 커온 산업군이다. 때문에 별다른 유대 관계가 없다. 돈을 많이 벌지만 한 정부와 정치권에 무관심한 게임업계, 아마 그들 눈에는 눈에 가시로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각 정부부처는 서로 시나리오를 짠 것같은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게임산업의 돈을 끌어내기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각자 청소년 계도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실 명분은 우습기 짝이 없다.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주범으로 게임을 지목하고, 또 다른 마약이라는 등 둘러대면서 그걸 막기 위한 기금을 내놓으라고 한다.
누가 봐도 어거지성이 짙고 방법도 잘못돼 있지만 상관은 없는 듯 하다. 충분한 여론몰이를 했고 돈을 뜯어내면 그걸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달리해서 기금을 마련하고, 그 기금이 제대로 쓰인다면 사실 그 자체도 괜찮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기금의 주요 주체인 여성부는 그동안 방만한 운영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여성부의 만행, 세금낭비' 등으로 무수한 질타의 글이 있다. 실제로 여성부는 예산 소비 내역을 아예 공개하지 않은 전례도 있다.
그러한 여성부가 게임기금을 제대로 쓸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애초에 억지로 명분을 만든 일인데 쓰임새라고 바로 될까. 경륜과 경정법 시행령의 개정 이후 기금 규모가 줄어 재원이 모자랐던 여성부는 게임 기금이 있어야 방만한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속내가 있을 것이다. 향후 예산을 어떻게 썼냐고 하면 공개할 수 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교과부는 조금 더 우습다. "게임이 없어지면 학교 폭력도 없어지겠네요?" 라는 질문에 교과부 측은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명분은 없지만 게임 쪽이 돈 잘 버니까 한 번 발을 들여보자는 고약한 속내가 비춰진다. 전형적인 탐관오리식 정책이다.
물론 이러한 작금의 현실엔 게임산업의 인색한 사회 환원이 한몫했다. 뒤늦게 게임산업계도 매년 100억 원을 들여 게임의 역기능 완화에 힘쓰겠다고 하고 있지만 방어적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매년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지만 일단 '돈을 뜯으려는' 다른 정부 부처의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 번 만큼 많이 베푸는 것이 사회의 룰이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다양한 법제화를 통해 게임산업군에서 강제로 기금을 내도록 의무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금은, 적어도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법제화에 앞장선 부처에서는 어떻게든 투명한 관리를 막겠지만 기금을 내더라도 정말 효용성 있게 사용되도록 계속 사회적 견제가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이 정부 부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탐관오리성 정책은 명분이나 논리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와 재원 부족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