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품에 안은 크레이지피쉬, 다섯손가락 안에 들겠다

최근 스마트폰 게임업계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스마트폰 관련 개발사들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에브리팜을 개발한 피버스튜디오를 인수한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나, 핫독스튜디오에 투자한 엔씨소프트, 모야소프트에 지분투자를 한 넥슨 등 기존 대형 게임사들 뿐만 아니라 게임과 관련이 없었던 창투사들도 투자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스마트폰 서비스플랫폼 비바게임을 오픈하고 활발한 활동을 개시한 퍼블리셔 크레이지피쉬 역시 이런 시장의 흐름을 타고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크레이지피쉬는 네오위즈인터넷 대표와 한국인터넷협회 회장을 역임한 허진호 대표가 지난 2009년 설립한 회사로 최근 국내외 창투사들에게서 20억을 투자받아 하반기에 더욱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크레이지피쉬
크레이지피쉬

"맨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는 PC기반의 소셜 게임을 염두하고 출발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쪽으로 급격하게 시장이 변화했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 스마트폰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한게 올해 초였으니 이제 출발선에서 막 달리기 시작한 단계라고 봐야죠"

1994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네트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열고, 네오위즈인터넷 대표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직을 맡으며 업계의 큰형님 역할을 해왔던 그가 크레이지피쉬를 설립하고 게임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징가를 보면서 소셜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허대표는 네오위즈인터넷에 근무할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소셜 게임이 회사 규모에 비해 너무 작은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서 도전한 것이라며, 지금은 대형 게임사들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주력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허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크레이지피쉬는 서비스 플랫폼 비바게임을 통해 7개의 게임을 런칭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30여개를 더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외 많은 개발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캐주얼 소셜부터 하드코어 전략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흐름을 반영해 전부 네트워크 플레이와 소셜 기능을 가미했다.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북미, 유럽보다는 일본, 중국쪽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다소 시장이 복잡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죠. 물론 해외 진출 이전에 한국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쌓는 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해외시장이 크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것은 아니다.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그 이전에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우는게 먼저다.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허대표의 시선은 일반적인 스마트폰 회사들과 조금 달랐다. 북미, 유럽 시장이 국내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마케팅 비용을 고려한다면 위험도가 너무 높다는 것.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시장인 중국도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가 200개가 넘을 정도로 혼잡해 아직은 지켜봐야할 단계라는게 허대표의 생각이다.

때문에 크레이지피쉬가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해 비바게임이라는 이름을 게이머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애니팡을 통해 증명된 것처럼 대형 소셜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에 자체 서비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대형 소셜 플랫폼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다만, 특정 플랫폼이 잘나간다고 해도 거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계획이다. 자체 서비스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에 너무 의존하다 위기를 겪고 있는 징가처럼 될 수도 있어서다. 예를 들면 크레이지피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삼국지 기반의 전략 게임은 자체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캐주얼 라인업인 스페이스팡팡은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카카오톡에 런칭을 하는 식이다. 사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맞춤형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크레이지피쉬
크레이지피쉬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후반 단군의 땅,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그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많은 성장을 했지만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넘어설 것이다. 허대표는 앞으로의 게임시장의 미래가 스마트폰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허대표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부분유료화를 도입하면서 엄청나게 성장을 거둔 것을 지적하며, 스마트폰 시장 역시 부분유료화 모델로 인해 대폭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은 5000억 시장에 불과하지만 근시일 내에는 2조까지 성장할 것이며, 10조가 넘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게 허대표의 견해다.

근래 스마트폰 게임업계에 큰 걱정으로 다가온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정부가 마음을 먹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허대표는 한국인터넷협회 회장 시절 인터넷 실명제로 2년 동안 싸웠지만 결국은 현실화 됐다며, 셧다운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니,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버틸 수 있는 내공을 쌓는 것이 스마트폰 게임 업계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크레이지피쉬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게이머들의 뇌리 속에 재미있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로 남는 것이죠. 온라인 게임 포털이 하나만 살아남는 독식 구조가 아닌 것처럼 스마트폰 게임 업계도 상위 5개 정도가 시장을 이끄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선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향후에는 더욱 위를 노려야죠. 크레이지피쉬 게임이면 믿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 더욱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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