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동아에서 선정한 2012년 최악의 게임 10선

연말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시상식이 펼쳐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해를 뒤돌아보고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상을 부여하며 그들의 공로를 치하하고는 한다.

하지만 모든 시상식이 명예로운 것만은 아니다.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래즈베리 어워드(Golden Raspberry Award)나 가장 황당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가리는 다윈상(Darwin Award) 등은 일반적인 시상식과는 달리 그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되는 시상식이다.

이 정도의 권위(?)있는 시상식은 아니지만 게임동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급부의 시상식을 준비했다. 바로 올해 출시된 게임 중 최악의 게임 열 가지를 꼬은 '2012년 최악의 게임 10선'이 그 주인공이다. 굳이 게임성 그 자체가 최악이 아니더라도, 최악이라 꼽을 수 있는 측면이 있는 많은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으며, 그 중에서 딱 10개의 게임이 최악의 게임 10선에 이름을 올렸다.

<밸런스?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디아블로3>
12년만에 발매되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디아블로3가 최악의 게임으로 꼽혔다. 게임은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와 직업들 사이의 성능 편차는 게이머들이 불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또한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난이도를 올려 플레이 타임을 길게 늘여놓은 면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개발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갖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서비스 초기부터 게임에 접속이 되지 않기도 했으며, 많은 이들이 해킹으로 인해 게임을 즐기지 못 하게 되는 등, 게임성과 운영, 보안 등의 모든 측면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디아블로3의 발매 이전만 하더라도 엄청난 지지를 등에 업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지만 디아블로3 발매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인기와 게임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애니팡>
애니팡이 국내 게임시장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카카오톡은 메신져를 넘어 스마트폰 게임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을 했으며, 다양한 팡류의 게임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출시됐다. 같은 동물 그림을 3개 이상 이어붙여 폭발시키는 단순한 게임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게임의 흥행과는 별개로 너무나 많은 버그가 발견됐으며, 게임성 역시 팝캡 게임즈의 비주얼드의 표절이라는 의혹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애니팡이 2012년 게임대상 후보로 올라가자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이 수상을 하게 되면 게임대상의 격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을 정도로 완성도 그 자체는 높게 평가받지 못 했다.

애니팡이 남긴 족적이라면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가에 대해 업계인들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로 국내에 AOS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등장한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엔트리브소프트의 혼(Heroes Of Newrth)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혼은 이 열기를 이어가지 못 했다.

북미 시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의 뒤를 이어 넘버2 AOS게임이라는 나름의 거창한 홍보도 크게 빛을 발하지 못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넘버1 게임을 할 시간도 없는데 넘버2 게임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으니까.

게임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나 복잡한 인터페이스는 게임에 접근하는 이들의 적응을 돕기는 커녕 방해했으며, 좋게 말하면 북미 성향, 나쁘게 말하면 기괴한 디자인의 챔피언들은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을 돋구지 못 했다. 게임성보다는 인터페이스와 캐릭터 디자인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배를 버리다니! 피파온라인2>
오랜 기간 국내 최고의 스포츠 온라인게임으로 군림한 피파온라인2를 즐기던 게이머들은 한 순간에 단체 '멘붕'에 빠졌다.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피파온라인2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피파온라인3의 등장으로 인해 네오위즈게임즈가 과연 피파온라인2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시장에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이들이 게임을 '시원하게' 포기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업체 입장에서야 당시 피파온라인2 이외에도 크로스파이어와 관련된 분쟁을 진행 중이어서 골칫거리를 하나라도 빨리 덜고 싶었으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게임을 열심히 즐기던 800만 명 가량의 피파온라인2 이용자들은 한 순간에 버림을 받게 됐다. 서비스 종료까지는 아직 3개월의 시점이 남았지만,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은 피파온라인2에 더 이상 미래는 없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은 신경 안 쓰십니까?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튠>
아케이드 리듬액션 장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시리즈가 PS비타로 출시된다는 이야기에 이 시리즈의 팬들은 흥분했다. 대형 터치스크린을 지니고 있는 고성능 휴대용기기는 디제이맥스 테크니카를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는 출시 이전부터 무시되기 시작했다. 게임의 발매일과 한정판 구성물이 일본 시장에 먼저 공개됐으며 추후에 공개된 모든 게임 정보도 한국 시장보다는 일본 시장에 선공개 됐다.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모습.

문제는 게임에 인기 걸그룹 카라가 등장하고, 이를 이용해 일본 내 한류 열풍에 편승하겠다는 마케팅 의도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는 점이다. 공은 일본에 들였지만 이득은 한국 시장에서 나왔으니, 퍼블리셔인 네오위즈모바일은 회심의 일격은 허공을 가른 꼴이 되고 말았다.

<노골적인 표절. 엉망진창 운영. 재빠른 서비스 종료의 삼위일체, 명장 온라인>
던전앤파이터를 노골적으로 표절한 명장 온라인이 지난 9월 27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5월에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이후 4개월 만의 서비스 종료였다.

노골적인 표절작이긴 하지만 명장 온라인은 던전앤파이터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삼국지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고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6월 19일에 마지막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후, 서비스 종료까지 아무런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며 게임의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그 와중에 서버 관련 문제가 터져나오며 게이머 이탈이 본격화 되는 설상가상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오위즈게임즈 측에서는 게임 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9월 27일, 이 작품의 서비스 종료는 퍼블리셔의 '서비스를 포기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단순한 거짓말이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고 말았다.

<서든어택과 무엇이 다릅니까? S2 온라인>
서든어택의 개발을 지휘했던 백승훈 사단의 두 번째 FPS 온라인게임인 S2는 데뷔 이전만 하더라도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다. 국내 FPS 온라인게임 시장의 틀을 확립한 서든어택의 개발자가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게이머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서든어택을 뛰어넘지 못 했다. 그래픽이 발전하고 '갱스터vs특수기동대'라는 설정상의 새로운 대립구도를 내세운 것 이외에는 플레이 방식 자체가 서든어택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개발사 측에서는 '서든어택과는 다른 게임'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게이머가 받아들이는 것은 플레이 경험이지 개발사의 발언이 아니다.

서든어택과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도 흡사하기에 서든어택을 즐기던 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서든어택을 즐기던 이들이 굳이 S2온라인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S2 온라인은 '형만한 아우 없다'는 격언을 몸소 증명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마무리 중요성을 똑똑히 알려준 게임. 매스이펙트3>
우주를 배경으로 엄청난 자유도와 뛰어난 그래픽, 블록버스터 영화 뺨치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비디오게임기용 SF 롤플레잉 게임인 매스이펙트 시리즈의 마지막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그 깊은 여운이 좋은 향기가 아닌 악취였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매스이펙트3는 이전 작품을 뛰어넘는 그래픽과 스토리 진행으로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게임의 엔딩이 드러나자마자 해외의 유력 리뷰 사이트들은 이 게임을 최악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링이 될 수 없어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엔딩을 보기 위해 게이머들이 지난 6년간 이 작품을 즐겨왔던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혹자는 이 게임의 엔딩을 이렇게 비유했다. "내 손에 딸기맛, 메론맛, 포도맛 사탕이 있다. 그런데 어차피 다 똑같은 사탕이니까 그냥 먹고 집에 가"

<엔딩을 돈주고 팔다니? 아수라의 분노>
PS3, Xbox360으로 출시된 액션게임 아수라의 분노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게이머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게이머들이 분노한 이유는 하나. 개발사인 캡콤의 이해할 수 없는 DLC 정책 때문이다.

DLC는 게임의 콘텐츠를 추가 요금을 지불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하나의 수익모델이다. 하지만 아수라의 분노의 DLC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 DLC를 구매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엔딩을 볼 수 없도록 게임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반쪽짜리 게임을 돈주고 구입한 것이다. 그것도 이 게임이 반쪽짜리라는 것이 전혀 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은 모든 업체가 고민하는 일이지만, 그 중심에 게이머가 자리하지 않고 있다면 수익보다 많은 비난을 받을 뿐이다. 캡콤은 아수라의 분노를 통해 이러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시장에 일깨워줬다.

<게임은 할 수 있게 해줘야지! 라그나로크2>
2D MMORPG의 최고봉 중 하나로 꼽히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후속작인 라그나로크2가 게임동아가 선정한 최악의 게임 10선으로 꼽혔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테스트 당시에는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서버 오류가 심각했으며, 밸런스가 전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의 서비스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즉, '테스트를 통해 검증도 할 틈이 없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즐길 것도 없더라'는 것이 라그나로크2를 접한 게이머들의 반응이었다.

혹자는 "신형 자동차를 샀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자동차의 뼈대만 겨우 완성된 상황에서 '신차'라고 자동차를 출시한 모습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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