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본듯한 느낌, ‘이스케이프: 비욘드 더 바운즈’

어드벤처 게임의 높은 몰입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예가 있다. 해외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유명 어드벤처 게임 ‘그림판당고’를 플레이 시켰더니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 이야기다. 이 같이 어드벤처 게임은 높은 흡입력과 스토리로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추리를 기반으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경우에 게이머는 자신이 셜록 홈즈같은 명탐정이 되어 게임을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느낌 받으며,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퍼즐 등으로 색다른 두뇌 유희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오늘 소개할 ‘이스케이프: 비욘드 더 바운즈’(이하 ‘이스케이프’)도 게이머의 두뇌를 자극하는 어드벤처 추리 게임이다. 특히 ‘하얀섬’시리즈 등으로 스마트폰 어드벤처 게임에서 개발력을 인정받고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는 비주얼 샤워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면 그들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스케이프’는 비주얼 샤워가 이전 피쳐폰 시절에 선보인 ‘비욘드 더 바운즈’의 번외편이다. 어드벤처 추리 장르 마니아 게이머들은 이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피쳐폰 시절 당시에 기기를 뛰어넘는 그래픽과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많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에서 인기를 끌었던 동물과의 대화나 다른 세계로 이동 한다는 등의 플레이가 사라졌지만 더욱 아름다운 화면과 추리 구성 등으로 무장해 추리 장르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비주얼 샤워의 전 시리즈인 ‘하얀섬’ 시리즈가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게임 이었다면 ‘이스케이프’는 밝은 동화 풍의 그래픽에 적절한 개그요소가 섞여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게임은 세계수가 마을 중심에 우뚝 서있는 세상 ‘요툰’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 아인헤자르가 이유 없이 감옥에 갇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게이머는 주인공 아인헤자르가 되어 감옥에서 탈출하고, 매력적인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누명을 벗김과 함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모험을 펼친다.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의 특성상 3인 시점의 어드벤처 게임에 비해 게이머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시점으로 한정 되기에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게이머는 어느새 자신과 주인공을 동화시키게 되고 주인공의 일은 내 일이 된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잠시 다른 인물로 게임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위기에 처했다는 느낌은 쉽게 떨쳐낼 수 없다. 게이머는 어느새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자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에 녹아 들게 된다.

‘이스케이프’는 기존 1인칭 어드벤처 추리 게임이나 비주얼 샤워의 작품을 접해봤던 게이머라면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화면 상단에 각각 오브젝트나 배경이 자리하고 있고, 하단에는 인물들간의 대화나 탐색, 이동, 수집, 아이템 사용, 대화 등의 커맨드가 위치한다.

탐색 버튼을 클릭한 뒤 화면 곳곳을 클릭해 보면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이동이나 아이템 사용 버튼을 클릭해 화면을 이동하거나 각각의 오브젝트를 수집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대화 시스템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배경과 스토리를 이해 하는데 도움을 주고, 다양한 선택지 등이 마련돼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화면 구성이나 게임 방식에서 게이머를 최대한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화면간 이동을 하는데 있어 이동이나 대화 버튼을 번갈아 터치하는 불편함 없이 할 수 있게 해둬 화면 이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시켰다. 더불어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아이템 조합 버튼이 따로 없는 것이 ‘이스케이프’의 특징이다. 아이템 조합은 화면에서 한 개의 아이템을 터치한 후 다른 아이템을 터치하면 된다. 아이템을 조합하고 사용하기 위해서 메뉴를 여러 번 왔다가 갔다 하는 불편함을 느껴봤던 게이머라면 두손들고 환영할 시스템이다.

직관적인 화면구성과 시스템에 더불어 ‘이스케이프’는 아름다운 화면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동적인 화면의 움직임은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레버를 작동 시킬 때 레버의 움직임이나, 동굴에 있는 환풍기가 회전하고 있는 모습, 광산에서 광차를 타고 레일을 달릴 때의 모습 등은 더욱 실감나는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데 제 역할을 한다. 여기에 게임 내 분위기 전환이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곁들여진 사운드는 꽤 만족할만하다.

‘이스케이프’는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어드벤처 게임다운 스토리와 퍼즐로 무장하고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아하’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든다.

두뇌 회전에 지친 게이머를 위한 미니게임도 마련됐다. 바로 전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사격게임이다. 사격을 실시할 때 총의 반동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 더욱 사실감을 전해준다. 사격 게임을 통해서는 게임 내 힌트를 보기 위해 사용되는 붉은 진주를 획득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막힌 부분에서 붉은 진주 45개를 사용해 조준경을 발동시키면 진행에 도움을 주는 오브젝트가 하이라이트 돼 게임 진행을 수월하게 돕는다.

사냥을 위한 총알은 최대 10발까지 보유할 수 있으며, 총알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회복된다. 성질이 급한 게이머라면 추가 결제를 통해 사냥용 총알을 구입할 수 있다. 또 사냥에서는 희귀종이라는 몬스터가 등장하고 이를 사냥에 성공하게 되면 더욱 많은 붉은 진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사냥에서 얻은 아이템을 활용해 게임 메인 메뉴의 'GET PRECIOUS'에서 주인공들의 추가 화보나 주인공의 친구 지그프리트의 소설 등 다양한 추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일부 아쉬움도 남는다. ‘이스케이프’는 기본적으로 3,000원을 결제해 구매하는 유료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힌트 한 개를 보기 위해서 15코인을 필요로 한다. 즉 힌트 한 개에 약 1,500원씩 하는 것이다. 물론 사냥을 통해서 붉은 진주를 획득하면 된다고 하지만 힌트 한 개의 값치고는 비싼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제 부분을 이외에 플레이 타임도 다소 아쉬운 편이다. 이미 플레이 해봤던 게이머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스케이프’의 전체 스토리는 하루에 이뤄진 이야기다. 이 장르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3시간 내외로 클리어 하거나 보통 6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보인다. 한창 게임에 푹 빠졌을 때 정말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몇몇 아쉬운 점이 남기는 하지만 ‘이스케이프’는 어드벤처 추리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의 재미를 물씬 풍기고 있어 어드벤처 추리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이스케이프’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탈출하고, 뛰어난 명탐정이 된듯한 기분으로 두뇌유희를 즐기다 보면 어느 샌가 주인공과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