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류작이라는 착각은 실례다. 퍼즐삼국 for Kakao

7/10 평범한 첫인상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성. 다만 박진감이 아쉽다.

제목부터 평범함의 극치였다. 게임 화면을 보니 더욱 그랬다. 퍼즐앤드래곤 스타일의 퍼즐RPG에 삼국지 스킨, 그리고 for Kakao라니. 천하의 넥슨도 아이디어 고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했다.

하지만, 퍼즐삼국 for Kakao는 실제 플레이해보면 이 같은 생각이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게 할만한 게임이다. 퍼즐앤드래곤과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성공 요소를 많이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이나 나름의 개성을 더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공을 들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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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풀어 적을 공격하고, 팀을 구성해 던전을 클리어해가면서 유닛들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임의 흐름은 퍼즐앤드래곤의 그것과 동일하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퍼즐삼국에서 가장 특색있는 것을 꼽자면 당연히 퍼즐의 독특함이다. 기존에 등장했던 퍼즐앤드래곤 아류작들은 퍼즐 방식을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게임의 세계관과 등장 영웅들만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퍼즐삼국은 퍼즐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교체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그냥 다르게 보이기 위한 작은 변화가 아니라 전혀 다른 게임성을 가지게 만든 수준의 큰 변화다.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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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삼국의 퍼즐은 국내에서 거의 보기 힘들었던 슬라이스 방식이다. 퍼즐앤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서로 상성이 존재하는 여러 속성의 블록들을 3개 이상 맞춰서 없애는 3-매치 방식이긴 하나, 블록 하나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블록이 속해 있는 라인 전체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여러 블록을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긴 하나 주어진 시간이 3초로 매우 짦으며, 블록을 움직일 때마다 그 라인에 속한 다른 블록들도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여러 블록을 동시에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 마치 초보자들이 루빅스 큐브를 돌리면 돌릴수록 점점 더 꼬이는 것처럼.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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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이외의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단지 원작의 유명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만 삼국지 세계관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삼국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재미를 살렸으며, 등장하는 삼국지 영웅들에게 각기 다른 특수 기술을 부여해 영웅들을 수집하는 재미를 살렸다.

특히, 삼국지 영웅들의 친분관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정해진 영웅으로 한 팀을 구성하면 특수한 추가 능력이 생기는 유대 스킬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며, 또한 특정 영웅 카드를 모두 모으면 업적을 달성해 보너스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예전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뭉치면 도원결의 이벤트가 발생하듯이 말이다.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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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요소는 영웅이 전부가 아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보면 보물 재료를 수집해 업적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게임 플레이 중 긴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책 카드도 수집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게이머들과의 경쟁 요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퍼즐앤드래곤과 달리 다른 게이머들과의 실력 대결을 즐길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보물 재료를 걸고 대결을 펼치는 쟁탈전 모드와 실력을 겨뤄서 승패에 따라 게임머니를 보상으로 받는 일기토 모드가 존재하며, 자주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은 숙적이라는 이름으로 명단이 관리돼 상대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친구들의 대표 유닛을 선택해서 던전에 입장할 때 쌓이는 우정 포인트와 대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투 포인트가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새로운 영웅을 영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니, 퍼즐앤드래곤보다 소셜 요소가 더욱 강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캔디 크러쉬 사가처럼 친구들의 던전 클리어 정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도 깨알 같은 차이이긴 하지만 소셜의 재미를 더해준다.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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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앤드래곤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한 완성된 게임 흐름, 퍼즐앤드래곤과 다르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퍼즐, 누구에게나 익숙한 삼국지 세계관과 영웅, 더욱 발전된 소셜 요소. 후발주자인 퍼즐삼국 for Kakao는 퍼즐앤드래곤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서 등장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구성요소를 하나 하나 뜯어서 본다면 더 나아진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퍼즐삼국은 퍼즐앤드래곤을 즐기던 사람들이 전부 옮겨갈 만큼 매력적인 게임인가? 이 질문에서는 섣불리 답변하기 곤란하다.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인 것은 분명하나 보자마자 빠져드는 흡입력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퍼즐삼국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퍼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퍼즐앤드래곤 아류작들과 동급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슬라이스 퍼즐이 가진 독특함 때문이다.

하지만, 이 슬라이스 퍼즐은 반대급부로 상당히 답답함을 선사한다. 기존의 3-매치 퍼즐과 달리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블록들의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움직여야 하니 뭔가 시원한 맛이 부족하다. 물론 익숙해지면 6~7 콤보도 나오긴 하지만 블록을 마음대로 움직여 원하는 모양을 만든 후 팡팡 터트리는 퍼즐앤드래곤의 퍼즐을 생각하면 상당히 정적인 느낌이다.

또한, 게임의 강점으로 내세운 수집 요소 역시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수집 요소가 많다는 것은 오랜 기간 진득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퍼즐 삼국에서는 수집 요소가 대부분 뽑기 시스템으로 연결되며, 그것이 팀의 전투력으로도 연결되다보니 게이머들에게 결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도 살짝 든다.

퍼즐RPG 장르의 특성상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현재까지 공개된 모습만으로는 이런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확산성 밀리언아서의 뽑기 화면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서 그런 느낌인가...).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퍼즐삼국 for kakao 이미지

현재 퍼즐삼국 for Kakao의 순위를 보면 기존 카카오 게임에 없었던 퍼즐RPG라는 장르적인 특성과 삼국지 세계관의 결합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아직 판단내리기는 이르지만 카카오에 드문 미드코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장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퍼즐앤드래곤 데뷔 당시 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희망적인 결과다. 다만, 늘 그렇듯 RPG 요소가 가미된 모바일 게임들은 출시 이후가 더욱 문제이고 그것을 개발진들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가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퍼즐앤드래곤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요인은 시스템 뿐만 아니라 매번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주는 이벤트와 업데이트였다는 것을 개발진들이 명심한다면 넥슨이 판타지러너에 이은 또 하나의 모바일 대표작을 보유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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