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멋지지만 마무리가 아쉬운 배트맨 오리진

이원태 lwtgo@hanmail.net

게임이나 만화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웅캐릭터 중에서도 좀 특별한 존재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초능력을 지녔거나 출생이 외계인이거나 하는 특별함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게 아니라 거의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서 매력을 폭발시키는 그런 영웅들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의 주인공인 배트맨이 그러한 영웅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인간이지만 돈(!)을 이용해 다양한 장비를 개발하여 활용하며,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계획성을 통해 수많은 영웅들 사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그렇게 매력적인 영웅인 배트맨을 소재로 한 배트맨 아캄 오리진! 게이머가 고담시티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는 배트맨이 되어 보는 배트맨 아캄 오리진(이하 아캄 오리진)은 과연 어떤 재미를 줄는지 리뷰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섬세하지 못한 그래픽이 좀 아쉽다
아캄 오리진은 게임의 무대인 고담시티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게임으로 필연적으로 맵을 이동하는 구간이 많다. GTA와 같이 엄청난 규모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도시의 한 구역을 게임 속에 재현했고 유저가 지상이나 상공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은 어쌔신 크리드와 같은 게임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빌딩숲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이동하는 모습은 때론 스파이더맨을 떠오르게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이동을 하면서 보는 고담시티의 모습이 너무 삭막한 느낌이 든다. 범죄가 난무하는 도시 고담시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삭막함이기도 하지만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범죄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점이 현실감을 반감시킨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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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방대한 맵을 표현한 탓인지 배경이나 인물묘사의 디테일에서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임과 비교했을 때 퀄리티가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앵커 등으로 이동할 때에 프레임이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도 느껴져서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스토리상 건물 내부에서 이동할 때에도 여러모로 깔끔한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화면이 어두운데다가 까칠한 느낌이 더해지면서 눈이 피곤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이 정도로 방대한 맵과 다양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아캄 오리진의 매력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인상이 아쉬움을 준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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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전투시스템
아캄 오리진에서 배트맨과 적들의 전투는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만큼 전투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투시스템의 재미에 따라서 게임에 대한 흥미도가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캄 오리진의 전투는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일대다수 전투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공격버튼으로 적을 공격하며 적의 공격타이밍에 맞춰서 반격버튼을 누르는 형태가 전부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시스템을 채용했음에도 적의 공격형태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액션이 표현되면서 실제로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에 맞춰 반격버튼을 누르면 적이 손이나 발로 공격하는지, 무기를 들고 있는지, 정면인지, 후면인지, 측면인지에 따라서 액션이 다르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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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배트맨의 공격도 마찬가지라 간단히 네모버튼만 연타하면서 적을 공격하지만 주먹, 말차기, 박치기, 날라차기 등 다양한 공격방식을 보여주면서 지루하지 않다. 여기에 전투를 진행하면서 특수한 적의 경우 가드를 부수거나, 반격하지 못하는 스킬을 가진 적은 회피로 피하는 등 조작은 복잡하지 않아도 다양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게 전투구성이 잘 짜여 있다. 게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배트맨도 스킬을 익히게 되고 상황에 따라 필살기급 기술을 사용하면서 눈요기거리도 있는 등 근접전투의 묘미는 상당히 잘 살아있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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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격투도 좋지만 은밀하게 행동하는 재미도
아캄 오리진은 근접격투를 통해서 화끈하게 치고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무장한 적들이 다수 존재할 때에는 무턱대고 싸움을 걸었다간 손도 못쓰고 죽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행동하면서 하나 둘 쓰러뜨려가는 잠입액션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정신 없이 싸우는 때와는 다르게 적의 시야를 벗어나서 지하통로를 이용하거나 난간 위에서 기다리면서 제압의 타이밍을 노려야 하는데 이때는 또 잠입액션의 긴장감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적들이 배트맨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긴장감을 타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하나 둘 씩 적을 처리하고 벗어나는 식의 플레이를 하다 보면 진짜 배트맨이라는 역할에 동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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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비를 활용해서 진행하는 재미
앞서 배트맨이라는 영웅은 돈의 힘으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한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부분을 게임 속에서도 잘 표현하고 있다. 배트맨 하면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배트랑은 물론이고 암호해독장치, 젤폭탄, 와이어, 연막탄, 탐색장치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미션진행으로 게임의 흥미를 더한다. 특히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상황이 완료된 장소에서 탐색장치를 사용하여 주변의 증거를 확보, 분석하여 사건을 재구성 하는 모습은 마치 과학수사대를 보는 듯 하며, 증거를 확보하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배트맨의 다양한 장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레벨디자인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그냥 봤을 때는 갈 곳이 없어 보이지만 탐색장치를 이용해서 주변의 사물을 조사하면 힌트를 발견할 수 있으며, 힌트를 통해서 벽을 부수거나 혹은 와이어를 이용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원격조종 배트랑을 이용해서 특수한 곳에 감춰진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등 액션 어드벤처의 요소를 진득하니 맛볼 수 있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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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버그 및 불편한 맵 안내표시
아캄 오리진이 할만한 게임이지만 전작에 비해서 좋지 않은 평을 듣고 있는데 자잘한 버그요소가 게임플레이를 방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몇 가지 버그를 경험했는데 게임을 플레이 하다가 갑자기 배트맨의 시점이 낮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배트맨의 하반신이 땅속에 파 묻힌 채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암호해독장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높이가 맞지 않는 탓인지 사용해도 반응이 없어서 게임을 재시작 해야 했다. 그리고 이밖에 유저들의 리포트를 보면 특정 문이 열리지 않는 등의 문제점들로 인해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던 만큼 패치 등을 통해서 해결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캄 오리진을 플레이하면서 불편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목적지를 표시해주는 방식이었다. 절대적인 위치만을 표시해주는데 고저차가 심한 게임의 특성상 정확히 출구나 입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목적지점에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빨리 게임을 진행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변을 헤매는 것이 상당히 짜증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탐색모드를 사용해서 입구를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를 노린 것이겠지만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기본 스토리 외에 서브미션의 장소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어쌔신 크리드 처럼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던지 해서 스트레스를 좀 줄이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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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한글화는 감사하지만 지저분한 느낌이 아쉽다
아캄 오리진은 자막한글화가 되어서 게임상의 각종 사건파일이나 인물리스트 등의 정보는 물론이고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다만 서양권 게임들의 자막한글화가 가진 공통적인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자막 줄 간격이나 배치가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때로는 자막이 화면에 5줄이나 차지하면서 가려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폰트도 너무 투박해서 글의 가독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조금 더 양질의 한글화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려나?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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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할만한 게임
배트맨 아캄 오리진은 전작에 비해서 여러모로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게임 자체의 재미는 꽤 괜찮은 편이다. 물론 버그가 좀 아쉽긴 하지만 기본적인 스토리 진행 외에 사이드 미션을 비롯해 온라인 멀티플레이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돼 있으며, 한글화도 되어 있으니 할만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은 한 번쯤 즐겨볼 만한 게임이다.

배트맨 오리진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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