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함께하는 잔혹동화. 드래그 온 드라군3

이원태 lwtgo@hanmail.net

희망적인 메시지를 다루고 있는 RPG게임은 많은 반면, 엔딩까지 암울한 스토리의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다. 희망적인 엔딩은 그동안 달려왔던 플레이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은 후련한 기분이 깔끔하게 게임을 마무리 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뭔가 개운치 않으면서 찜찜한 엔딩은 진한 여운을 남기면서 오히려 더욱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꼽아보자면 니어라는 게임이 게임인생의 평생에서도 손꼽힐 만한 인상을 남긴 게임으로 꼽을 수 있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니어의 제작진이 드래그 온 드라군 3의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독특한 세계관과 암울한 스토리 진행을 보일 것 같은 프로모션 영상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결국 드래그 온 드라군3(이하 DOD3)의 리뷰를 맡게 됐는데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다면 이 리뷰를 참고해보자.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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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무기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즐기는 전투
DOD3의 전투는 크게 지상전과 공중전으로 나눠지는데 지상전은 기본적으로 주인공 제로의 근접액션이 주가되고, 공중전은 용족 미하일을 조작하는 슈팅액션이 주가 된다. 먼저 제로의 액션을 살펴보면 총 4개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고 각 무기마다 액션의 특징이 달라진다. 검, 창, 글러브, 고리 4가지의 무기 중 선호하는 무기를 활용하면 되는데, 검은 평범한 리치에 빠른 연계, 창은 긴 리치에 묵직한 한방, 글러브는 짧은 리치에 매우 빠른 연계, 고리는 광범위한 리치에 빠른 연계지만 공격력이 다소 약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처음에는 검만 사용할 수 있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하나씩 무기가 개방이 되며, 게임 중에 R2버튼을 눌러서 언제든지 무기를 변경할 수 있다. 각 무기에 따라서 콤보스킬이 달라지기 때문에 플레이스타일에 따라서 선호하는 무기도 달라진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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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서 게임 중에 가드를 부술 때는 창, 일반적으로 리치가 닫지 않는 곳의 적은 고리를 날려서 공격, 덩치는 크지만 움직임이 둔한 적에게는 글러브를 이용한 집중연타 등 적에 따라 공략방식을 달리하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회피, 점프, 가드, 우타우타이 모드전환이 더해지면서 DOD3의 액션이 완성되는데 적의 공격에 따라 회피, 우타우타이 모드의 무적시간을 활용한 적절한 모드 전환이 조작의 맛을 살려준다. 그리고 무기는 강화소재와 일정골드를 소비해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데, 업그레이드를 함에 따라 공격력은 물론이고 스킬이 증가하기 때문에 무기를 성장시키는 느낌도 느낄 수 있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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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 함께하는 전투
DOD 시리즈는 대대로 드래곤과 함께 하는 전투가 있었던 게임이고 DOD3에서도 이러한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근접 격투액션이 빠르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하는 격투게임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드래곤과 함께하는 공중액션은 슈팅게임을 떠오르게 한다. 적을 록온하여 격추시키고 비행을 하면서 적의 공격을 피해서 빈틈을 노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공중전은 근접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답답한 액션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지상에 착지하여 브레스를 뿜으며 적을 쓸어버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공중전에서도 지상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공략의 요소가 적절히 접목돼 있어서 아머가 단단한 적은 몸통박치기를 이용해 자세를 무너뜨리고 집중 공격하는 식의 플레이도 필요하다. 근접전투에 비해서는 다소 단순한 형태이긴 하지만 지상과 공중을 오가며 펼치는 전투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투요소들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프레임 드랍이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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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드랍이 너무나 아쉽다
게임 패키지의 뒷면을 보면 DOD3가 내세운 카피 중 초고속 지상전과 박력 넘치는 공중전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러한 문구를 내세운 만큼 DOD3의 전투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잘 짜여져 있어서 적들을 물리치는 손맛이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카피와는 맞지 않게 프레임을 제대로 잡지 못한 점이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초고속 지상전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연출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적들이 많아지거나 하면 어김없이 프레임이 떨어지면서 뚝뚝 끊기는 인상을 준다. 때문에 부드럽고, 그리고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게임이 답답한 인상을 주게 되고 과연 이게 초고속 지상전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박력 넘치는 공중전이라는 것도 결국 프레임 드랍 때문에 기획적으로 의도한 액션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지상에서 즐기는 전투와는 다르게 드래곤을 조작하면서 마치 팬저 드라군이라는 게임을 즐기는 듯 색다른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들쭉날쭉한 프레임은 전체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만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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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한 스토리텔링에 해학의 요소가 묘한 재미를 준다
DOD3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자매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맏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덕분에 가족(?)간에 칼부림은 기본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맏이의 사정과 함께하는 드래곤과의 유대 등을 통해서 전체적으로 침울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때로는 동생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주인공이 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러한 무거운 분위기의 스토리에서 제작진의 센스가 더해져서 상당히 묘한 순간을 만든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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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해학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게임 속에서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에 소리만 나오면서 19세 미만 관람 불가라서 잠시 화면을 돌린다면서 우스꽝스러운 SD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은 장면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유발, 플레이어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지만 게임을 직접 즐기면서 맛보길 바라며 예를 많이 들지는 않겠다.) 간혹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게임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이끌어가는 제작진의 센스가 개인적으로 DOD3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DOD3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금 코드인데 게임 속에 등장하는 남녀 캐릭터가 성적인 코드가 담긴 대화를 종종 하는데 일본어를 알아 듣는다면 꽤나 재미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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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엔딩과 수집요소들
DOD3은 플레이어가 강제적으로 다양한 엔딩을 하나씩 체험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이 돼 있는데 이 세계관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엔딩을 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난이도도 상승되면서 더욱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특히 D분기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무기를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강제적인 노가다(?)를 강요하기에 불만인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의 구석구석까지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제작진의 센스라면 센스이고, 기획의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상자를 찾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각종 무기에 대한 배경 스토리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를 모두 보기 위해서는 무기의 레벨을 올려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DOD3의 스토리나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게임 플레이 타임을 늘릴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그만큼 혼자서 즐길 수 있을 만한 요소들은 꽤 많은 편이라고 할까?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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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게임
DOD3은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 본다면 결코 웰메이드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순간순간 판단과 반응을 요하는 액션게임에서 프레임 드랍이 심하다는 것에서 점수를 크게 잃고 시작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 R3를 이용한 시점 조작에 익숙하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점은 사실 R3 컨트롤과 록온을 적절히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나 프레임 드랍 쪽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 외에 액션게임이긴 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인데도 한글화가 되지 않고 일본어판으로 발매됐다는 점이 국내유저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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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DOD3을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이 아쉽지만 액션자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제작진이라는 생각이 드는 전투시스템도 그렇고, 독특한 스토리, 귀를 사로 잡는 BGM 덕분에 상당히 즐겁게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뷰를 위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는 입장과 순간순간적인 재미를 느끼는 유저입장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선뜻 이거 반드시 해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액션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봐도 좋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난이도 자체도 요즘 쉬워지기만 하는 게임들에 비해서 높은 편이라 액션의 긴장감을 느끼기에도 좋다. 덤으로 일본어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재미난 19금 코드 대화들도 많으니 좀 더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물론 구입여부는 여러분의 몫!!

드래그 온 드라군3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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