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히스토리] 세계 최초의 어드벤처 게임은?

어두운 미로 안에 놓여진 문이 있다. 이 문을 지나야만 다음 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 당신은 단순히 문을 박살 내 열 수도 있고, 미로 안에 등장하는 단서들을 모아 문을 열 수도 있다. 당신은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한 번씩은 만나볼 법한 퍼즐, 이 퍼즐은 게임의 진행을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물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게임의 흐름에 긴장감을 주기도 하며, 게임의 장르를 구분 짓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위에서 소개한 ‘문을 여는 방법’ 중 문을 부순다는 방식이 중심이 되는 게임은 액션 장르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고,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 중심이라면 어드벤처 장르의 색깔이 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속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는 어드벤처 장르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재미와 게이머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다양한 퍼즐,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머리싸움 등 ‘어드벤처’(모험)을 보다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다.

어드벤처 게임의 목적은 게임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게이머의 플레이에 따라 여러 엔딩을 볼 수 있는 롤플레잉 장르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특별한 전투나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액션 장르와 차이점을 가진다.

여기에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시뮬레이션과 달리 단서 수집 이외에 캐릭터 성장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달라 그야말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똘똘 뭉쳐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장르로 손꼽히고 있다.

툼레이더
툼레이더

이처럼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어드벤처 장르이지만 다른 게임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라라 크로포트’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툼레이더나 전세계에 좀비 열풍을 부른 1등 공신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이블)은 액션에 어드벤처의 특성을 더한 작품이며, 명작 RPG로 꼽히는 ‘젤다의 전설’ 역시 어드벤처+롤플레잉을 결합한 작품이다.

지금이야 잇따른 유명 시리즈의 개발 중단과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을 선보이는 게임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하는 장르 중 하나로 꼽히지만, 명작으로 불리는 작품 중 어드벤처의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 드물 정도로 게임업계에서 어드벤처 장르가 남긴 족적은 생각보다 광범위 하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등장한 어드벤처 게임은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어드벤처 게임의 제목이 바로 ‘어드벤처’이기 때문. 실제로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이름도 이 게임에서 따왔을 정도로, ‘어드벤처’가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1979년 아타리에서 출시한 ‘어드벤처’는 모든 게임의 흐름과 형태가 텍스트 즉 글자로 이루어진 게임으로, PC통신이 주를 이루던 시절의 ‘단군의 땅’과 같은 머드게임 방식으로 즐길 수 있던 게임이었다. 특히, 미국 내셔널 파크의 한 동굴을 그대로 게임 속에 재현하여 많은 게이머들에게 ‘콜러셀 케이브’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악한 마법사가 숨긴 성배를 다시 돌려놓는다는 전형적인 용사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는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의 상관 관계에 따라 성배를 지키는 용들을 물리칠 수 도 잡혀먹히기도 하며, 게임 플레이 중 등장하는 여러 문제의 해답을 힌트를 조합해 얻을 수 있는 등 지금의 어드벤처 게임의 흐름을 그대로 구현한 게임이었다.

어드벤처
어드벤처

여기에 총 3단계로 나뉘는 ‘난이도’가 등장하는데, 1단계는 미로가 없으며, 2단계는 일반 게임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3단계에서는 게임을 완전히 외우지 않으면 진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등장하는 용의 위치 및 게이머의 위치가 모두 ‘랜덤’하게 등장한다.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40년 전부터 선보인 셈이다.

이 어드벤처를 개발한 워렌 로비넷은 게임을 개발한 자신을 식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게임 중간에 하나의 코드를 몰래 심어놓았는데, 이 코드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복도 사이에 벽이 움직이는 일종의 특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는 코드였다.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히스토리 어드벤처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게임을 즐기던 한 15살의 학생이 우연히 발견해 ‘아타리’에 문의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게임을 출시한 ‘아타리’ 역시 이 같은 코드가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개발자인 워렌 로비넷이 ‘아타리’에게도 알리지 않고 게임 속에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심어 놓은 것이다.

사실 워렌 로비넷과 아타리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아타리 측에서 자신이 만든 '어드벤처'의 판매를 마음대로 진행한 것 뿐만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기반으로 다른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기도 했기 때문.

어찌 보면 계약 위반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을 때 워렌 로비넷은 이미 회사를 나간 이후였고, 이 '코드 사건'은 별다른 문책을 받지 않았다.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 단순한 코드가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임의로 집어넣은 깜짝 요소 즉 ‘이스터 애그’로 보고 있다.

더욱이 당시 게임 용량이 4 킬로바이트(1 메가바이트=1,000 킬로바이트)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한정된 개발환경 속에서 또 다른 깜짝 요소를 구현해 놓았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개발자와 업체의 좋지 못한 관계가 최초의 ‘이스터 애그’를 만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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