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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최초이자 마지막 대선 시뮬레이션 게임은?

조영준

해당 기사는 [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분야별 최초의 국산 게임은?- 1부(http://game.donga.com/73439/)와 이어집니다.

헬로우 대통령 이미지

- 최초이자 마지막 대선 시뮬레이션 게임 '헬로우 대통령'

1997년 지오마인드에서 개발한 '헬로우 대통령'은 지금 봐도 파격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 즉 대선을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게임이다.

게임의 내용도 매우 놀라운데, 14대 대선 당시 후보에 올랐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의 정치인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선거운동을 벌여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낮추는 식으로 하나의 도시를 자신의 영향력으로 통일하는 코에이의 삼국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헬로우 대통령'은 각종 게임잡지는 물론, 유명 신문사에도 소개됐을 정도로 큰 화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선거라는 소재를 시뮬레이션에 접목시킨 신선한 콘텐츠와 각 후보들의 캐리커처를 감상할 수 있는 등 이래저래 혁신적인 게임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물론 너무나도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헬로우 대통령'은 첫 게임 출시 이후 이렇다 할 소식 없는 상황이다. 대선후보가 게임 캐릭터로 등장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았던 1997년과 온갖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게임 산업을 비교해 보니 새삼 입맛이 씁쓸해지는 것은 왜일까?

천하무적 이미지

- 최초의 대전 격투게임 ‘천하무적’

지금이야 하는 사람만 하는 이른바 ‘마이너 장르’로 꼽히는 장르이지만 1990년대 대전 격투게임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스트리트파이터, 버추얼파이터, 킹오브파이터즈, 사무라이스피리츠, 아랑전설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명작 격투 게임이 탄생한 시기였으며, 캐릭터의 인지도를 앞세워 다양한 상품으로 판매되는 등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이 시도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이 같은 대전 격투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1994년 최초의 국산 격투게임이 발매되니, 게임스쿨에서 제작한 ‘천하무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천하무적은 ‘어스토니아 스토리’을 유통한 소프트라이 산하의 교육기관인 게임스쿨의 1기 졸업생들이 함께 작품으로, 일종의 ‘졸업 작품’ 같은 개념의 게임이었다. (이제 막 학원을 졸업한 초보 개발자들이 대전 격투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냈으니, 이들의 열정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의 배경은 세기말의 암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등으로 세계가 혼란에 휩싸이자 세계는 하나의 세계 ‘거국’으로 통합되고, 이 거국의 지도자가 전세계에서 용기와 힘을 가진 자를 대장으로 뽑기 위해 무술대회를 연다는 설정.

때문에 게임 속 캐릭터는 중국, 한국, 미국 등 각 국가의 향기를 진하게 내뿜는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어 게임의 몰입도를 더했으며, 1인 & 2인 플레이 지원 및 컴퓨터와의 대전 등 당시 볼 수 있었던 기본적인 대전 격투의 골격을 갖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 캐릭터 중 북한 군 소속의 ‘리성일’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천하무적은 국내 최초의 대전 격투게임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북한 파이터가 모습을 드러낸 게임이기도 하다.

피와 기티 이미지

- 최초의 아케이드게임 '피와 기티'

국내 게임 역사 중 손꼽히는 1세대 게임 개발사 패밀리프로덕션에서 개발한 '피와 기티'는 더블드래곤, 파이널파이트 등의 게임에서 선보인 ‘적들을 때려눕히는’ 이른바 벨트스크롤 액션 방식의 게임이다.

고양이 피와 개구리 기티가 짝을 이뤄 마왕에게 잡혀간 아저씨(!)를 찾는다는 이 게임은 국내 정서에 맡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스테이지 구성은 물론, 각 보스별로 등장하는 다양한 패턴 등을 선보이며, 약 1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하는 등의 성적으로 히트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게임들과는 달리 '피와 기티'는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데, 바로 94년부터 96년까지 KBS에서 방영된 게임 방송 프로그램 게임천국의 인기 게임 중 하나였기 때문. 전화버튼으로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조작과 방송으로 보여지는 다양한 액션 플레이 덕에 '피와 기티'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이후 더욱 발전된 그래픽과 볼륨으로 무장한 '피와 기티 스페셜'이 출시되기도 했다.

'피와 기티'의 성공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패밀리프로덕션은 1999년 어뮤즈월드로 통합된 이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케이드 게임 ‘EZ2DJ’의 핵심 개발에 참여한데 이어, 주요 개발자들이 만들어 설립한 팬타비전의 ‘DJMAX’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개발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제피 이미지

- 최초의 호러 어드벤처게임 제피

1999년 출시된 제피는 엑소시즘과 서양식 유령이 등장하는 서양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제피는 그 드물다는 국산 호러 어드벤처 게임의 시작을 알린 게임으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제피와 후속작인 제피2 그리고 손노리의 화이트데이 이렇게 3개의 게임을 제외하면 국산 호러 어드벤처 게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당시 게임을 제작한 미라 스페이스의 처녀작인 제피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는데, 주인공 ‘제피’가 홀로 유령 저택을 헤매는 아찔한 분위기를 잘 살려 한편의 공포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다.

하지만 서양식 호러를 표방한 만큼 게임의 연출 수위가 높아 심의 규정이 엄격한 1990년대의 출시 규정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연출 수정을 감행해야 했다. 특히, 많이 이들에게 공포를 주었던 ‘메이드 현관 질주 씬’이나 ‘피아노에 깔린 개인교사’ 등의 장면이 삭제되거나 검은색으로 표시되기도 했다. 물론, 2000년대 들어 제피 무삭제 패치가 인터넷에 출시되어 당시 아쉬움을 남겼던 마니아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시도 했다.

: 피와기티 헬로우대통령 제피 천하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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