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특집]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의 게임장벽, 그래도 계속 두드린다

[현재 중국은 엄청난 시장 규모로 전세계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의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게임동아는 창간 10주년을 맞이해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출해야 하는 중국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국내 게임사들의 야심찬 도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 중국 게임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을 지배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중국 온라인 게임 순위를 보면 10위권 내에 한국 게임은 3종뿐. 그나마도 오래 전에 중국에 진출해 그 장르를 완전히 장악해버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면, 최신작이라고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 뿐이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이후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아예 차단된 것도 아니고, 도전하는 게임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한국 게임사들이 투자 기피, 셧다운제 등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헤매는 동안 중국 게임사들은 강력한 육성 정책에 힘입어 한국 게임의 수준에 버금가는 좋은 게임들을 다수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국내 게이머들이 수준 떨어진다고 기피하던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만큼 많은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웹게임 시장은 거의 점령 수준이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역습이라는 표현이 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다.

이렇듯 국내 게임사들의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중국이 이제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힘들게 들어가더라도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국가로 변해버렸다. 그로 인해 중국을 향한 미련을 잠시 접어두고, 시장은 조금 작더라도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제3의 국가로 시선을 돌리는 게임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게임 시장은 팜므파탈 같은 치명적인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전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 할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고, 더구나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게임사들이 많은 실패 경험을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지긴 했지만 성공할 수만 있다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를 통해 봤기 때문이다.

- 중국에서 펼쳐지는 대형 게임사들의 2차 전쟁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온라인 게임 개발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대형 게임사들만이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전부 대형 게임사뿐. 사실상 국내에서 1차 전쟁을 마친 대형 게임사들이 중국에서 대리인을 동원해 2차 전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현재 중국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임사는 단연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텐센트와 손을 잡고 블레이드&소울을 진출시켰으며, 올해는 공중망과 손을 잡고 지난 5월 길드워2를 선보였다. 엔씨소프트의 북미 개발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에서 만든 길드워2는 지난 2012년 북미, 유럽 지역에 출시돼 3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으며, 중국에서도 한달간 진행된 사전 판매에서 5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중망은 이 게임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길드워2 중국 상용화 후 1년 내에 공중망 주식 100만주를 7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어 계약을 진행했다고 한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오랜만에 대형 업데이트를 공개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는 쿤룬과 손을 잡았다. 400억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중국에 진출한 테라는 올해 1월과 5월, 두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현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며, 지난 16일 정식 서비스를 대비한 마지막 테스트를 시작했다. 비교적 신생 회사인 쿤룬은 그동안 웹게임과 모바일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테라를 통해 3D MMORPG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포부다. 쿤룬의 주아휘 대표는 한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400만 회원 유치를 선언할 정도로 테라의 성공에 자신감을 표하고 있으며, 이번 테스트 기간 동안 미녀 모델이 직접 집을 방문해 게임을 설치해주는 이색 프로모션으로 중국 웨이보(SNS) 팔로워 수 100만을 넘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대작 게임을 말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도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 아직 텐센트가 블레이드&소울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5월 1만5000명 규모로 2차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차근차근 정식 서비스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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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블랙픽은 동양의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라는 별칭을 얻었던 아스타를 창유를 통해 중국에 진출시켰으며,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 풋볼데이는 샨다를 통해 중국에 진출시켰다. 아스타는 중국내 MMORPG들이 대부분 무협이기 때문에 색다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풋볼데이도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축구에 관심이 높아진 중국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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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게임한류를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열혈강호의 후속작 열혈강호2도 중국에 진출한다. 중국퍼블리셔는 전작 열혈강호를 성공시킨 17게임이고, 계약금은 3년간 700만 달러 규모다. 17게임은 엠게임과 오랜 기간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작 열혈강호 서비스를 통해 2억명의 회원 가입자를 확보한 바 있으므로, 전작의 인기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파트너사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몇몇 회사들이 게임을 싹쓸이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신흥 세력들이 굉장히 많아졌으며, 한 회사가 각각의 게임별로 다른 파트너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계약금 규모에 급급해 하지 않고, 파트너사의 서비스 역량, 마케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 전세계에서 가장 커질 시장. 이제 경쟁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된 온라인 게임과 달리 아직 시작단계였다보니, 시장 상황도, 진출 방법도, 마케팅 방법도, 제대로 알려진게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모바일 게임 시장의 양대 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 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 중에 애플 스토어만 진출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은 사실상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백개나 되는 지역 마켓의 개별적인 결제, 인증 시스템에 일일이 대응한다는 것은 대형 게임사들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단계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에, 많은 회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과 파트너사를 찾는데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아직 혼돈의 상태라 불안하지만, 한번 터지면 온라인 게임을 능가하는 폭발력을 보여줄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게임사들은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 초기에 선점하는 것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충분히 경험한 상태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CJ 게임즈는 얼마전 텐센트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텐센트는 현재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위쳇으로 무려 4억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텐센트가 CJ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역량을 높이 평가해 진행된 것인 만큼, 앞으로 CJ게임즈의 모든 게임들이 위쳇을 통해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첫번째 주자로 몬스터길들이기가 진출해 중국 애플스토어 매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최근 예비심사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이 확정된 파티게임즈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손을 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텐센트, 바이두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아직 위쳇 같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수억명이 가입한 전자 상거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티오바오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파티게임즈는 아이러브커피로 카카오 초창기에 합류해 막대한 선점효과를 얻었던 것을 중국에서도 한번 더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첫번째 진출작인 무한돌파삼국지는 티오바오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정식 출시를 곧 앞두고 있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한식구가 돼 더욱 강력해진 컴투스와 게임빌은 일찍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신경을 쏟아온 기업답게 벌써부터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컴투스는 중국에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지사를 운영해왔으며, 게임빌도 작년에 지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중국 공략 태세를 갖췄다. 특히 컴투스는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로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산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게임빌은 지난해 제노니아4를 텐센트를 통해 출시했고, 올해에는 별이 되어라를 텐센트를 통해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창간 10주년 중국 게임시장

엠게임은 열혈강호2 뿐만 아니라 프린세스메이커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한다. 프린세스메이커의 현지 서비스를 맡은 회사는 토크웹으로 앵그리버드, 플랜츠앤좀비 등 해외 유명 모바일 게임들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경험을 가진 회사다. 토크웹은 프린세스메이커가 국내 정식 출시되기 전에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프린세스메이커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한빛소프트는 FC매니저 모바일 2014로 텐센트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네오아레나는 베나토르로 에이팔디지털뮤직홀딩스와, 네오위즈게임즈는 히딩크의 마스터리그로 자이언트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 움직임이 날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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