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소름을 새기다, '신 하야리가미'

작년 여름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가 발매된 이후, 소식이 뜸했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의 자막 한국어 버전이 오랜만에 발매된다. 인트라링스가 오는 30일에 발매 예정인 '신 하야리가미'의 얘기다. 이 게임은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처럼 화면에 출력되는 텍스트를 넘기며 소설 읽듯이 해당 이야기를 즐기는 작품으로, 게이머는 보고, 듣고, 선택지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으니 게이머가 읽을 이야기들이 하나 같이 무시무시하단 사실이다.

'신 하야리가미'는 '철저한 공포를 체험하라'라는 표어를 내세워 살인, 고문, 폭행, 오컬트, 재해, 납치 등 각종 도시괴담을 쓸어 모은 작품이다. 그래서 이벤트 CG는 잔혹한 묘사를 자랑하며, 유화 같은 화풍과 낮은 명도 덕분에 음침한 느낌이 진하다. 스탠딩 CG의 경우 간결한 선과 선명한 채색을 쓴 탓에 두 CG 차이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게이머의 공포를 더 부추기는 면도 있다.

신하야리가미리뷰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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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 하야리가미'는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와 달리 캐릭터의 음성이 없어서 게이머가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하는 부분이 많다. 공포 소설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신 하야리가미'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CG 이펙트 효과, 요란하진 않지만 실감나는 효과음이 흘러나와 게이머는 직접 도시 괴담을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만, '신 하야리가미'에 들어있는 도시 괴담들을 처음부터 전부 만나볼 순 없다. 먼저 게이머는 주인공인 여형사(기본 이름 '호죠 사키', 변경 가능)의 시점을 통해 사람의 눈을 뽑아간다는 도시괴담의 주인공 '블라인드맨'과 그의 소행으로 보이는 살인 사건들을 쫓게 된다. 그리고 블라인드맨과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엔딩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 중간에 새로 나타나는 선택지를 골라 새 루트, 다른 도시괴담을 다룬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다.

신하야리가미리뷰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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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루트에 필요한 플레이 시간은 5~8시간 정도이며, 블라인드맨 루트만 클리어해도 진입 가능한 루트가 있는 반면 세 루트, 다섯 루트를 클리어해야 열리는 루트도 있어 모든 도시 괴담을 확인하려면 십 수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루트는 블라인드맨이 아닌 다른 루트에서 시작되므로 이것을 찾는 것 역시 게이머의 몫이다. 그래도 지나간 대사를 복기하거나 해당 대사가 나온 장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백 로그' 기능, 루트 전체에 걸친 선택지 종류와 그 결과를 확인해 그 시점부터 플레이할 수 있는 '분기트리' 시스템 덕분에 새 루트는 금장 찾을 수 있다.

신하야리가미리뷰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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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게이머는 도시 괴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 가지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첫 번째는 '커리지 포인트'다. 이것은 어느 루트에나 최대 7개까지 가질 수 있는 포인트로 게임 안에 등장하는 선택지 중 용기가 필요한 선택지를 고를 때마다 1개를 쓴다. 커리지 포인트가 필요한 선택지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배드 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순간마다 게이머에게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신하야리가미리뷰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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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라이어즈 아트' 시스템이다. 주인공과 상대와의 1:1 대화 형식으로 본심이든 거짓이든 좌측 상단에 표시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선택지를 2~3초 안에 골라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대답을 포기한 것으로 취급되며, 이 경우에 대부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므로 이 게임에서 가장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이다. 그리고 선택의 판가름은 라이어즈 아트 진행 중에 나타나는 미터기의 화살표로 바로 확인된다. 실패했으면 화살표가 좌측으로, 무난하면 고정, 성공했으면 우측으로 움직이며, 라이어즈 아트가 끝났을 때 이 화살표의 위치가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졌느냐에 따라 다음 대화 내용이 바뀐다. 화살표가 좌측의 '의심'쪽으로 많이 움직였을 땐 높은 확률로 베드 엔딩이, 파란색인 '신뢰' 쪽에 가있으면 나중에 엔딩에서 평가가 높아지는 요인이 되므로 게이머의 능력을 시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하야리가미리뷰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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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추리 로직' 시스템이다. 게이머는 플레이 중 자동으로 수집된 키워드를 캐릭터 관계도에 삽입해 진실에 가깝도록 퍼즐을 맞춰야 한다. 해당 루트의 클라이막스 직전에 등장하는 최종 판결 전까지 게이머는 언제든지 키워드를 재배치를 할 수 있으니 추리 게임을 하는 감각으로 캐릭터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전후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최종 판결이 끝나면 추리 로직에서 얼마나 정확한 키워드를 배치했느냐에 따라 라이어즈 아트의 미터기처럼 불합격, 합격, 우수 세 단계로 판정이 나오며, 불합격 판정이 나오면 해당 루트는 가차없이 배드 엔딩으로 끝난다. 따라서 게이머는 올바른 키워드 선택을 위해 이야기를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신하야리가미리뷰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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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신 하야리가미'는 공포 게임에 필요한 자극도, 어드벤처 게임에 필요한 탐구 요소도 확보했다. 공포 게임이란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입 장벽이 높아서 그렇지 이 부분을 감당한다면 '신 하야리가미'를 플레이 하는 동안 게이머는 지루할 일이 없다. 또한, 생소한 명사를 설명해주는 데이터 베이스, 한 번 고른 선택지에 흔적이 남는 표식, 해당 루트의 엔딩 평가에 따라 공개되는 후일담 등 게이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도 적잖게 들어갔다. 그러므로 공포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 생소한 장르에 도전하는 게이머 모두에게 '신 하야리가미'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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