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게임IP 중국 계약 소식,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

뮤 온라인, 미르의 전설2, 카발 온라인, 열혈강호, 씰온라인. 다음은?

중국 게임사들의 활발한 IP 쇼핑 활동이 한국 게임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해만 해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게임사들이 줄줄이 실패를 거두면서 더 이상 중국 대박은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IP 판매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면서 다시 중국 소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미 뮤 온라인과 미르의 전설2는 웹게임,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돼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벌어들였으며, 최근 웹게임으로 출시된 열혈강호전이 중국 출시 3달만에 매출 70억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으나, 카발 온라인, 씰 온라인 IP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작들도 성적이 기대되고 있다.

뮤오리진160122
뮤오리진160122

IP 판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것은 웹젠의 뮤 오리진 때문이다. 과거 리니지와 쌍두마차로 군림했던 과거와 달리 점점 죽어가고 있던 뮤 온라인을 중국에서 웹게임과 모바일로 되살려 웹젠에게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가져다 줬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작년 게임대상을 차지한 레이븐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뮤2만이 희망이었던 웹젠이 뮤2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웹젠의 발표에 따르면 뮤 오리진 수익이 반영된 2015년 매출은 2014년 대비 230% 증가한 2422억원이며, 이 덕분에 샷온라인 모바일 등 다수의 신작 모바일 게임을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미르의전설 2모바일, 열혈전기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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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전설 2모바일, 열혈전기 영상 캡처 이미지

단지 뮤 오리진이 거둔 결과만을 보고 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도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서 뻬어난 성적을 거둔 게임들이 텐센트 등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하고 중국 진출을 노렸지만 출시조차 하지 못하고 계약해지 된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태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중국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 온라인이나 미르의전설2처럼 중국 회사에게 IP를 주고 게임을 만들게 하면 현지 게이머들의 취향에 가장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이렇듯 IP 판매는 좀 더 쉽게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으며, IP의 생명력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것들을 생각하면 현재 한국 게임 시장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차이나조이에서 만난 중국 관계자들은 한국 게임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자신들이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으니 IP 구입에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면 서로 모셔가려고 돈을 싸 들고 왔었는데 말이다.

또한, 워낙 시장규모가 크다보니 IP 판매 수익과 로열티 수익이 엄청나긴 하지만, 직접 개발한 게임이 진출해서 성공을 거뒀을 때보다 수익이 클 수 없다. IP 판매는 직접 개발과 달리 비용 투자가 없으니, 경영진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인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직접 개발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IP를 만들어낸 창조주가 자신들보다 중국 게임사가 그 IP를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뮤 오리진의 성공 때문에 잊혀지긴 했지만, 웹젠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인 뮤 더 제네시스 for Kakao는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IP의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IP의 가치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작이 되는 작품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하는데, 현재 시장 분위기를 봐서는 원작은 사라지고,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 더 유명해져 결국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염려된다. 실제로 중국의 오락실 시장을 점령했던 킹오브파이터즈는 모바일 게임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발사인 SNK플레이모어는 중국 회사에 인수돼 더 이상 일본 기업이 아니게 됐다. 한국도 이 같은 상황을 그라비티와 액토즈소프트(현 아이덴티티모바일)를 통해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IP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IP를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개발 투자를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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