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를 앞세운 오덕 게임, 모바일 게임 시장 주류로 등극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게임의 역사가 이어진 이래, 일본에서는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이 게임업계의 한 장르로 굳건히 자리잡아 왔다. 한 달에도 수십 수백 개의 미소녀 게임이 나오고,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애니메이션이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만들어지고 불티나게 팔리면서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보여왔다.
이는 이른바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왕성한 구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본만의 고유 문화, 즉 갈라파고스 형태의 문화 발전 형태라고 비하하며 미소녀 오타쿠 문화를 폄하하는 등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본의 이러한 미소녀 문화가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오덕들의 문화'라고 불리며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취급받던 미소녀 장르(모에 등) 게임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미소녀가 ‘성공 코드’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미소녀 TCG 열풍을 이끌어낸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밀리언아서)’가 있다. 국내에 2012년 12월 출시된 밀리언아서는 국내 출시에 앞서 일본 버전을 즐기는 게이머가 있었을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 강세를 보이던 시장에 미소녀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게이머들은 미소녀가 그려진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지갑을 열었고, 결국 밀리언아서는 출시 하루 만에 국내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밀리언 아서’의 흥행으로 국내에는 일본의 미소녀 기반 TCG가 꾸준히 등장했으며, 데빌메이커와 같은 국산 흥행 미소녀 TCG도 나왔다. 여기에 스마일게이트에서 내놓은 ‘큐라레’도 미소녀 게임으로 당당히 흥행에 성공했으며, 3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미소녀 TCG인 것을 떠 올려 보면 미소녀 게임이 가진 잠재력과 파괴력이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미소녀 게임이 흥행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RPG 장르가 주류로 등극하면서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시장에서 주목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RPG가 아니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 팽배했을 때 이를 타개한 것도 미소녀 게임이다. 창세기전 시리즈와 블레이드&소울 등을 통해 자신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여온 김형태 대표가 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최강자인 넷마블의 ‘모두의마블’ 등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꺾고 국내 양대 마켓 최고매출 1위에 등극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미소녀 캐릭터를 게임에 그대로 그려낸 ‘데스티니 차일드’는 TCG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으며, 최근까지도 상위권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출시된 ‘소녀전선’도 미소녀게임이 가진 파괴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게임은 국내 서비스에서 앞서 중화권에서 서비스 되면서 국내 미소녀 게임 팬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2차 세계대전부터 현대까지 등장한 다양한 총기를 모에화 한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시스템도 칭찬할 수준 이지만, 미소녀 게임 마니아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흥행의 키 포인트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 예쁜 캐릭터의 외형을 만들 수 있는 스킨 판매 등의 전략이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소녀전선’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리니지 형제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3위를 질주하고 있다. 100억 이상의 개발비와 마케팅 비가 투입되는 대형 게임들도 국내 구글 플레이 톱5에 진입에 고배를 마시고 있는 가운데, 미소녀 게임이 거둔 엄청난 성과다.
여기에 대표적인 장수 게임인 ‘드래곤 플라이트’가 보여주는 7월 초 매출 순위 16위를 기록할 정도로 순위를 끌어 올린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이 게임은 카카오톡 게임하기 초창기에 등장해 국내 최고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게임으로, 좌우로 이동하는 간단한 조작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 잡았다.
하지만, 서비스 기간이 길어 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위가 하락하며, 게이머들의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혀지는 듯 했다. 이에 넥스트플로어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시스템을 집어 넣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었고, 용 위에 타는 소녀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탄생시켜주는 각성 등을 추가해 미소녀 캐릭터의 모습을 더욱 강조했다. 더욱 매력적으로 변한 모습의 소녀들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성공하며, ‘드래곤 플라이트’의 매출 순위 역주행의 주인공이 됐다.
앞으로도 미소녀 관련 게임들의 출시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소녀’가 일종의 흥행 코드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 시장에서도 미소녀 게임의 위력이 증명 되었기 때문에 미소녀 게임을 선택하는 개발사가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소녀 게임의 수입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모바일게임을 주로 수입해오는 중국도 미소녀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개발력과 수준도 상당하다. 미소녀 게임의 원조인 일본을 위협할 수준이다. ‘붕괴3’와 같은 게임들은 국내 게이머들이 중화권 서비스 버전을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국내에 정식 출시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타쿠 문화라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오타쿠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조명하는 방송 등이 나오고, 성공한 오타쿠로 불리는 연예인들도 등장하면서 오타쿠 문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라며 “오타쿠를 노린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고, 그들이 왕성한 구매력을 보여주는 만큼 앞으로도 미소녀 게임 등은 영향력을 더욱 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