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코로나19로 얼어버린 게임 교육 현장, '출구가 없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업계가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앱애니가 IDC와 제휴하여 분석한 '2021 게임 스포트라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게임 관련 소비자 지출이 총 2040억 달러(약 23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게임업계의 매출 증대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게임업계의 모든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비대면 환경에서의 작업 능률 저하는 신작 출시의 연기로 이어지고 있고, 또 게임 교육 현장이 초토화가 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게임업계의 모멘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포착된다.
코로나19로 교육업계는 '아수라장'
사실 교육 환경의 문제는 비단 게임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과정 중등과정 대학과정 할 것 없이 교육계는 비상이다.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몰려온 코로나19로 교육업계는 방역과 원격 교육 수업 시스템을 갖추기에도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양질의 교육 커리큘럼 얘기는 꺼낼 수도 없었고, 방역 수칙과 돌봄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 처리에 급급했다.
교육자, 학생, 학부모 모두가 혼란을 겪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은 지난해 최악의 '교육 공백'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각 과정 1학년들의 타격이 컸다. 올해 2학년이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배운 게 없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물론 교육 업계도 빠르게 대응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현재 교육 환경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 10일에 '2020 교육 분야 코로나19 대응' 백서를 발간하면서 각종 방역 관리에 대한 원칙, 교육과정의 평가와 기록, 맞춤형 피드백, 출결, 평가와 기록 등 교수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고, 또 쌍방향 교육 등 비대면 '원격수업'의 내실화에 임하면서 한국의 교육 업계는 조금씩 정상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교육 분야는 다르다, 여전히 '치명적'
하지만 게임 교육 분야로 한정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실제 게임 개발사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실습수업을 진행하던 게임 교육 기관들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포토샵이나 게임 엔진 같은 툴 교육처럼 다시 보기 기능으로 온라인 수업에 장점이 있는 과목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게임 교육 과정으로 접어들게 되면 소통의 어려움으로 퍼포먼스가 현격히 떨어진다.
보통 프로젝트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 시간에 교수님과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모여서 개발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게 안되다 보니 원천적으로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 강의다 보니 의욕이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의 수준 차가 확연히 벌어진다는 점도 게임 교육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비대면 온라인이다 보니 학생의 교육 참여를 컨트롤하는데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배우고 싶은' 학생들만 능률이 오르게 된다.
최삼하 서강대 교육원 교수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교육 방법을 고안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30% 정도 학생들의 아웃풋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국내 유일의 언리얼 엔진 교육기관 스킬트리랩 손준식 팀장도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모여서 이틀간 게임을 완성하는 게임잼 행사를 매년 개최 중인데, 온라인으로 전환했더니 이전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다."라며 "때문에 인원 구성 등 최소한의 대면 참여 부분을 꼭 넣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될 경우 인력 수급도 문제
문제는 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는 것에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게임업계 교육 기관들은 하반기부터 대면 수업을 진행해 효율을 높이려 했으나, 또다시 터진 역대급 확진자 수에 황급히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예전에는 방학 중에도 학생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개발해왔는데, 코로나19로 그런 부분까지 차단되면서 학생들에게는 '악재'가 아니라 '재난'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최삼하 서강대 교육원 교수는 "지난해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이 가장 타격이 크다"라며 "이렇게 교육 공백이 장기화되면 향후 게임업계 인력 수급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윤장원 동명대 디지털공학부 교수도 "게임회사에서도 온라인으로 개발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학생들은 어떻겠나. 더 힘들다."라며 "수업을 토론 식으로 전환하거나 실습 결과물을 해오도록 하고 있지만 비대면 수업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또다시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 교육과 관련하여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게임 분야는 여전히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에서 게임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정부에서 학생과 산업계가 함께 융합되어 서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전국의 지역을 거점별로 구분하여 지역 업체와 대학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산학협력 방식을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면 교육업계도 게임업계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