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1]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말하는 “그림쟁이에서 게임 디렉터로의 길”
금일(18일) 지스타 2021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기획자까지’를 주제로 한 키노트 강연을 맡은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그림을 그리던 일러스트 제작자에서 게임 디렉터로 활동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김형태 대표는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 ‘데스티니 차일드’ 등 패키지 게임부터 온라인, 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에서 활약하며, 인상 깊은 캐릭터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는 한국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이 재미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착실히 포트폴리오를 쌓아 1997년 만트라에 입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프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했다.
만트라에서 처음으로 남이 정해준 콘셉트로,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얻었고, 비록 자신의 작품으로 된 게임이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활동에 주목한 소프트맥스에 1998년 입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입사가 결정된 줄 알고, 회사에 갔다가 면접 단계가 남아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한차례 낙방했지만, 이후 창세기전의 외전 격인 ‘템페스트’의 외주 작업을 맡으며,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소프트맥스에서의 작업이 그동안 아마추어 그림쟁이에 머물러 있었던 자신을 진정한 프로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원한다고 생각하여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림을 그려왔지만,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임을 깨달았고, 이들이 원하는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세기전 3의 주인공 살라딘 캐릭터의 경우 게임 제작을 총괄한 최현규 실장에게 정확한 이미지 의상, 자세 등 디테일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100번 이상 컨펌을 받을 정도로 이미지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게임 일러스터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 회사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었으며, 그 결과 ‘창세기전3: 파트2’ 당한 자유도가 주어졌고, 자신의 색채를 완전히 드러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으나, 게임 콘텐츠는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 마그나카르타의 제작에 참여한 김 대표는 캐릭터 디자인을 3D 그래픽으로 만들 때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어떻게 캐릭터 요소가 구현되는지 고민을 하면서 그림의 3D 표현에 대한 경험을 착실히 쌓아가게 된다.
이렇듯 아마추어 일러스터에서 프로 일러스터로 그리고 3D 디자인 구현까지 섭렵한 김형태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바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이다.
2005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그는 자신의 그림이 아니면 출시를 해줄 수 없다는 반다이와 소프트맥스의 계약 문제로 ‘마그나카르타2’의 개발에 참여한 뒤 7년 동안 ‘블소’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블소’를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에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타이틀이라 소개한 그는 사실 한번도 한 적 없었지만, 리얼타임 3D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뻥’을 치면서 아트 디렉터로 나섰고, 이 ‘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트 디렉터는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그리고, 3D 랜더링 작업을 병행해야 하며, 전반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전투를 할 때 어떻게 캐릭터가 상호작용하는지 등등 게임 전반의 비주얼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라 소개했다.
특히, 3D 그래픽 라이팅에 큰 공을 들여 각도나 구도에 달라지는 일러스트 라이트 구현을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을 함께한 인원들이 현재 시프트업에서 개발 중인 이브 프로젝트의 참가 인원들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5년 시프트업을 창업한 김형태 대표는 3D 게임을 7~8년 만들다 보니 너무 힘들어져서 3D 보다는 본업으로 돌아가 2D 기반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를 개발하게 된다.
단순 미려함을 중시한 캐릭터가 아닌 게임의 주제를 관통하는 요소를 적용하여 캐릭터 정체성을 확립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김 대표는 UI(이용자 인터페이스)를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다듬으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디렉팅까지 맡으며, 개발자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경험이 반영된 게임이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니케’와 ‘프로젝트 이브’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기, 리얼타임 3D의 도전, 엔진에 대한 이해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 등 지금까지 익힌 모든 것을 녹여내어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신규 게임 개발에 대한 소개도 ‘뻥’을 치는 것에 가깝지만, 현재 열심히 회사 사람들과 함께 수습하는 중이며, 이 ‘뻥’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는 목표 아래 개발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강연을 끝마쳤다.
강연이 끝난 이후에는 현장에 참석한 관람객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Q: ‘창세기전3’과 ‘파트2’의 캐릭터 디자인은 완전히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창세기전3는 당시 디렉터인 최현규 실장의 의향이 많이 들어갔는데,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콘셉트 시트로 그림을 그려 이를 발표했는데, 내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콘셉트대로 캐릭터 일러스트를 제작하게 되었다.
혹자는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왜 그걸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동적으로 회사에서 주는 일을 하는 것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나의 뜻을 관찰시켰고,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일러스트레이터뿐 아니라 모든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능동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Q: 게임 업계 지망생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A: “내 시간을 소중히 쓰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에 오랜 시간을 근무하는데, 그 시간에 “월급 받은 만큼 일한다, 더 하면 손해”라고 속절없이 흘러가면 그것은 인생의 낭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나는 ‘지금의 김형태에게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라고 생각할 때까지 노력하고, 시간을 잘 쓰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면서 신뢰를 얻고 성장하는 것이 리더가 되는 길이다. 그래서 인생을 능동적으로 소중하게 여기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Q: 일러스트레이터와 타 부서의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A: 우선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금 개발 방향이 이쪽이고, 일러스트 레벨에 맞추어 최소 사이즈를 적용하는 등 아웃풋(결과물)도 함께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타부서와 싸우면 안 된다는 것인데, 모든 회사 생활이 그렇지만, 사회적인 매너는 기본이다.
편집자: 안지현(jh@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