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드 게임에서 영화를 만나다. 시네마 코드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짜릿한 모험을 하고 운명의 상대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인생에서 겪기 어려운 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대리만족을 한다. 또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새로운 생각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문화적으로도 상업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덕분에 영화가 책이나 게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여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경우도 많다.
보드게임 개발사 젬블로는 최근 ‘영화’를 소재로 한 보드 게임 ‘시네마 코드’를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통 영화를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은 특정 IP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특정 영화를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감명 깊게 본 ‘인생 영화’들을 주제로 선택해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게임 준비를 위해 영화 카드를 잘 섞어 배치하면 익숙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시네마 코드’는 80장의 영화를 기반으로 한 특징적인 일러스트 카드들을 펼쳐 놓고 제목을 맞추는 게임이기 때문에, 카드 자체만으로도 시각적인 즐거움, 그리고 카드의 그림이 어떤 영화인지 유추하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영화를 많이 봤다고 해서 방심하긴 이르다. 퀴즈의 정답도, 힌트의 종류도 무작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정답을 맞히려고 하다간 기회만 날리게 된다. 출제자는 사람들이 정답을 맞출 수 있도록 적절한 힌트를 골라야 하며, 정답을 맞혀야 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회가 한번뿐이기 때문에 정답을 신중하게 고르되,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라야 한다.
즉, 주어진 힌트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정답이 될 수 있는 카드들을 분류해야 하는 사고력이 필요한 것이다.
힌트 토큰의 종류는 ‘아이콘’, ‘색깔’, ‘장소’, ‘장르’ 4가지가 있으며, ‘아이콘’, ‘색깔’ 토큰은 ‘장소’, ‘장르’ 토큰과 달리 화살표가 있어 영화 카드의 특정 부분을 가리킬 수 있다. 또한 출제자는 문제를 내는 동안에 말할 수 없고 힌트 토큰으로만 정보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된다.
누군가 정답을 맞힌다면 다음 플레이어가 출제자가 되고, 만약 출제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정답을 몰라 ‘패스’ 한다면 출제자는 다음 힌트를 뽑는다. 힌트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정답을 맞출 시의 점수가 낮아지며 힌트 2개까지는 점수가 같으므로 정답에 확신이 없다면 여유를 가지고 두 번째 힌트를 지켜보는 게 좋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2번씩 문제를 출제하면 게임이 종료되고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책과 영화, 그리고 게임은 매력적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한다는 공통점 덕분에 자연스럽게 서로 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정된 구성품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보드 게임으로는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시네마 코드’는 사람들을 모이게 해주는 보드게임의 매력에 ‘영화’라는 좋은 대화 주제를 결합했고, 이를 감각적이고 적절한 일러스트로 표현하면서 예상외로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같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이를 기억하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추리 과정이 새로운 대화의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