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아블로 이모탈, 더 이상 졸리지 않는 불지옥 사냥이 시작됐다
지난 6월 3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의 대표 IP(지식 재산)인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 이모탈'(Diablo® Immortal™)이 정식으로 출시됐다.
전 세계 3천5백만 명 이상의 사전 등록자가 참여한 이 게임은 국내 애플, 구글, 원스토어 전부 인기 1위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접어들었고, 지금도 매일 저녁 서버마다 인원이 꽉꽉 들어차 10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첫인상은 '디아블로 3'의 모바일 버전
게임에 진입한 첫인상은 "어? 디아블로 3네?"였다. 그만큼 그래픽이나 시스템 모두 '디아블로 3'과 흡사했다.
모바일 베이스의 게임이고, 또 중국에서 개발한 게임이라 혹시나 '디아블로'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IP의 블리자드와 기술력의 중국이 만들어낸 '디아블로 이모탈'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고, 이제 블리자드는 더 이상 '님폰없?'의 조롱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게임은 기존 '디아블로 3' 캐릭터의 특색을 잘 살려서 기존 이용자들이 이질 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조정되었는데, 일단 PC에서는 기존과 똑같은 환경에서 플레이가 가능했고, 모바일에서는 빌드 시스템을 통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빌드는 게임 자체에서 스킬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인데, 불마법을 쓰고 바람 부는 마법을 쓰면 바람으로 인해 불이 번진다는 식으로 당장 게임 초반에는 추천 빌드를 따라가는 것만 해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전투에 다양성이 없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익숙해지면 랭커들 위주로 더 특화된 대미지를 뽑을 수 있는 빌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플랫폼 연동이 잘되어 있어서 연휴 동안 책상에서 PC로 하다가, 화장실 갈 때는 스마트폰을 켰다가, 다시 PC로 하다가, 잠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하다가.. 종일 '디아블로 이모탈'에 매달릴 수 있었다. 3일 내내 플레이하다 느낀 점은, 확실히 잘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양의 콘텐츠 추가, 더 이상 졸리지 않는다
사실 전작 '디아블로 3'는 수면제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콘텐츠가 제한된 상황에서 꾸준히 반복 노가다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같이 게임하다가 갑자기 상대가 조용해지거나 벽으로 돌진한다 거나 몬스터로 돌진하면 '아 또 조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과 온라인 두 베이스로 옮겨진 '디아블로 이모탈'은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함께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졸림'을 내쫓았다. 우선 스토리 영상미가 괜찮았다. 처음 게임을 설치할 때 콘텐츠 다운로드 용량이 엄청나서 짜증이 났었는데, 진행되는 스토리 영상을 보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균열, 호라드림의 유산, 현상금 사냥, 생물 도감, 지옥 성물함, 보스 콘텐츠 등 즐길 콘텐츠가 대폭 늘어나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하는 구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하루에 꼭 해야 하는 일일 숙제 시스템과 필수 퀘스트만 처리해도 레벨 노가다 구간이 상당히 짧아졌다. 의미 없이 반복 던전을 도는 일이 사라진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은 혼자 즐기는 경우와 다 같이 즐기는 경우로 나뉘는데, 혼자서 즐기길 원하는 이용자들은 뭘 하든 간에 혼자 하는 걸 좋아하겠지만 일단 게임 시스템이 다 함께 즐기는 게 재미있고 효율적이 되도록 설계됐다.
일례로 PVP는 하루에 3번 보상을 주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게 좋고, 일반 클랜 시스템 외에 전투 부대 시스템이 있는데 이 전투 부대원은 장비를 빌려다 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플레이가 수월해진다.
새로운 과금 시스템의 도입, 논란거리는 아니다
각종 커뮤니티를 돌다 보니 과금 얘기로 불협화음이 엿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모바일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은, 올드 '디아블로' 마니아들의 불만이고, 당장 모바일 게임의 공식을 대입해보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과금 시스템은 합당한 수준이다.
우선 과금이 아이템 뽑기를 하는 식이 아니다. 크게 부담이 없다. 과금을 하는 사람들도 아이템을 바로 사는 게 아니고 재료를 사서 던전을 돌며 파밍을 하는 시스템이라서 결국은 현질을 해도 플레이를 많이 해야 장비를 맞출 수 있다.
또 현금 수준의 재화를 얻는 방법이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태고의 균열을 돌았을 때 '꺼져가는 잉걸불'을 주는데, 이곳에서 파룬을 얻을 수 있으며 이 파룬으로 '수습 보석공'이라는 NPC에게 가서 무작위 전설 보석을 제작할 수 있다. 확률의 이슈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3성 보석이 나왔다.
이 3성 보석을 경매장에 등록해서 팔아서 수수료 떼고 18000 백금화가 들어왔는데, 이게 현질을 해서 구매를 했을 때에는 약 4만 원 돈의 가치가 된다.
이런 식으로 곳곳에서 재화를 얻을 장치가 있고, 또 레벨업을 하는 동안 무료로 주는 장비들이 있어서 레벨업을 하고 스킬을 배워도 충분히 캐릭터가 세진다. 레벨에 맞춰 높은 등급의 장비가 나오고 해서 전설 템이 아니더라도 강해지는 만큼은 강해지니까 초반에 굳이 세게 과금을 할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5900원에 35일 정도 진행되는 배틀 패스, 그리고 풍요의 은총 정도다. 배틀 패스는 여러 버프 효과가 있어서 효율적이고, 풍요의 은총은 12000원 정도인데 소지품 칸을 6줄 늘려주고 시장 원격 접속, 시장 거래 칸 4개가 추가되어 효율이 좋은 편이다.
당장 정복자 6랩 수준인 필자 입장에서 배틀 패스 외에 추가 과금이 없는데도 딱히 불편한 이슈는 없었다. 물론 향후에 게임에 푹 빠진 후에는 돈을 쓸 일이 많아질 수 있고, 또 향후에는 전설 템보다 보석을 맞추는 게 더 힘들 것이고, 향후 보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주요 현금 결제 요소가 될 것 같다.
초반부 팁, 블리자드 식 '느린' 업데이트는 불안 요소
'디아블로 이모탈'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적어도 60 레벨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스토리 위주로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 진행 중에 레벨업을 해야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이 보이면 그 구간에 현상금 사냥이나 균열을 돌면 효과적이다.
또 현상금 퀘스트를 진행할 때 일반 몬스터들을 잡게 되는데, 몬스터를 잡으면 몬스터 도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재료들이 나온다.(몬스터 도감 완성을 위한 재료도 같이 구할 수 있다) 그 몬스터 도감 같은 경우는 하루 3번 등록할 수 있는데, 10개 모을 때마다 1번씩 등록 가능하고, 그것을 총 3번 등록하면 거기에서도 전설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있다. 운이 좋으면 얻을 수 있다.
'이벤 파드의 성소'라는 던전도 있는데, 던전 안에 열쇠가 떨어지면, 첫 번째는 무료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열쇠가 필요하고, 다음 방은 열쇠를 열기 위해서 또 열쇠 10개가 필요한 식이다. 여기에서 호라드림의 유산의 신단을 눌렀을 때 나오는 각종 필드 보스들을 잡으면 보석이 떨어지는데, 이 보석을 획득하면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다.
혼자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보스 젠 타임에 맞춰 여러 명이 대기하다가 함께 공격하면 되기 때문에 꼭 진행하는 것이 좋다. '디아블로 3'때의 최종 콘텐츠인 칼데산의 절망 장비에 스탯을 부여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그것과 이 '이벤 파드의 성소' 보석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외에도 기존 '디아블로 3'에 없던 부적 시스템이 있으니 눈여겨보자. 부적은 56 레벨부터 착용이 가능하고 장비 등급을 올릴 때 마다 랜덤으로 기술 보너스가 하나씩 붙는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아쉬움점이나 우려점은 없을까, 있긴 하다. 우선 이벤트가 단점이다. 공식 이벤트의 보상이 쪼잔하다. 꾸미기 아이템이 이쁘지도 않고, 또 다른 성역 보상도 크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벤트보다 일일 출석을 하면 주는 보상이 훨씬 좋아서 블리자드가 빈축을 살만하다.
또 하나는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데, 상대적으로 그동안 블리자드가 보여줬던 느린 템포의 업데이트가 우려된다. '오버워치'나 '하스스톤', 그리고 '디아블로 3'를 볼 때 블리자드의 업데이트 수준은 절망 수준이었다.
물론 이 '디아블로 이모탈'은 중국에서 개발하기 때문에 조금은 우려가 덜하지만, 블리자드 자체가 게으르다는 인상이 있기 때문에 1년도 안되어 콘텐츠가 다 소모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여하튼, 현재까지의 템포로 볼 때 '디아블로 이모탈'은 성공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고 할 수 있다.
초반부터 돈을 쓰는 구간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매출 순위 상위권으로 바로 올라오지는 않겠지만, 지금 같은 수준의 콘텐츠와 완성도를 계속 유지해간다면 이 게임은 K-RPG의 큰 적수로 서서히 매출 순위를 올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