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말하는 달라진 '책임운영'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넥슨 게임의 간담회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책임운영'이다.
2021년 이용자들의 반발로 인해 발생한 '트럭 시위'부터 확률형 아이템 논란까지 숱한 사건 사고에 휘말린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의 실시간 확률 공개 및 운영자들의 소통 창구 확대 등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디렉터들의 '책임운영'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언 듯 보면 이상한 말이다. 게임 개발사가 자신들의 게임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말 단순하게 말해 “우리 가게에서 파는 물건에 문제가 생겼으니 판매자가 책임지겠다”라고 약속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넥슨이 말하는 ‘책임운영’은 무엇일까? 넥슨의 ‘책임운영’은 게임에 문제나 이슈가 생겼을 때 문책성 인사 교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현재 게임을 담당하는 현 디렉터들이 전면에 나서 게임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게임 서비스 중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디렉터가 전면에 나서 이를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대로 디렉터가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문제가 된 시점의 책임자를 문책성을 교체하고, 흐지부지 일을 처리한 사례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넥슨은 2021년 이후 게임 총괄 디렉터가 직접 이용자들 앞에서 게임의 업데이트를 소개하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쇼케이스부터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까지, 다양한 채널에 나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넥슨은 9개 게임에서 25회에 달하는 간담회와 소통 방송을 진행했다. 이 방송에서는 디렉터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게임의 주요 업데이트 소개와 함께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가벼운 토크가 진행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렇듯 디렉터들이 꾸준히 이용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자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편집한 다양한 짤이 생성됐고, 이용자들에게 팬덤이 생성되는 경우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이플스토리의 강원기 디렉터다.
지난해 4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간담회에 전면에 나선 강원기 디렉터는 10시간에 가까운 이용자들의 질문과 문책에 직접 답하며, “낡은 운영과 소통의 부재를 해결하겠다”라고 약속했고, 간담회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블루밍 포레스트’ 업데이트를 직접 소개하며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이후 중복을 앞두고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치킨을 먹으며, 온라인 사이트(나무위키)의 메이플스토리 항목을 이용자들과 함께 읽는 실시간으로 소통하여 2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 이슈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특유의 ‘먹방’을 보여주어 게임 커뮤니티에 갖은 짤방이 생성될 정도로, 여느 디렉터보다 높은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지난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장 미움을 받던 개발자 중 한 명이 바로 강원기 디렉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지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네오플의 윤명진 디렉터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지난해 8월 흔들리는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신규 총괄 디렉터로 부임한 윤명진 디렉터는 2014년 '던파' 개발자로 시작해 게임을 총괄하는 디렉터의 자리까지 올라 던파의 최전성기를 이끈 '던파'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윤명진 디렉터는 부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2021 던파 페스티벌'에 전면에 나서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1부 발표를 3시간이 넘도록 진행해 이전까지의 문제점과 게임의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했고, 게임의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피파 온라인 4’ 사업을 총괄하는 넥슨 박정무 그룹장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직접 아프리카TV BJ(BJ정무형)가 되어 생방송 프로그램 ‘박정무의 별풍 터지는 밤에’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피파온라인4 유튜브 채널에도 직접 출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 “게임은 까도 정무형은 못 까겠다”라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피파온라인4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특히, 이 세 사람은 지난해 8월 ‘던전앤파이터’ 17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 깜짝 출연하여 케이크 컷팅과 먹방을 진행해 게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러한 디렉터들의 달라진 행보는 쇼케이스 형태도 변화시켰다. 이전까지 쇼케이스는 1시간 동안 업데이트 계획을 핵심적으로 발표하고 무대 이벤트에 그쳤던 일방적 정보 제공 방식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시간에 상관없이 업데이트의 기획 의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상세히 답변하는 식으로 변모했다.
지난 6월 ‘마비노기’ 18주년 쇼케이스 ‘판타스틱 데이’에 등장한 넥슨 민경훈 디렉터는 약 5시간에 걸쳐 직접 이용자들이 제기한 건의사항을 리뷰하며, ‘마비노기’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
여기에 ‘던파로ON 2022 SUMMER’에서는 윤명진 총괄 디렉터가 3시간에 걸쳐 이용자 피드백을 수렴한 각종 개선안을 발표하고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하여 게임에 큰 불만을 지녔던 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넥슨이 새롭게 추구한 '책임운영'이 이전까지 이용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담당자와 친밀한 소통”의 풍토를 만들어낸 셈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고객간담회를 비롯한 각종 이슈에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으로, 부정 댓글이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했지만, 1년 뒤에는 개선된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유튜브 역시 넥슨의 주요 게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검색 시 1년 동안 긍정적 평가 영상이 3.6배 증가했으며(5%-> 18%), 넥슨의 부정 평가 영상도 1/10로 감소하는 통계가 등장할 정도로 여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처럼 넥슨의 '책임운영'은 단순 디렉터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책임 씌우기를 넘어 디렉터가 직접 전면에 나서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의도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아 이를 게임에 반영하는 등 친밀한 소통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넥슨 게임에 부정적인 기억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많고, 디렉터들의 활발한 활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이제 1년의 세월 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은 만큼 아직도 넥슨의 ‘책임운영’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용자들도 있는 가운데, 디렉터들이 꾸준하게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지도 아직 미지수다.
과연 달라진 넥슨의 ‘책임운영’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