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다는 메타버스.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증명 나선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급부상한 메타버스의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진정되면서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다보니 예전보다 비대면 활동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만남이라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타를 필두로 다수의 글로벌 IT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긴 했으나, “이것이 메타버스다. 이것이 새로운 미래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또한 메타버스의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도 급락하면서, 메타버스와 NFT(대체 불가 토큰)는 마케팅이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서서히 결과물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타버스 역시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많은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쌓은 가상 세계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른 IT기업들보다 나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넵튠의 투자를 유치해 관심을 모은 메타버스 개발사 컬러버스는 지난 8월 30일에 3D 메타버스 ‘퍼피레드’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퍼피레드’는 2003년 출시 후 국내에서 총 300만 명 이상의 회원수를 보유할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던 커뮤니티 게임으로, 메타버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에 서비스를 공식 종료했으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부활 운동이 진행돼 1만명 이상이 부활 운동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모바일 3D 메타버스로 재탄생한 ‘퍼피레드’는 이용자들의 추억을 소환할 채팅 시스템을 포함해 미니 파크 꾸미기, 아바타 및 애완동물 육성, 아기 돌보기, 역할 놀이 등 서비스는 트렌드를 가미해 복원하고, 다양한 신규 아이템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적용해 모바일에 최적화된 메타버스로 만들었다.
넥슨에서는 최근 대표작 ‘메이플스토리’ IP(지식 재산)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국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넥슨의 대표 IP인 ‘메이플스토리’의 방대한 리소스를 활용해 누구나 본인만의 월드(콘텐츠)를 직접 제작, 공유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본인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바타를 꾸며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만들어진 수많은 월드를 탐험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대표 월드로는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함께 즐길 파티원을 모집할 수 있는 ‘센트럴 시티’, 몬스터를 수집하여 나만의 농장을 가꿀 수 있는 ‘몬스터 농장’, 채광을 하면서 깊숙한 광산을 탐험하는 ‘광부 시뮬레이터’ 등이 있다.
또한 플랫폼 내 제작 툴을 활용해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다른 이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아트, BGM 등 방대한 리소스를 비롯해 본인이 직접 만든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활용할 수 있으며 루아 스크립트(Lua Script)를 사용해 정교하게 콘텐츠를 개발할 수도 있다. 넥슨은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월드나 아바타 의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능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엑스엘게임즈에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부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요소를 충실히 구현한 블록체인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아키월드’의 글로벌 정식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아키월드'는 PC MMORPG 장르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토지 NFT와 토크노믹스 경제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융화시킨 게임이다. 이용자는 게임 내 토지에 자신의 텃밭과 집을 짓고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생산된 결과물 등 이용자들의 모든 노력을 이용자의 소유로 인정 받아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용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장시킨 캐릭터와 장비 등 디지털 데이터 자산에 관한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주어지며, 해당 어셋은 게임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통해 바깥 세상에 기록되고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자체 메인넷을 발표하는 등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컴투스는 지난달 25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개발 중인 컴투버스를 발표했다.
컴투스 송재준 대표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오픈 월드의 가상 세계로 옮겨온 것이 바로 메타버스이며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컴투버스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며, “2026년까지 컴투버스를 5백만 이용자 및 3천억 원 이상 매출 규모의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컴투버스 안에는 가상 오피스 환경을 제공하는 ‘오피스 월드’를 비롯해 쇼핑, 의료, 금융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커머셜 월드’, 게임, 음악, 영화, 공연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월드’, 소통의 공간인 ‘커뮤니티 월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크래프톤도 제페토를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제트와 손을 잡고, 이용자들이 자체 코인 및 NFT(대체 불가 토큰)을 발행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C2E(Create to Earn) 시스템이 결합된 메타버스 서비스인 미글루를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 미글루’는 2km x 2km 규모의 방대한 퍼시스턴트 월드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땅을 사고, 건물을 건설할 수 있으며, 그 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메타버스 내 부동산, 자체 제작 아이템, 각종 콘텐츠 파일 등 대부분을 NFT로 발행할 수 있다.
크래프톤과 네이버제트는 ‘프로젝트 미글루’를 2023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현재는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로 개발 중이지만 향후 PC 서비스 확장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