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래 아틀라스 게임은 원래 이랬어 ‘소울해커즈2’
어린 시절 플레이한 본 기자에게 아틀라스 게임은 애증의 존재에 가까웠다. 세계관도 캐릭터도 분위기도 정말 매력적이지만, 절망까지 느껴지는 높은 난도와 “도대체 길이 어디야!”라고 울부짖게 되는 던전. 그리고 엄청난 파밍과 반복 사냥을 반 강제하는 시스템까지 성격의 한계를 시험하는 요소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대중성과 게임성을 동시에 잡은 ‘페르소나 시리즈’를 통해 한동안 변했나 싶었지만, 최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틀라스의 진가가 다시 드러난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지난 8월 출시된 ‘소울해커즈2’가 그 주인공이다.
‘소울해커즈2’는 지난 1997년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세턴, 닌텐도 3DS로 발매된 바 있는 ‘데빌 서머너 소울해커즈’의 25년 만의 후속작이다.
25년 만의 후속작이라고 하지만, 전작을 플레이 해봤던 본 기자가 “이게 1편이 있었던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울해커즈는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게임은 아니었다. 이에 게임성보다는 아틀라스와 세가가 왜 20년을 훌쩍 넘긴 게임의 후속작을 이제 와서 개발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해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다.
그리고 45시간의 플레이 만에 엔딩을 본 이후 황급히 게임을 지운 이후에야 이 게임의 출시 의도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것이 페르소나 시리즈 속에 감춰진 아틀라스의 진짜 모습이었음을. 그리고 페르소나에 취해 느슨해진 게이머들의 기강을 다시 바로잡기 위함이었음을 말이다.
‘소울해커즈2’는 캐릭터 하나는 기막히게 뽑는 아틀라스의 게임답게 캐릭터 하나하나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 하나하나가 상당한 고퀄리티로 구현됐고, DLC로 출시된 추가 복장 역시 게임 속 분위기를 전혀 해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정도다.
이 캐릭터들은 외형뿐만 아니라 전투 스타일도 명확하게 다르다. 주인공 ‘링고’는 만능, 전격 스킬에, 첫 번째 동료 ‘애로’는 빙결, 지원 스킬에 특화되어 있는 식이며, 악마들 역시 "이 캐릭터에 쓰세요~"라는 식의 형태로 스킬이 구성되어 있어 캐릭터에게 맞는 악마를 배정시켜 주는 것이 좋다.
특성과 방어력을 높여주는 장비와 마정 역시 캐릭터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데, 특정 캐릭터 전용 장비도 많고, 마정으로 속성 공격을 강화하거나, 지원 스킬 턴수 증가 등의 효과를 줄 수 있다.
소울해커즈2의 핵심인 캐릭터 육성 시스템은 크게 COMP와 소울 매트릭스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먼저 COMP는 일종의 무기 개조 시스템으로 재료를 소모하여 공격력 상승과 MP 감소 및 특수 공격 효과 등의 효과를 추가할 수 있고, 캐릭터 속성 등급도 바로 여기서 높일 수 있어 일정 등급 이상의 ‘마정’을 착용하려면 반드시 COMP 개발을 해주어야 한다.
이 COMP 강화에 사용되는 재료가 캐릭터마다 다르며, 강화 비용도 따로 발생한다. 이러한 육성 요소는 소울해커즈2 전반에 등장하는데, HP/MP 회복, 상태 이상 회복, 캐릭터 능력치 증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상점인 ‘요요조’에서도 재료가 사용된다.
이 재료를 얻는 방법은 리퀘스트나 던전을 돌면서 몬스터에서 얻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쯤에서 온라인게임을 오래 해본 게이머들은 슬슬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소울해커즈2’는 사냥으로, 재료를 파밍하고, 장비를 강화하고, 아이템을 제작하는 한국형 MMORPG와 아주 비슷한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울 매트릭스 역시 ‘소울해커즈2’의 파밍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마인드펠리스와 유사한 던전인 소울 매트릭스는 'Aion 오더'(퀘스트)가 존재하고, 동료들의 소울 레벨(친숙도)에 따라 ‘서머너 스킬’을 추가할 수 있다.
이 ‘서머너 스킬’은 필드 사용 스킬부터 능력치 증가, 추가 피해, 동료 악마 증가 등 상당히 유용한 스킬이 다수 존재해 ‘서머너 스킬’이 많이 해금된 후반부 전투가 초중반보다 더 쉽게 느껴질 정도다.
이 필드 사용 스킬 중 이동속도를 증가시켜주는 밀라디의 '암살자의 걸음'은 필수 스킬로, 거의 숨 쉬듯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이 소울 매트릭스가 정말 더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소울 매트릭스는 전체 플레이 시간에 1/3을 차지할 정도로 맵이 상당히 넓고 깊다. 그것도 그냥 넓은 게 아니라 4층부터는 쌍팔년도 일본 RPG 던전 같이 베베 꼬여있어 공략집을 별도로 찾아봐야 할 정도다.
더욱이 이 게임은 MP 회복 스킬이 상당히 적고, 일반 상점인 데라만차에서도 MP 회복 아이템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MP 회복을 하려면 던전을 나가 휴식을 할 수밖에 없으며, 던전을 나갔다 오면 포탈 이외의 지역은 다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에 소울 매트릭스 상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선 요요조에서 MP 회복 아이템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장비 파밍도 계속 게임에서 일상처럼 이뤄진다.
물론, 악마 탐색으로 맵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료 악마들에게 대화를 걸면 추가 자금이나 아이템, 체력 & MP 회복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던전마다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이 악마들을 찾다가 ‘리스키 에너미’ 한번 잘못 만나면 그대로 게임 오버 화면을 보게 된다.
특히, 이 '리스키 에너미'는 퀘스트와 스토리 미션을 제외한 캐릭터 스탯을 높여주는 '향목'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몬스터인데, 대미지, 체력, 속성 구성이 여느 보스보다 까다롭고, 레벨에 따라 몬스터도 달라지기 때문에 '리스키 에너미'에 특화된 별도의 악마 조합을 꾸리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이 험난한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아틀라스 게임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악마 합체'로 다양한 특성과 형태의 악마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 '소울해커즈2'의 악마 합체 시스템은 페르소나, 진여신전생 시리즈를 해본 이들이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스킬, 형태로 검색을 별도로 할 수 있는 '검색 합체' 기능이 부활한 것 이외에는 변한 게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검색 합체'의 부활로 '미타마'를 통해 속성, 스킬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같은 종의 악마를 합체하면 만들 수 있는 '프로스트'를 조합하면 ‘미타마’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통해 악마를 검색해 원하는 스킬을 찾아 '미타마'를 만들어 주력 악마의 약점을 지우거나 캐릭터에 특화된 스킬을 모두 달아줄 수 있다.
다소 복잡한 작업이기는 하지만, 자금을 쉽게 벌 수 있는 게임의 시스템 상 후반부에 이를 진행한다면 초반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게임 난도에 큰 영향을 미쳐 2회차 플레이에 접어든 게이머라면 한번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소울해커즈2'는 매력적인 캐릭터, 중2병 감성이 넘치는 대사, 특유의 종말적인 분위기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출구를 찾아 내달릴 수밖에 없는 복잡하고 넓은 던전, 반 강제로 해야하는 재료 파밍까지 그때 그 시절 악명을 떨쳤던 아틀라스 게임의 본질을 모두 담은 작품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기자가 45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했던 이유도 2회차에 이 정신 나갈 것 같은 던전을 다시 돌 엄두를 내지 못해 1회차에 진엔딩을 보기 위함이었을 만큼 그동안 쉬운 게임에 절여져 느슨하게 플레이를 했던 나태했던 정신이 이 게임을 통해 확실히 치료될 수 있었다.
비록 기어이 진엔딩을 본 이후 머리가 아파 곧바로 게임을 지우기는 했지만, '소울해커즈2'는 다시는 자신들의 게임을 얕보지 말라는 아틀라스의 깊은 뜻이 담긴 게임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