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최첨단 IT 발표회에서 엿본 VR과 메타버스의 진화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3(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 2023).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생한 기술과 제품으로 구현되는 장소였던 만큼 CES 2023은 '기술 월드컵'이라는 위상이 아깝지 않은 자리였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VR과 메타버스에 대한 진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던 VR 업계는 '초 실감형' 및 '기술 융합'을 테마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었으며, 메타버스 또한 여러 형태로 진화되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초 실감형 메타버스의 구현, VR의 미래를 보다
롯데정보통신과 자회사 칼리버스는 CES 2023에서 롯데 면세점과 롯데 하이마트, 세븐일레븐을 테마로 한 버추얼 스토어를 꾸몄다. 의류나 화장품, 가전 등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는 버추얼 공간을 만든 것으로, 이 모든 공간은 언리얼 엔진 5를 통해 실제와 유사한 수준의 초 실감형 메타버스 공간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VR 헤드마운트를 장착하고 이 버추얼 쇼핑을 직접 체험했으며,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디테일한 제품들을 버추얼 공간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전후 좌우로 제품을 돌려보고 또 궁금한 점은 실시간으로 버추얼 직원들을 호출해 해결하는 등 체험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진짜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 '제품이 엄청 정교해 보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또 하나, VR 헤드마운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용자들을 위해 롯데정보통신과 칼리버스는 디스플레이에 전용 필름과 특수 카메라를 통해 VR 헤드마운트 장비 없이도 3D로 메타버스나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기술도 함께 발표했다.
부스 한가운데 3D 디스플레이 존에서 이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인기 아이돌 그룹 엔믹스의 버추얼 콘서트가 시연되었고, 6만 5천 명의 관중과 화려한 효과에 그동안의 어떠한 버추얼 콘서트보다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미래 시대의 VR이 어떻게 발전할지 새로운 가늠좌가 되는 모습이었다.
직접 만지고 바람도 쐬고.. VR에 오감을 더하다
LVCC(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한쪽 측면을 채운 게임과 메타버스 존에서도 VR의 진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체감형 VR업체 셀코스(SELCOS)는 실제 방향에 맞춰 바람을 불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체감형 VR 게임기를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게임기는 OLED로 인풋랙을 줄인 VR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와 함께 움직이는 화면과 싱크를 맞춘 6축 레이싱 기기가 합쳐진 모습이었으며, 여기에 4개의 선풍기 같은 바람 제어장치를 탑재되어 있는 형태였다.
현장에서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게임이 시연되었는데, 움직이는 화면에 맞춰 기기가 기울어지고 4가지 방향으로 바람까지 나오면서 기존보다 훨씬 현장감 넘치는 버추얼 레이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VR 전문업체 bHaptics는 VR 헤드마운트 외에도 조끼와 전용 장갑을 통해 버추얼 세상에서 더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작업이 가능한 haptx 기기를 선보였다. 행사장에서 선보인 bHaptics의 버추얼 세상에서는 조끼를 통한 진동으로 생생함이 배가됐고, 손가락 단위로 섬세한 조작이 가능해 블록 맞추기나 퍼즐 맞추기 등의 조작 또한 가능했다.
또 다른 VR 전문업체 metavu에서는 VR와 AR, MR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시연 중이었다.
인기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카우터처럼 표시가 나오는 AR 기능이 접목된 가운데,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앞에 동작 인식 기능이 추가되어 손가락의 움직임이 화면에 그대로 인식됐다.
이처럼 공중 UI(이용자 환경)를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현하고 이를 손으로 제어하는 식의 기술이 구현됨에 따라 영화에서 보이던 가상 UI와 조작이 멀지 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수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홀로그램과 새로운 디스플레이까지, 진화는 계속된다
홀로그램 기술은 CES 2023에서 VR과 함께 메타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일례로 Deepbrain AI에서는 가상의 인간(아바타)을 홀로그램에 띄우고 인공지능을 고도화한 챗봇과 융합시켜 각종 질문에 손쉽게 응대할 수 있는 기술을 행사장에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Deepbrain 측은 이 기술을 응용하면 휴먼 AI가 소매 웹사이트에서 CS 직원이 되어 고객과 상호 작용할 수도 있고, 혹은 회사의 CEO가 되어 직원들을 교육시킬 수도 있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메타버스의 새로운 발전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어 '홀로 파노라마 X'(HOLO PANORAMA X)도 거대한 함선 모양의 기체를 세워 행사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함선 안의 창문에는 미려한 우주 배경이 홀로그램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동작 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하여 허공에 손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또한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가상의 기술이 현실로 한층 다가온 것으로 느껴졌고, 만약 게임에 응용된다면 상당한 체감 효과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레티널(LetinAR)은 독자적인 AR 광학계를 활용한 스마트글래스로 또 다른 형태의 메타버스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레티널은 독자적인 '핀미러' 기술을 활용해 일반 안경 수준으로 가벼운 안경에 스마트폰의 화면이 연동시키거나 증강현실 콘텐츠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