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3] 크래프톤의 험난한 AAA급 게임 도전. 배틀그라운드로 버티기
2022년은 크래프톤에게 매우 중요한 한해였다. 판매가 정체되기 시작한 배틀그라운드를 무료화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이용자 유입과 새로운 수익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으며, 배틀그라운드 단일 회사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AAA급 게임 출시에도 도전해야 했다.
크래프톤이 발표한 2022년 종합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1조 8,540억 원, 영업이익 7,516억 원, 당기순이익 5,002억원으로 국내 게임사 중 최상위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전체 매출이 작년 대비 1.7% 줄어들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5% 상승했다.
특히, 많은 게임사들이 힘든 시기를 보낸 4분기에도 매출 4,738억 원, 영업이익 1,262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동기대비 7%, 179% 성장했다. 전 세계 배틀로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IP의 강력함이 느껴지는 성과다.
이 같은 성과는 무료화로 전환한 배틀그라운드가 4500만 명의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모바일 부분도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매출 1조 2,528억 원을 기록하며 견고한 수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에서 국민 게임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가 퇴출되는 대형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드, 컬래버레이션 확대 등으로 모바일 부분 매출 감소를 12% 수준으로 막아낸 점이 인상적이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콘솔 시장 도전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다소 아쉬운 성과를 기록했다. 출시 초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PC/콘솔 합산 매출이 전체 매출의 31%까지 상승하는데 큰 역할을 하긴 했으나, 평이 엇갈리면서 초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퀄리티, 공포감 등은 괜찮았으나, 전투 부분에서 데드스페이스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너무 의식해서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계속 패치를 통해 개선을 하고 있고, 스토리 DLC 출시 등으로 추가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기는 하나,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새로운 강력한 IP의 탄생을 기대하며 해외 유명 개발자를 영입하고 아낌없이 자금을 지원한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운 성적이다.
6000억 원이 넘는 지분 인수 금액에, 성과에 따른 추가 금액까지 약속하며 야심차게 인수한 언노운월즈의 신작 ‘문브레이커’ 역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아직은 얼리액세스 단계이긴 하나, 기대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게임 내 유료 판매 요소들을 전부 제거하고, 게임성을 다시 다듬는 중이다. 정식 출시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검증된 개발자와 회사를 영입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크래프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기대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포스포큰의 사례처럼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진 스퀘어에닉스 같은 회사도 고전할 정도로 AAA급 대작 게임 시장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한해라고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강력한 IP를 확보하기 위해 2023년 이후에도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준비 중인 게임으로는 펍지 스튜디오가 준비 중인 오픈월드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 ‘프로젝트 블랙버짓’과 서구권 액션 어드벤처 샌드박스 장르 팬을 타겟으로 한 ‘프로젝트 골드러쉬’, 언노운월즈의 대표작 ‘서브노티카’의 후속작,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등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 윈드리스’의 개발을 위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신규 스튜디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를 열었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파크라이 게임 디렉터로 유명한 패트릭 메테 대표가 총괄을 맡았다.
또한 몇 년째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신사업(AI/딥러닝) 등도 투자를 지속해 게임 제작 효율성 증대, 버추얼 게임 프렌드 기술 개발 등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며, 크래프톤이 오픈월드 UGC 게임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 ‘프로젝트 미글루’도 올해 정식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다만, 크래프톤이 준비 중인 새로운 무기들은 정식으로 선보이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크래프톤이 발표한 신작 출시 계획에 따르면 2023년에는 출시가 예정된 주력 게임이 없으며, PC와 콘솔 부분 독립 스튜디오에서 2종, 모바일 독립 스튜디오에서 4종, 퍼블리싱 1종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김창한 대표가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지분 투자 등으로 퍼블리싱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준비중인 대작들의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부족한 라인업을 외부 수혈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크래프톤의 2023년은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 윈드리스’ 등 강력한 무기들이 완성될 때까지 버티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상장 시점 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한 주가로 상심이 큰 주주들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긴 하지만, 주가 관리를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고, 여전히 배틀그라운드가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면서 투자 자금을 넉넉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 2024년 이후의 대폭발을 기대하며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