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흥망성쇠", 과연 ‘디아블로 4’는 추락하는 블리자드를 구할 수 있을까?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 최신작, ‘디아블로 4’의 파이널 테스트가 지난 3월 18일부터 약 10일간 진행되었다. ‘디아블로 4’는 ‘디아블로 3’에 이어 11년 만에 출시되는 ‘디아블로’ 메인 시리즈 게임으로서 더욱 어둡고 잔혹한 게임성을 선사할 것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자 사람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비록 정식 출시가 아닌 테스트 버전이지만, 공개된 ‘디아블로 4’에서 팬들이 찾던 새로움과 혁신은 보기 어려웠다는 평이 많다. 여기에 게임이 최적화가 되지 않고, 그저 과금이 강화된 ‘디아블로3’라는 반응이 많다.
그동안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켜왔던 블리자드. 2010년대 후반까지 블리자드라는 회사는 단순히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혁신적인 회사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핵 앤 슬래시라는 장르를 대중화 시킨 ‘디아블로’ 시리즈가 있었다.
다만 최근 블리자드의 행보는 ‘우리가 알던 블리자드가 맞나?’ 싶어질 정도로 실망이 앞선 회사가 되었다. 출시하는 게임들은 흥행에 실패하고 혹평 받았으며, 게임 내외적으로는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찬란했던 그 시절 ‘스타크래프트’와 블리자드 게임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세대 사람들은 블리자드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과연 블리자드는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하게 되었까?
창립과 월드 오브 크래프트의 흥행, 그리고 디아블로를 발굴하다
블리자드는 1991년, 마이크 모하임,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가 ‘실리콘&시냅스’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가 시초로, 주로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들을 포팅(이식)하는 작업을 하였다. 1992년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레이싱 게임인 ‘RPM레이싱’(RPM Racing)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퍼즐 플랫폼 게임 ‘길 잃은 바이킹’(The Lost Vikings) 등의 게임을 출시하였지만 흥행하지 못했고, 회사의 이름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로 바꾸게 된다.
1994년 블리자드는 첫 퍼블리싱 작품인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을 내놓게 된다. 비록 ‘듄 2’라는 게임을 모방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멀티플레이 RTS(실시간 전략 게임)라는 장르를 기반으로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후속작인 ‘워크래프트 2’에서는 회색 반투명 ‘전장의 안개’(아군 유닛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을 가리는 시스템)를 도입하였으며, 3D 시네마틱 영상, 맵 편집기 등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무렵 블리자드는 ‘콘도르 게임즈’라는 작은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게 되고, ‘콘도르 게임즈’에서 제작 중이던 ‘디아블로’를 출시하게 된다.
마우스로 가리키고 클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투, 무작위 레벨링 디자인, 전리품 시스템 등의 게임 요소들은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에게 매번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특히 블리자드 사의 자체적인 멀티플레이 서비스 ‘배틀넷’(Battle.net)을 통해 실시간 매칭(게임 찾기) 기능을 지원한 것이 큰 역할을 하였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오버워치까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다
1998년, 블리자드는 인간과 외계 종족들 사이의 분쟁을 다루는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한다. 세 종족 ‘프로토스’, ‘테란’, ‘저그’는 각자 개성 있는 플레이 방식을 제공했으며, 이용자로 하여금 창의적인 플레이 전략을 구상하도록 하였다.
‘스타크래프트’는 1,100만 장 이상 팔린 흥행한 게임으로 아직도 플레이하는 이용자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게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700만 장 이상 팔렸으며,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 보급 정책과 더불어 국내 PC방 문화의 정착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1995년 ‘워크래프트 2’에 이어 2002년 ‘워크래프트 3’를 출시한 블리자드는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출시하여 또 한 번 새로운 획을 그었다. ‘WOW’는 기존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로 즐길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때 전세계 MMORPG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2008년 액티비전과 합병한 블리자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3부에 거쳐 ‘스타크래프트 2’를 출시했으며 이 역시 크게 흥행하였다. 2012년에 출시한 ‘디아블로 3’가 2022년 기준 전 세계 6,500만 장이는 판매량을 올렸으며, 2014년에 발매한 ‘하스스톤’ 그리고 2016년에 출시한 ‘오버워치’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순항했다.
각종 논란으로 추락하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던 블리자드는 201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블리즈컨 2018'은 '디아블로' 메인 시리즈의 신작이 공개될 것이라고 관심을 받은 게임 행사였다. 그러나 해당 행사에서는 '디아블로 임모탈'이라는 모바일 게임이 공개되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블리즈컨 2018'이 블리자드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당초 2019년 출시 목표로 개발되던 ‘디아블로 임모탈’은 각종 상황이 겹쳐 2022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는데, ‘디아블로 3’의 전반적인 리소스와 에셋을 가져왔으며 콘텐츠마저 큰 차이가 없어 혹평받았다. 더군다나 과금 유도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블리자드는 원래 게임을 개발하는 원칙이 있었다. 게임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과감한 연기와 포기를 통해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블리자드의 원칙은 이제 탐욕과 자본을 쫓으며 사라지고 말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공을 본 블리자드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개발했는데, 조잡한 완성도와 각종 밸런스 문제로 이용자에게 외면당했다.
2019년에는 자사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프로리그를 유예기간 없이 폐지하겠다고 공지하여 많은 공분을 샀다. 특히 해당 공지에서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개발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적혀있어 블리자드가 서비스 중인 게임을 유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출시하고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들에도 논란이 추가되었다. ‘오버워치’에서도 등장인물인 ‘솔져:76’ 와 ‘트레이서’의 성소수자 설정 추가로 PC(정치적 올바름)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1년, 블리자드 내 직장 성차별 및 성추행 논란이 발생하여 임원들이 조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제 블리자드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과거의 명성에 기대는 것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오버워치’ 출시 이후 7년 동안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했지만 새로운 IP(지적재산권)을 가진 게임은 2023년이 되어서 겨우 이름만 공개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출시한 게임들의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2020년 출시한 ‘워크래프트 3’의 리마스터 게임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메타스코어’ 59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 블리자드는 2020년 10월, ‘스타크래프트 2’의 유료 콘텐츠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고, 결국 ‘워크래프트 3’와 ‘스타크래프트 2’를 제작한 사원들은 독립하여 블리자드를 떠나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그 찬란했던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자사 게임들의 스토리에 ‘타락’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재미를 선사했다. 갈 길을 잃은 블리자드 역시 ‘타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블리자드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디아블로 4’는 오는 6월 6일 정식으로 출시된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블리자드에 있어 그야말로 회사의 대명사급인 타이틀이다. 최근 여러 부침을 겪은 블리자드 입장에서 ‘디아블로 4’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카드이다.
과연 정식으로 출시하는 ‘디아블로 4’는 파이널 테스트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블리자드의 옛 명성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기사 작성 김진우 인턴 기자 (jin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