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죽이기, 짝퉁 게임 방치. 사악해진 구글 비난 폭주
전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사명은 많이 알려진 것처럼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이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이미 사명에서 ‘Don’t’가 빠진 것처럼 보인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구글에게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앱마켓(원스토어) 게임 출시를 막은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앱마켓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있는 구글은 모바일 게임 매출 상승에 많은 영향을 주는 구글플레이스토어 피처링(마켓 1면 노출) 및 해외진출 지원 등을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 조건으로 제공해, 의도적으로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원스토어가 고과금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매력적이긴 하지만, 하루에 엄청난 수의 게임들이 쏟아지는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피처링을 받지 못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소 게임사의 경우 피처링된 것을 보도자료로 배포할 정도로 피처링의 마케팅 효과를 중시 여긴다.
이 같은 행위는 원스토어가 출범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2018년 4월까지 지속됐으며,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중소게임사까지 모두 압박하면서, 의도적으로 원스토어의 플랫폼 가치를 떨어뜨렸다.
원스토어는 이 같은 구글의 방해 공작 때문에 ‘리니지2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매출 상위권에 있는 중요 게임들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으며, 2017년과 2018년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었다.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특정 게임의 원스토어 매출이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을 역전하자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추후 차기작 출시 때 종합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구글플레이스토어 독점 출시로 변경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황상 웹젠의 ‘뮤오리진2’로 추측된다.
모 중국 게임의 경우에는 구글에서도 게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스토어에 동시 출시했다는 이유로 고정 피처링 지원을 거절했으며, 원스토어 출시를 준비 중이던 중소 게임사를 압박해 출시를 취소 시킨 사례가 있는 것도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구글이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게임사들에게 독점 출시 조건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 직원의 업무 메모에서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라는 내용이 발견됐으며, 내부 이메일에서는 “여러분 이 문제는 더 얘기하기에는 민감한 내용이므로 오프라인에서 논의합시다. 이 이메일은 지워주세요”라는 문구도 발견됐다.
심지어 구글 임원진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신작 게임의 구글 독점 출시 요구뿐만 아니라, 예전 게임들도 원스토어에서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며, 타 국가에서 유력 경쟁사가 등장할 때를 대비해서 ‘원스토어’에 사용한 전술을 정리해둬야 한다는 대화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원스토어 죽이기 사태뿐만 아니라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난립하고 있는 짝퉁게임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레전드 테일즈’라는 게임을 검색을 해보면 ‘포켓몬스터’의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똑같이 따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포켓몬스터’라는 용어를 ‘엘프’라고 바꿨을 뿐 게임 내용은 동일하다.
이외에도 드래곤볼 IP를 무단 도용한 ‘드래곤볼 워리어스’라는 게임이 반다이남코의 신고로 서비스 중단된 후, 추후 이름을 바꿔 ‘슈퍼 파이터즈’라고 재출시된 적도 있고, 원피스 IP를 무단 도용한 ‘신세계’라는 게임이 ‘항로:새로운 시대’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된 사례도 있다.
문제는 구글플레이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구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짝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나 되는 수수료를 얻기 위해 그냥 방치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드래곤볼’, ‘원피스’ 같은 IP들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IP 무단 도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며, 원저작권자의 신고로 인해 퇴출됐던 게임이 이름만 바꿔서 다시 신청했는데, 다시 또 통과시켰다는 것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기 충분하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사 인앱결제 강제 등 구글의 횡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글이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Don’t be Evil’을 외치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지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