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미미미게임즈가 말하는 잠입 전략의 진화. 섀도우 갬빗 : 저주받은 크루
섀도우 택틱스, 데스페라도3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코만도스 스타일 잠입 전략 게임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미미미게임즈가 올해 새로운 신작 섀도우 갬빗 : 저주 받은 크루(이하 섀도우 갬빗)를 준비 중이다.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데모 버전이 공개된 섀도우 갬빗은 그동안 선보였던 미미미게임즈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오랜 기간 비슷한 형태를 유지했던 잠입 전략 게임의 새로운 진화를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한 섀도우 택틱스와 미국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데스페라도3에서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들을 선보였지만, 이번 섀도우 갬빗은 주인공부터 가슴에 칼을 꽂고 등장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관이다. 주인공 아피아는 저주를 받아 해골이 된 동료들과 함께 유령선 붉은 말리호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이단심문관들과 싸우며 캡틴 모르드차이의 보물을 찾게 된다.
잠입 전략 게임의 특성상 한정된 인원을 조작해서 적들의 시선을 피해 목표를 달성하는 기본 흐름은 이전 작들과 동일하지만, 등장 인물들이 전부 저주 받은 선원들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술들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주인공부터 위치를 가리지 않고 순간 이동으로 적을 단번에 처리하는 스킬과 시간을 잠깐 정지시키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동료로 등장하는 동료 중 한명인 이가 닌자 토야는 적에게 작은 부적을 붙여두면 어디에 있던지 상관없이 순간 이동을 해서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번 체험판에서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공중에 거대한 닻을 소환해서 적을 처리하는 캐릭터도 등장하는 등 판타지적인 스킬들이 다수 추가됐기 때문에, 이전 작들보다 더 과감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잠입 전략 게임은 어렵게 꼬아놓은 퍼즐을 한정된 자원으로 풀어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인 만큼, 이용자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없이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둔 흐름대로 플레이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스테이지 내에서는 적들을 처리하는 방법에서 개인마다 차이가 생길 수 있기는 하나, 해당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바꿀 수 없고, 스토리 전개도 매번 같을 수 밖에 없어 클리어 후 반복 플레이 유도가 약하다는 장르적인 한계가 있다. 미미미게임즈의 이전 작들을 보면 난이도 상승, 스테이지별로 민간인을 죽이지 않고 클리어하기, 주변 사물 이용해서 적 죽이기, 타임어택 등 다양한 미션을 부여해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기는 하나, 이 장르에 통달한 마니아들이라면 몰라도, 한번 엔딩까지 봤던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섀도우 갬빗은 이용자가 다음 목적지를 결정하고,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동료들까지 고를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이용자가 게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늘려뒀다. 초반부를 진행하다보면 먼저 되살릴 동료를 고르는 상황이 나오며, 이후 스토리상 가게 되는 다음 목적지도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고, 해당 스테이지 공략에 참여할 동료, 시작 지점 등도 고를 수 있다.
스토리 진행 루트를 바꾸는 것은 어딜 먼저 가느냐의 차이일뿐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공략에 참여할 동료들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은 이 장르에서 상당히 과감한 도전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기준으로 적들의 배치, 이동 동선 등을 설계하기 때문에, 등장 캐릭터가 달라진다는 것은 엄청난 변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섀도우 택틱스의 경우 초반에 적들의 시야가 모두 물려 있어 진입이 힘든 상황에서 원거리 저격을 할 수 있는 타쿠마를 등장시키면서 극적인 연출을 만들어냈고, 민간인이 가득한 지역에서는 변장을 할 수 있는 아이코가 등장해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섀도우 갬빗에서는 이용자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짜여진 연출이 불가능하니,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더라도 클리어할 수도록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서 스테이지를 준비해야 한다.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는 제한된 인원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다는 상황이 동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또한, 캐릭터를 고를 수 있게 되면서, 캐릭터 성장 요소도 추가했다. 게임 패턴을 바꿔버리는 새로운 스킬이 등장하는 식은 아니지만, 특정 자원을 소모해서 보유 스킬의 적용 범위 등 위력을 상향시킬 수 있다. 지역마다 클리어 후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다르기 때문에, 동료를 먼저 늘릴지, 아니면 보유중인 캐릭터의 스킬을 업그레이드할지를 고르는 것도 게임 진행 순서에 큰 영향을 준다.
이렇듯 미미미게임즈는 기존 코만도스의 플레이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세계관과 스토리로 변화를 줬던 이전 작들과 다르게, 이용자의 선택 요소를 늘리면서 한단계 더 진화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물론 많은 변화를 줬다고는 하나, 적의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플레이하는 기본 게임성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입 전략 장르 자체를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다만, 이전보다 이용자의 개입을 늘린 덕분에 플레이의 다양성 및 반복 플레이 여지가 늘어나면서 한번 구입하면서 이전보다 더 오랜 기간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이 됐다. 남은 기간 개발을 잘 마무리해서 잠입 전략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게임으로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