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캐주얼 디펜스 운빨존많겜, “운빨ㅈㅁ겜 이름값 하네”
“어떻게 게임 이름이 운빨존많겜이지?”
이는 111%의 모바일 디펜스 게임인 ‘운빨존많겜’을 보고 든 생각이다. 비속어를 연상하게 하는 이 게임은 지난 5월 23일 출시되어 현재도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5위, 매출 8위를 차지하는 등 나름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직접 플레이를 했을 때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기존에 있었던 다른 디펜스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용자는 몬스터가 쏟아지는 필드에 진입하게 된다. 아래에 있는 ‘성’이 내가 소환한 유닛들을 둘 수 있는 필드고, 위에 있는 ‘성’은 다른 이용자가 유닛을 키우는 필드다. 몬스터들은 이 2개의 성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성을 바깥쪽으로 크게 감싸듯 움직인다.
몬스터들은 이용자가 해치우기 전까지 끊임없이 필드를 돌아다니며, 화면에 100마리의 몬스터가 쌓이거나 시간 내 보스 몬스터를 잡지 못하면 바로 게임이 끝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자는 유닛들을 ‘소환’해 몬스터를 빨리, 많이 처리해야 한다.
‘소환’이란 말 그대로 유닛을 뽑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게임은 다른 디펜스 게임과 달리 게임 시작 전 미리 편성한 캐릭터들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랜덤한 유닛을 바로바로 뽑아서 사용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유닛 소환 확률은 4가지 등급(‘일반’, ‘희귀’, ‘영웅’, ‘전설’)에 따라 모두 다르고, ‘코인’을 소비해 희귀한 등급의 유닛 소환 확률을 강화할 수 있다.
게임을 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뽑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상당히 즐거웠다. 일반적으로 유료 재화가 드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운빨존많겜’의 ‘소환’은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 재화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유닛을 뽑는 즐거움’만 누릴 수 있었다.
높은 희귀도의 유닛을 뽑으면 화면에 크게 베너를 띄워주고 “대박!”이라는 효과음을 삽입해 주는 등 뽑기의 쾌감을 더욱 증폭시켜 주는 시스템도 한몫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게임이 금방 지루해졌다. ‘소환’과 ‘소환 확률 강화’에 사용되는 ‘코인’의 획득 방식이 정형화 되어있다 보니, 모든 판이 같은 구조로만 흘러갔기 때문이다.
‘코인’은 크게 몬스터를 잡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2가지 방법으로 획득할 수 있다. 여기서 미션이란 하나의 퀘스트로, ‘유닛 5번 판매하기’, ‘특정 등급 영웅 전부 모으기’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일정량의 ‘코인’을 제공한다.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는 시스템인 것 같지만, ‘몬스터가 필드에 90마리 이상 쌓여 있도록 한다’라는 조건의 ‘주마등’ 미션이 이용자들의 플레이 방식을 하나로 고정시켜 버렸다.
신규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다 보면, 게임이 시작돼도 ‘아무것도 안 하는’ 이용자를 만나게 된다. 속되게 말하는 ‘트롤’ 이용자로 오해하기 쉽지만, 대부분이 ‘주마등’ 미션을 수행하는 이용자다. 경험상 8~9할의 이용자가 ‘주마등’을 보기 위해 초반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용자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한 번에 뽑기 쉽기 때문이다. 유닛을 뽑으라고 제공하는 초반 재화를 모조리 ‘소환 확률’에 투자한 뒤 게임을 방치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주마등’ 미션이 클리어된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재화를 지급 받으면, 그 즉시 유닛을 대량으로 뽑아 높은 등급의 유닛이 소환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초반 재화를 소환 확률에 투자했으니, 보다 쉽게 높은 등급의 유닛이 나오는 편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실패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몬스터가 100마리 쌓이면 즉시 게임이 끝나게 되기 때문에, 소환된 유닛이 높은 등급이 아니면 쌓은 몬스터를 처리하지 못하고 바로 게임이 종료돼 버린다. 게임을 한 판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라는 재화를 소모해야 하는데, 재화를 소비해도 게임이 1~2분 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혼자서만 다른 전략을 사용할 수도 없다. 2인 1조로 진행되는 게임 특성상, 신규 이용자나 저스펙 이용자 한 명의 힘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명이 해당 전략을 사용하면 다른 이용자도 반강제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에 필자도 다른 이용자에 맞춰 ‘주마등’ 전략을 따라하게 됐으나, 게임을 시작해도 멍하게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계속 반복돼, ‘이게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높은 난도의 ‘보스 몬스터’와 ‘2인 1조 플레이’가 만나니, 신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의 전투력에만 기대야 한다는 부분도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게임은 일정 웨이브에 도달할 때마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해당 몬스터는 반드시 촉박한 시간 안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높은 전투력을 요구한다. 때문에 이용자는 ‘전설’ 등급 유닛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신화’ 유닛을 제작해야 한다.
‘신화’ 유닛은 특정 유닛들을 조합해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유닛으로, 신규 이용자에게는 기본으로 딱 하나만 제공된다. 나머지는 직접 유료 재화로 구매하거나, 별도의 유료 재화 뽑기로 뽑아야 한다. 높은 레벨에 도달했을 때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드물다.
종류가 하나 뿐이니 쏟아지는 몬스터에게 대응하기는 역부족이었고, 다른 이용자의 전투력에 크게 의지하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게임을 하던 도중 한 이용자에게는 “괜히 하나 있는 신화 유닛 만들지 말고, 스턴(몬스터를 잠시 멈추게 하는 스킬)이 있는 하위 유닛이나 계속 소환해 둬라. 나머지는 고인물(고스펙 이용자)이 해줄 것.”이라는 조언까지 들었다.
스펙이 안 되는 이용자는 신화 유닛을 여럿 가지고 있는 이용자를 보조해 주는 식으로 덱을 꾸려둬야 더 높은 레벨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신규 이용자 입장에서는 운이 좋게 ‘전설’ 등급 유닛을 뽑아도 전투력에 크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니 ‘소환’에서 얻을 수 있는 뽑기의 재미도 크게 반감됐다. 높은 등급의 유닛이 나오든, 낮은 등급의 유닛이 나오든, 몬스터는 다른 이용자가 잡아주니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게임이 장기적으로 신규 이용자의 유입과 유지를 위해서는 확실한 플레이 동기를 마련해 주거나, 신규 이용자만의 힘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이지 콘텐츠, 게임의 내용과 빌드를 쉽게 알아갈 수 있는 소통 창구 등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